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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안에너지의 미래?…아직까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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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 대안에너지의 미래?…아직까진 없다"

[프레시안-진보정치연구소 공동기획] '석유 제로시대' : 한국의 선택은? <5>

암담하다. 정부, 정계, 업계, 시민사회 안에서 재생가능 에너지의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5인이 모여 태양광, 풍력과 같은 국내 재생가능 에너지를 둘러싼 현실을 진단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이 상태대로라면 한국의 재생 가능 에너지의 미래는 없다"고 암울한 전망을 했다.

김두훈 유니슨 대표, 박진희 동국대 교수(교양학부·에너지전환 부대표), 장인철 S에너지 상무, 조승수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 소장, 이성호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은 좌담을 갖고 국내 재생가능 에너지를 둘러싼 현실을 진단했다. 이 좌담은 <프레시안>이 마련한 '석유 제로(0) 시대' 연속 기획의 마무리 순서로 마련됐다.

이날 좌담에서 대다수 참석자는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해 정부가 현재 보이는 모습으로는 2011년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중을 1차 에너지의 5%로 늘리겠다는 목표가 달성되기 어렵다"며 "만약 2013년 한국이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의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국이 되면 대혼란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조승수 소장은 "정부가 기존의 에너지업계의 입맛에 맞는 에너지 정책만을 고집하려 든다"면서 "바이오디젤(BD) 보급이 지지부진한 것은 그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조 소장은 "'석유 생산 정점(Peak Oil)'의 도래나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등을 염두에 두면 정부는 최소한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추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정부의 의지뿐만 아니라 에너지 문제와 재생 가능 에너지에 무관심으로 일관해 온 시민의 태도 역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대중적 지지 없이는 정부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이를 위해 이성호 소장은 "비싸게 생산한 전기를 싸게 공급하는 현재의 에너지 공급-소비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진희 교수는 "개인이 태양광 발전기를 구입해 직접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난 2006년 8월 개정된 발전차액 지원제도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박 교수는 더 나아가 "현재 원자력 발전의 홍보에만 140억 원을 쏟아붓고 있는 원자력문화재단을 해체하고 재생가능에너지문화재단 같은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담은 1일 서울 옥인동 프레시안 회의실에서 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진행은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가 맡았다. <편집자>

▲ 좌담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지금 상태대로라면 한국 재생가능 에너지의 미래는 없다"고 전망했다. 1일 프레시안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 모습. ⓒ프레시안

"정유업계에 종속된 산업자원부…바이오디젤 고사(枯死)"

박인규 : 에너지 문제가 다들 중요하다고 말하곤 하지만 정작 관심은 적은 게 현실이다. 이 자리에는 정부, 시민사회, 업계에서 에너지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특히 재생가능 에너지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모였다. 우선 조승수 소장이 간단히 쟁점을 정리하는 것으로 얘기를 시작해보자.

조승수 : 재생가능 에너지 논의는 크게 두 가지 현안에 대응하고자 하는 관심에서 촉발됐다. 화석연료의 고갈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그 대안으로 재생가능 에너지가 주목받게 됐다. 또 지구 온난화가 전 세계적으로 큰 문제로 인식되면서 온실가스 감축이 시급한 과제가 됐는데 재생가능 에너지 확대는 그에 대한 대응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세계적인 흐름에 비춰봤을 때 국내의 사정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2007년 재생가능 에너지를 위한 정부의 예산은 1865억 원에 불과하다. 전력산업기반기금 2456억 원을 더해도 약 4321억 원 수준이다. 해외 자원 개발, 석유 비축 등을 위한 2007년 예산이 1조1773억 원인 것과 비교해 보라.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 의지다. 바이오디젤 보급 과정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듯이 이 정부는 재생가능 에너지를 보급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 현재 국내 바이오디젤유 총생산량은 연간 38만㎘(약33만t)까지 가능하지만 정부는 연간 9만㎘(약 8만t)로 공급량을 제한하고 있다.

더구나 정부는 바이오디젤 생산업체가 직접 바이오디젤유를 공급하는 것도 막아 놓았다. 바이오디젤 확대에 이해가 상충되는 정유업계에 바이오디젤업계가 종속되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정부가 재생가능 에너지를 확대할 의지가 있다면 정유업계와 독립적으로 바이오디젤업계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이성호 : 공감한다. 바이오디젤의 보급 과정은 특히 안타깝다. 5년 가까이 BD20(바이오디젤유 20% + 경유 80%) 보급 사업을 진행해 왔는데, 2006년에 그게 BD5(바이오디젤유 5% + 경유 95%)가 됐고 실제로는 BD0.5(바이오디젤유 0.5% + 경유 99.5%)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7월부터 1%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하는데 그것도 장담 못 하는 현실이다.

바이오디젤은 재생가능 에너지 확대라는 측면도 있지만 대기오염 저감을 위해서도 보급이 확대돼야 한다. 환경부가 올해 6000억 원, 10년간 6조 원을 대기오염을 막는 데 쓰는데 바이오디젤을 보급하면 이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오염물질을 저감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기관차, 공작기계에 쓰이는 경유도 바이오디젤유로 대체할 수 있다.

"2011년 정부 목표 달성 어려워…특단의 조치 필요"

▲ 조승수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 소장. ⓒ프레시안

조승수 :
바이오디젤뿐만이 아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011년 1차 에너지 중에서 재생가능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5%로 확대하겠다는 정부 목표도 달성하기 어렵다. 이 목표가 달성되기 위해서는 9조 원 이상이 투입돼야 하는데 재원 마련을 위한 계획이 전혀 없다. 공공기관에 재생가능 에너지 시설을 의무화하는 제도처럼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성호 : 정확한 지적이다. 현재 연면적 3000㎡ 이상 되는 공공기관의 건물을 신축할 때 총 공사비의 5%를 재생가능 에너지 시설을 마련하는 데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게 실효성이 있기 위해서는 최소한 연면적 1000㎡ 이상 되는 공공기관 건물로 기준을 낮춰야 한다. 이렇게 기준을 낮추면 재생가능 에너지 산업이 21% 추가로 성장한다.

신축 건물에 제한되는 것도 문제다. 공공기관의 건물을 증·개축할 때도 재생가능 에너지 시설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학교를 지을 때 재생가능 에너지 시설을 마련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 경우 재생가능 에너지 산업이 105% 성장한다. 더구나 학교의 경우에는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교육, 홍보 효과도 크다.

박진희 : 재생가능 에너지원에서 생산된 전기를 비싸게 사주는 발전차액 지원제도 역시 문제투성이다. 2007년도 예산은 270억 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2006년 8월에 개정된 내용을 살펴보면, 3㎾ 태양광 발전기에서 생산된 전기에 대한 지원 폭이 줄었다. 대개 시민이 자기 집에 설치하는 3㎾ 태양광 발전기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이것은 큰 문제다.

에너지전환 활동을 하면서 직접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고 재생가능 에너지를 생산해본 경험이 있는 시민은 그런 경험을 갖지 못한 이와 비교했을 때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지지 수준이 다르다. 이런 교육·홍보 효과까지 염두에 둔다면 발전차액 지원제도를 좀 더 일반 시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이렇게 일반 시민이 혜택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시민의 지지도가 낮다. 또 외국 자본이 들어와서 대규모 태양광, 풍력 단지를 운영하다보니 국민의 세금이 발전차액 지원제도로 인해 외국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정부가 발전차액 지원제도의 여러 가지 측면을 좀 더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재생가능 에너지 경제성 있다…왜곡된 에너지 공급-소비 구조가 문제"

▲ 이성호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프레시안

박인규 :
이번에 <프레시안>의 기사에 대한 독자의 토론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듯이 재생가능 에너지는 항상 경제성이 없다는 비판에 시달리곤 한다. 이 자리에는 국내 태양광(S에너지), 풍력(유니슨) 산업에 직접 종사하는 이들도 같이 했다. 현재 국내 재생가능 에너지산업의 수준은 어떤가?

이성호 : 최근 풍력 발전은 경제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경제성 얘기를 할 때 따져볼 게 있다. 현재 국내 전기의 시장가격은 80원이다. 풍력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의 기준 가격은 107원이다. 이것만 놓고 보면 풍력 발전에는 경제성이 없다. 그런데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자.

일본은 전기의 시장 가격이 한국보다 2.5배나 비싸다. 일본에서는 풍력 발전의 경제성이 충분하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한국은 전 세계에서 전기가 가장 싼 나라에 속한다. 왜 이렇게 전기가 싼가? 정부가 낮은 전기 가격이 유지되도록 막대한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 비교를 통해 재생 가능 에너지가 경제성이 없다고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구나 일반 시민으로서는 이런 원가 논란과 상관없이 재생가능 에너지에 투자하는 게 장점이 있다. 정부가 발전차액 지원제도와 같은 각종 지원을 통해 최소한 은행에 돈을 맡길 때보다 나은 연 7% 이자율 수준이 보장되도록 지원을 해주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투자하는 게 미래 가치를 보면 훨씬 큰 이익이다.

지금 연간 500억 원 투자하는 것은 10년 후 5000억 원 투자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가질 것이다. 실제로 최근 재생가능 에너지 관련기업의 가치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특히 태양광 산업의 경우엔 전 세계적으로 급속도로 성장하는 산업일 뿐 아니라, 앞으로 비용이 크게 낮아질 여지도 많다.

김두훈 : 실제로 유니슨의 주식은 보름새 5000원대에서 1만1000원대로 올랐다. 풍력 산업은 바람만 잘 타면 금방 올라간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풍력 발전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는데 이제 확실히 자리를 굳혔다. 현재 국내에 보급된 200㎿ 풍력 발전기 중에서 140㎿를 유니슨에서 보급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미래는 불확실하다. 정부는 2011년까지 2300㎿를 보급할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목표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금 상태대로라면 안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열심히 해보려고 해도 도무지 도와주지 않는다. 정부는 목표만 세워놓고 구경만 하고 있다.

올해 풍력 발전기를 주문한 곳은 단 4기(강원도 2기, 제주도 2기)다. 750㎾ 풍력 발전기를 국산화해도 정작 국내에서 외면하고 2.5㎿ 외국산 풍력 발전기를 도입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업이 유지되지 않는다. 중국, 동남아 시장을 노려보라지만, 한국에서도 사용하지 않은 풍력 발전기를 중국에다 팔려고 하니 그게 잘 되겠는가?

독일의 경우에는 달랐다. 철저하게 기술 개발과 보급 사업이 함께 간다. 정부에서 확실하게 국산 풍력 발전기를 쓰는 경우, 외국산 풍력 발전기를 쓰는 경우, 바람의 질이 좋은 지역에서 풍력 발전 단지를 하는 경우 등 상황별 맞춤형 지원을 하니 풍력 산업이 성장할 수밖에 없다.

사실 국내 서해안, 남해안의 경우 경제성만 따지면서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기에는 바람의 질이 좋지 않다. 그럼, 독일은 전국이 다 바람의 질이 좋은가? 아니다. 정부가 바람의 질이 좋지 않은 곳에 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하면 그만큼 더 지원을 해주니 풍력 산업에서 관심을 갖고 이곳저곳에 풍력 발전기를 설치한 것이다. 이런 획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최근 지방에 공장을 지었다. 지붕이 많이 놀고 있어서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려고 했더니 법이 가로막더라. 법으로 공장 내 상업 행위가 금지돼 있다 보니 공장 지붕에는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려고 해도 못 한다. 산업자원부에서는 계속 개정한다는 말만 하면서 미루고 있다.

"정부 재생가능 에너지 산업 육성 의지 없어…업계 자정 노력도 절실"

▲ 장인철 S에너지 상무. ⓒ프레시안

장인철 :
태양광 산업 쪽은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지금 이쪽 업계에서는 50~60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는데, 자칫 잘못하면 공멸할 확률이 아주 크다. 2006년에 '태양광 주택 10만 호 보급사업'에 참여한 기업 총 20곳 중에서 2007년에도 사업을 계속하는 기업은 S에너지, 유니슨 등 2곳뿐이다.

일부 기업이 치고 빠지는 식의 행태를 하니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태양광 발전기는 최소한 15년 도안 유지 관리를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 업계에서 연간 매출 100억 원이 넘어선 기업이 등장한 것도 불과 3년 전이다. 앞으로가 상당히 중요한데 업체들이 난립해서 인도산, 중국산 부품(모듈)을 들여다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다보면 그 결말은 뻔하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한국 시장은 금세 외국 기업에 넘어간다. 일본에서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 독일, 미국 회사가 일본에 가면 가격, 품질 경쟁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만만한 게 한국이다. 독일, 미국 회사가 최근 한국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태양광 발전기의 60%는 외국산이다.

앞에서 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했지만 정부 역시 문제다. 내일(2일) 중부발전에서 태양광 발전기 1.2㎿ 입찰을 한다. 그런데 여기에 S에너지 같은 한국 업체는 낄 수 없다. 인증을 받은 제품-실제로는 외국산-에게만 응찰 기회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인증 제도는 2007년에야 도입되었다. '1~2개월 뒤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설치하기 전까지는 확실히 인증을 받을 테니 응찰 기회를 달라'고 아무리 사정해도 도무지 반응이 없다. 국산도 품질 괜찮다. 열심히 해서 일본, 독일, 미국의 태양광 발전기와 견줬을 때 95% 가까이는 근접했다. 그런데 아예 기회를 안 주니 비애감을 느낀다.

이성호 : 정부가 본격적으로 태양광 산업에 투자를 시작한 게 2005년이다. 그런데 막상 투자를 하려고 보니 2004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산업의 핵심 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 태양 전지의 원료 실리콘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어서 산업 육성이 여의치 않았다. 국내에서는 현재 태양 전지를 수입해 태양광 발전기의 핵심 부품인 모듈 단계만 6개 업체에서 국산화 돼 있다.

그나마 태양 전지의 원료가 되는 실리콘이 2007년 하반기부터는 국내에서도 양산될 예정이다. 삼성, LG 등에서도 기존에 가지고 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술을 응용하면 태양 전지를 생산하는 게 어렵지 않다는 말들을 한다. 관심이 있다는 방증이다. 이렇게 차근차근 태양광 발전기 생산의 전 단계가 국내에 구비되면 태양광 산업의 미래가 어둡다고 볼 수 없다.

▲ 박진희 동국대학교 교수. ⓒ프레시안

박진희 :
아쉬운 것은 대기업의 관심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기의 태양전지 실리콘이 품귀 현상이 일어났던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과 비교했을 때는 태양전지 반도체 시장이 작아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산업의 성장 속도를 염두에 두면 그냥 두기엔 아까운 시장이다.

일단 대기업이 태양전지 생산에 뛰어들면 기존의 태양광 산업이 비약적으로 커질 수 있다. 그럼 태양광 발전기의 가격 경쟁력도 생겨서 국내 재생가능 에너지의 확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 중소기업도 같이 이익을 보고 국내 재생가능 에너지 보급 확대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이 있는데 현실에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다시 정부의 역할을 묻고 싶다. 정부의 전망을 보면, 2020년까지 발전설비 비율에서 재생가능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7%까지 늘리겠단다. 그러나 전체 발전량과 비교해보면 2005년 1.08%에서 2020년은 고작 1.6%에 불과하다. 여전히 원자력(43%), 석탄(30%) 등이 대부분이다. 정말로 정부가 재생가능 에너지를 확대할 의지가 있는가?

"재생가능 에너지는 원자력 '분칠'용?…원자력문화재단 해체해야"

조승수 : 그렇게 물으면 정부는 당연히 '의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실제로 그 의지가 어떤 식으로 관철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원자력 발전 중심의 전력 정책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앞에서 잠시 언급됐듯이 공장 지붕에 태양광 발전기 설치하는 건 시행령만 개정하면 되는데도 못하고 있다.

지금 정부, 특히 산업자원부는 원자력업계, 정유업계 등 기존 에너지업계의 이해관계와 얽혀서 재생가능 에너지의 성장을 오히려 가로막고 있다. 실제로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재생가능 에너지 확대와 관련된 여러 가지 제안을 대통령에게 건의하려고 했지만 번번이 산업자원부가 발목을 잡아서 무산된 사실이 있다.

김두훈 : 솔직히 정부에게 묻고 싶다. 왜 재생가능 에너지를 공급하려고 하는가? 원자력 중심의 전력 정책을 고수할 생각이면 굳이 재생가능 에너지 확대에 정부가 나설 이유가 없다. 혹시 원자력 발전에 대해 반발이 심하니까 그것을 무마하기 위한 수단으로 재생가능 에너지를 끼워 주는 게 아닌지, 이런 생각까지 든다.

박진희 : 정부가 재생가능 에너지를 확대하는 이유는 이렇다. 높아지는 고유가에 대비하는 수단으로, 더 나아가서는 '수소 경제'로 이행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과도기 단계에서 잠시 거쳐야 하는 에너지원으로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원자력,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을 풍력, 태양광, 바이오 에너지 등이 중심이 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려는 계획은 전혀 없다.

이성호 : 산업자원부에도 재생가능 에너지를 확대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해당 부서의 담당자를 제외하고 다른 이들은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해 부정적이다. 더구나 시민들의 지지도 없으니 도대체 그런 재생가능 에너지를 담당하는 부서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이것은 정말 큰 문제다. 당장 2013년부터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 대상국이 되면, 이 상태대로라면 나라가 한 번 뒤집어 질 것이다. 전 세계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한국만 무풍지대다. 당장 시민의 의식을 왜곡하는 에너지의 공급-소비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우선 에너지 세금 체계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 예를 들어 전기 1㎾h로 난방을 하면 약 800㎉밖에 안 나온다. 그런데 전기 1㎾h를 만드는 화석연료로 난방을 하면 약 2500㎉를 얻을 수 있다. 이런 데도 정부가 싼 전기를 보장해주다보니 시민들이 현재의 에너지 공급-소비 구조가 얼마나 왜곡된 것인지 알지 못한다.

박진희 : 현재 원자력문화재단은 연간 120억 원을 사용하고 있는데 특정 에너지원을 홍보하기 위해서 이런 지원을 할 필요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정부가 재생가능 에너지를 육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원자력문화재단 대신 재생가능에너지문화재단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문제가 화두가 되면서 국가별로, 국제기구별로, NGO별로 여러 가지 에너지 시나리오가 작성되고 있다. 한국은 그런 제대로 된 시나리오 하나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수십 년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어떻게 가야 할지에 대한 전망이 제시되고 그에 대한 전 국민적 토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성호 : 정부에서도 2007년 말까지 '에너지비전 2030'을 수립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런데 단순히 재생가능 에너지를 증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재생가능 에너지 증가율보다 총에너지 소비가 늘어나면 소용이 없다. 독일이 2050년에 1990년 대비 2분의 1로 총에너지 소비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처럼 에너지 공급-소비 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 단기적으로 재생가능 에너지 산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공공기관, 공기업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당장 정부 차원에서 공기업의 입찰의 경우에는 국내 기업이 외국 기업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 또 국내에서 개발한 제품이 실제로 유통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재생가능 에너지는 새로운 성장동력…이대로 죽이려나"

장인철 : 재생가능 에너지 산업을 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도대체 미래를 전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정부가 기업으로 하여금 미래를 예상할 수 있게끔 확실한 전망을 제도로 보장하라. 그러면 기업은 기술 개발, 공장 투자, 인력 투자를 열심히 할 테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산업 경쟁력도 생기지 않겠는가?

▲ 김두훈 유니슨 대표. ⓒ프레시안

김두훈 :
동감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정부가 정말 재생가능 에너지 산업을 육성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동기 부여를 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남해안, 서해안, 북한에도 풍력 단지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라. 그러면 자연스럽게 국내 풍력 산업도 같이 산다.

조승수 : 노무현 정부 내내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을 찾는 데 혈안이 됐다. 재생가능 에너지 산업은 에너지 문제 해결에 돌파구를 마련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특히 재생가능 에너지 산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현재 국내의 재생가능 에너지는 여러 가지 어려운 조건에 처해 있다. 앞으로 기존의 에너지 기득권을 해체하면서, 정부의 변화를 강제할 수 있는 연대가 필요할 것이다. 특히 정부는 획기적인 에너지 정책의 변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큰 흐름에 발 맞춰 적응하는 모습이라도 보였으면 한다.

박인규 : 얘기를 들어보니 재생가능 에너지의 앞날이 밝지 않다. 정부의 의지나 시민의 지지도 약하고, 그렇다고 기업이 경쟁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기존의 에너지업계는 계속 훼방을 놓고, 외국 기업은 국내 재생가능 에너지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뾰족한 해결책은 없지만 여러분을 포함해 함께 지혜를 모아 돌파구를 마련해야겠다.

* <프레시안>은 국내외 재생가능 에너지를 둘러싼 각종 상황을 두 차례의 연속기획물로 살펴본 데 이어 조만간 재생가능 에너지의 어려운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는 세 번째 기획으로 다시 독자 여러분을 찾을 계획입니다. 계속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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