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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부정하는 이명박의 노동관을 어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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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부정하는 이명박의 노동관을 어찌 할까"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17〉교수노조 부정하는 대통령 후보

지난 7일 열린 서울파이낸스포럼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교수들의 노동조합 결성 움직임을 비아냥거렸다.
  
  이명박 씨는 "한국에서는 대학 교수들이 노조를 만들기 위해서 (교수노조 관련법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되었다고 해요. 저는 충격을 받았어요. 도대체 대학 교수라는 사람들이 노조를 만들겠다? 대학교수들이 그렇게 나간다하면 진정한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막말을 쏟아냈다.
  
  자연인 이명박 씨가 교수노조를 비난하든, 노동자들의 노동 3권을 부정하든, 그건 내가 알 바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반민주적이거나 비민주적인 사람도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자유와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인(公人) 이명박의 충격적인 헌법정신 부정
  
  그러나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이 공적인 자리에서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거부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을 하면서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아온 자가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주장을 공공연히 일삼는 것은 충격적이다.
  
  이명박 씨에게 묻는다. 대학교수들이 노조를 만드는 게 무엇이 문제인가? 대학교수들은 헌법에 보장된 '결사의 자유'를 누려서는 안 되는가? 대학교수들이 노조를 만드는 게 이명박 씨에게 무슨 해가 되며, 당신이 입만 열면 떠드는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무슨 해가 되는가? 교수노조 허용이 대한민국의 교육 발전에 어떤 장애를 주는가?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말한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가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은 말한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1항은 말한다. "모든 국민은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32조는 말한다.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가진다."
  
  나아가 제33조는 말한다. "①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②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음악 하는 사람은 민주노총 가입하면 안 된다?
  
  이명박 씨는 지구상에 독재국가나 후진국을 제외한다면 국가가 나서서 교수노조를 법률로 금지하는 나라가 몇 개나 되는지 아는가? 이른바 '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교수노조를 법으로 허용하지 않는 나라가 몇 개나 되는지 이명박 씨는 아는가?
  
  이명박 씨는 교수노조를 비아냥거린 후 "서울시 오케스트라가 민주노총에 가입돼 있었어요. 음악 하는 사람들이 민주노총에!"라며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명박 씨에게 묻고 싶다. 음악 하는 사람들이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안 되는가? 음악 하는 사람들이 민주노총에 가입하든, 한국노총에 가입하든, 음악가협회에 가입하든 그건 그 사람들의 자유이고 권리다. 자신들이 스스로의 의지로 자기 돈을 조합비로 내면서 노조를 만들어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게 뭐가 문제인가?
  
  이명박 씨가 한나라당(이 당이 '두나라당'이 될지 '세나라당'이 될지는 두고 보아야겠지만)에 들어가는 것도 이 씨의 자유이자 권리요, 날 좋은 5월 7일에 서울파이낸스포럼에서 강연을 하는 것도 이 씨의 자유이자 권리다.
  
  이와 동일한 권리를 음악 하는 사람들이 누려서는 안 되는 이유가 이명박 씨에게는 따로 있는가? 그들이 민주노총 산하 노조라고 이명박 씨로부터 비아냥을 당할 이유가 따로 있는가?
  
  삼성 버금가는 이명박 씨의 반노조 의식
  
  내가 아는 영국 런던대학교의 한 교수는 영국의 한 교수노조에 가입되어 있다(영국에는 교수노조가 복수로 존재한다).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스웨덴 노총 산하에는 음악가노조가 있다. 급진적 사회주의를 지향하면서 공산당과 동맹을 맺고 있는 남아공 노총에도 음악가노조가 활동하고 있다.
  
  어린 시절 고생도 할 만큼 했고, 역경 속에서도 배울 만큼 배웠고, 큰 기업체에서 임직원들과 동고동락도 해보았고,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을 거치면서 노동자 서민의 표도 받아본 이명박 씨가 노동권과 관련하여 헌법정신과 국제기준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생뚱맞은 발언을 하는 걸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의 골수깊이 뿌리박힌 '삼성'류의 천박한 노동관과 부자 편향성이 아니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리라. 국민 대다수를 구성하는 노동자를 위한 권리를 보장한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이도 대통령 후보로 나설 자격을 주는 것을 보니 한나라당이 대단히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관대한 정당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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