메인화면으로
"포털뿐?…이메일, 메신저, 블로그도 폐쇄 위협"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포털뿐?…이메일, 메신저, 블로그도 폐쇄 위협"

[범국본 FTA분석①] "지재권-의약품 협상결과, 비참해"

"지적재산권 분야의 협상은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들어준 굴욕적인 협상으로, 이런 비참한 협상결과를 놓고 한국 정부는 '선진제도의 도입'이라며 국민들을 오도하고 있다."

"지적재산권-의약품 분야의 협상은 한국 협상단이 관련 제도에 대한 이해 수준이 낮고 협상 내용을 잘 몰라, 미국 요구 가운데 수용할 것과 거부할 것조차 구분하지 못했다."

'한미FTA 저지 범국민 운동본부'가 지난 25일 공개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 대한 분야별 분석결과를 발표하는 '릴레이 기자회견'에 돌입했다. 여기에는 민주노동당과 최재천 의원 등 일부 국회의원들이 가세했다.

릴레이 기자회견 첫날인 28일 이들은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한미 FTA 협상 분야 중에서도 최악의 협상결과를 낸 것으로 평가 받는 지적재산권 분야와 지적재산권 관련 의약품 분야의 협상 내용에 대한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분야에 대한 범국본의 총평은 정부가 지난 4월 2일 협상이 타결된 후 발표한 협상 결과보다 '훨씬 더 엉망'이라는 것이다.

디카 달린 휴대폰 들고 영화관 입장만 해도 형사처벌?

지적재산권 분야에서는 '인터넷 사이트 폐쇄' 조항이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혔다. 협정문 공개 후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 앞으로 보낸 부속서한에서 '무단 복제 및 전송을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드러나, 사실상 한국의 인터넷 사이트 대부분이 잠재적인 폐쇄 대상이 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는 이에 대해 "양국이 저작물의 불법적인 복제, 전송 등을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폐쇄라는 공동 목표에 합의한다는 선언적 의미"라면서 "이미 불법적인 복제와 전송은 국내적으로 금지되고 있다"고 반박해 왔다.

이에 대해 범국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주장과 달리 부속서한에는 '불법적인 복제, 전송 등을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 또는 '불법 인터넷 사이트'란 용어는 존재하지 않으며, '무단 복제 또는 전송을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 또는 '무단 다운로드를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란 용어만 있다"면서 "여기서 '무단(unauthorized)'이란 권리자에게 허락을 받지 않았다는 의미로 (…) 인터넷 사이트 운용자가 직접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 행위를 한 것만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무단 복제나 전송 또는 다운로드를 '허용'하기만 하면 폐쇄의 대상이 되도록 했다"고 재반박했다.

범국본은 이어 "사실상 포털 사이트를 비롯해, 이메일, 메신저, 블로그, 인터넷 카페, UCC 사이트 등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가 폐쇄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특히, 웹하드와 P2P는 협정문에 특별히 지목돼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밖에 범국본은 △캠코더는 물론 디지털카메라가 부착된 휴대폰을 소지한 채 영화관에 입장하는 것만으로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대학가 주변의 복사가게 등에 대한 단속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강화될 것이라는 점 등 이 분야의 협상결과에는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독소조항들이 다수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범국본은 "지재권 협정문에는 '장래의 침해를 억제하기에 충분한 벌금형뿐만 아니라 징역형 선고를 포함하는 형벌을 규정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면서 "이는 한미 FTA가 일차적으로는 국회가 갖는 형사처벌에 대한 입법 재량을 침해하는 동시에 이차적으로는 사법부가 가지고 있는 '양형에 대한 재량'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좋은 제안 내놨는데, '무식한' 한국 협상단이 거부해

의약품 분야에서는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조항이 대표적인 독소조항을 꼽혔다.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란 식약청의 의약품 허가 업무에 특허청의 특허 관련 업무를 연계해, 특허권이 살아 있는 약에 대한 복제약(제네릭)은 식약청이 허가를 해주지 않도록 하는 제도다. 이 경우 복제약 출시가 늦춰지고 그만큼 값비싼 오리지널 약의 특허기간이 길어지는 효과가 생긴다.

심지어 오리지널 제약업체들의 입김이 거센 미국 내에서도 이 조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최근 미 행정부와 의회가 합의한 '신통상정책'은 이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를 독소조항으로 지적하며 이 조항을 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 4월 30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11개 국책연구기관이 합동으로 발표한 '한미 FTA 경제적 효과 분석'에서도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로 인한 피해액수가 517억~1754억 원으로 추정돼, 지재권-의약품 협상결과로 인한 피해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정부는 "미국 측이 당초 특허권자의 소송 제기시 (가처분 결정시까지 판매 보류를 조건으로 하는) 시판허가 부여를 일정 기간(30개월) 자동 정지할 것을 요구했으나, 우리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국내적으로 이행가능한 적절한 이행 방안을 강구한다'는 선에서 합의했다"면서 이것이 마치 협상 성과인 것처럼 선전해 왔다.

이에 대해 범국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측이 요구했던 '자동 정지'는 국내 제약사와 같은 제네릭 제약사에 유리한 것인데, (한국 협상단이) 그런 사실을 잘 몰라 (미국 측의 좋은 제안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로 범국본은 "제네릭 제약사가 그같은 허가-특허 연계 기간을 줄이거나 연계를 깨려면, 특허권자를 상대로 다시 소송을 제기해 특허권이 무효거나 제네릭이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아야 하는데, 이 경우 특허권자는 소송 절차를 지연시키려 할 것"이라면서 "미국이 제안한 30개월의 자동 정지는 특허권자가 소송 절차를 고의로 지연시켜 보류 기간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미국이 지재권-의약품 협상에서 좋은 제안을 했는데도 한국 협상단이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해 협상 결과를 한국에 불리하게 만들어버렸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남희섭 변리사, 최재천 국회의원, 선용진 문화연대 공동사무처장 등이 참여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