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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정말로 우리가 얻어낸 것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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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정말로 우리가 얻어낸 것 맞나?

[한미FTA 뜯어보기 436 : 기고] 한미FTA 중 '개성공단 협상결과' 들여다보니

<중앙일보>와 열린우리당이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영웅'으로 부르는 사이에, 미국은 세 가지 차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 대한 법적 검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첫째, 미국 통상법(2104(e)조)에 따라 미국의 각 산업분야별 위원회(advisory committee)가 협정문을 평가하는 중이다. 미국의 농업계, 식품업계, 영화업계, 자동차업계, 섬유업계 등 30여 개가 넘는 이들 위원회 아래서 약 700여 명의 산업 종사자들이 한미 FTA 협정문을 검증하고 있다.

믿기 어렵거든, 지금 당장 미국 무역대표부(USTR)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미-호주 FTA 사례를 보라. 이 FTA가 타결된 때가 2004년 2월 9일이었다. 당시에도 미국은 산업별 위원회가 30일 동안 협정문을 검증했다. '영세 소수 사업체(Small and Minority Business) 위원회'도 그 중 하나다. 이 위원회가 미-호주 FTA 검증 보고서를 제출한 때가 바로 협정 타결 후 30일간이라는 검증 기간이 끝난 2004년 3월 9일이었다. 이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미-호주 FTA 협정문의 4.1조, 5.2조 등 약 10개 조문에 대해 수정을 요구했다.

이같은 산업분야별 위원회의 검증 결과가 최종 협정문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의 모든 산업계가 미 통상법에 따라 한미 FTA 협정문을 제공받고 이에 대한 검증에 들어갔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이 5월 중순에야 협정문을 공개하겠다는 배경은 바로 이같은 미국 산업계의 평가와 피드백 절차를 고려한 것이다. (나머지 두 개의 법적 검증 절차, 즉 미국 통상법에 따라 미 무역위원회(ITC)가 협정 타결 후 180일 간 진행하는 영향평가 절차와 미 의회의 상시적 협의절차에 대해선 생략하기로 하자.)

한국이 개성공단 사업을 하는 이유부터 재점검해 보자

필자는 지난해 10월 출판한 졸저 <한미 FTA의 마지노선>(개마고원 펴냄)에서 한미 FTA에 개성공단 조항을 포함하는 것은 한국의 본질적 이익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만일 미국이 개성공단 조항을 수용한다면 단단한 안전장치를 심어 놓을 것이고 별도의 대가를 꼬박 챙길 것이라고 썼다. 이러한 종래의 입장에서, 한미 FTA의 개성공단 조항을 평가하고자 한다.

한국에게 개성공단 관련 협상의 성공기준은 무엇일까? 우리가 개성공단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독자적 역량으로, 북한의 북한식 경제개방 관리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개성공단은 남한과 북한이 북미 간의 대립과 긴장으로부터 최대한 독립적으로, 지속적으로 협력하기 위한 장치다. 처음부터 개성공단은 한미 FTA의 중심 변수가 아니었다. 현재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시계, 일부 자동차부품 등이 중동, 러시아, 유럽으로 수출되고는 있으나, 의류, 신발 등은 대부분 한국의 내수 시장이 흡수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개성공단을 예비사업 단계인 지금의 '5만 평 규모의 시범공단'으로부터 착실히 끌어 올려 1단계 사업인 '100만 평 정도의 명실상부한 공단'으로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은 북미 간의 대립이나 타협과 관계없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결국 개성공단은 북미수교 및 북한식 개방의 전면화 그 이전의 단계에서, 한국이 독자적으로 북한 측에 북한식 개방 관리의 적응 기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북한식 개방을 지원하는 교두보라 할 수 있다.
▲ 개성공단 입주업체인 삼덕스타필드의 공장 앞뜰에 북측 노동자들의 출퇴근용 자전거가 정렬되어 있다(왼쪽). 북측 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가운데와 오른쪽). ⓒ프레시안

그러므로 개성공단의 성공은 북한과 미국이 수교하고 양국이 정상적 무역관계를 가질 때 이뤄진다. 미국은 1974년 통상법에서부터 북한과 같이 자국민의 자유로운 해외이주를 허용하지 않은 비(非)시장국가(non-market economy)에 대해서는 '정상 교역 관계(normal trade relations)'의 지위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상호간 통상협정의 체결도 일체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나라의 제품에 대해서는 미국의 통합관세율표상의 특혜관세율(FTA)이나 일반 관세율(WTO)보다 7~10배나 높은 차별적 고율관세('칼럼 II 관세율)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은 그런 방식으로 북한의 미국시장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통상법상의 수단만이 봉쇄조치의 전부는 아니다.) 미국 통상법은 이를 '기본적인 인권의 보장'이라는 명목으로 합리화하고 있다.

이러한 통상법 체제 아래에서 북한산 제품이 미국으로 정상적으로 수출되기 위해서는 미국 의회가 북한에게 정상 교역 관계국의 자격을 부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국조차 미국으로부터 '항구적 정상교역 관계국(PNTR)'의 자격을 부여받은 때가 몇 년 전인 2000년 9월이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지 거의 1년 뒤의 일이었다.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정상교역 관계국의 자격을 부여받을 때, 개성공단산 제품이 북한산으로 취급되어야 할지 한국산으로 취급되어야 할지는 일차적으로 북한 지도부가 북한식 개방전략에 따라 결정할 문제이다. 북미수교 이후 북한은 WTO에 가입할 것이고 150여 개의 WTO 회원국들과 무역을 추진할 것이다. 이 때 북한 지도부가 대외통상 전략을 어떻게 짤 것이고 미국 시장, 개성공단 그리고 한미 FTA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북한의 판단 사항이 될 것이다.

비핵화의 진전과 노동기준의 충족?…'개성공단 조항화' 단서들

이제 한미 FTA의 개성공단 조항으로 들어가 보자. 정부는 개성공단 조항을 원문 그대로 밝히지 않아 매우 답답하다. 일단 정부가 내놓은 보도자료에 의존해서 보면, 한국과 미국이 FTA 발효 후 1년 안에 '한반도 역외가공지역 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는 것, 그리고 이 위원회에서 한반도 비핵화 진전과 노동기준 등 일정 요건을 북한이 충족할 경우 한국산 원산지 인정 지역을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전부다.

그런데 여기서 한반도 비핵화 진전은 무슨 의미일까? 비핵화는 통상 핵 폐기를 뜻하며, 잘 알려져 있다시피 북한의 핵 폐기는 북한의 체제 유지와 직결된 문제다. 지금의 북미 간 합의대로라면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경우 북미수교가 이뤄질 것이고, 미국은 북한에 정상교역국가의 자격을 부여할 것이다. 그 때에는 미국이 북한에서 생산된 제품에 더 이상 차별적 고율관세를 매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북한산 제품의 원산지를 북한으로 표시해 미국에 수출할 수 있다. 이 상황에서는 개성공단의 의의와 위상은 지금의 모습과 전혀 다르게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미국은 왜 개성공단 조항에 노동기준 충족이라는 조건을 달았을까? 통상 개성공단에서의 노동기준 충족은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직접지불과 노동권 보장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는 북한식 개방의 성격과 체제의 본질을 좌우할 근본적 문제다. 결코 한미 FTA라는 하나의 통상협정을 지렛대로 삼아 북한을 흔들 사안이 아니다.

이렇게 미국은 한미 FTA 개성공단 조항에 이처럼 북한 체제와 관련된 근본적인 단서를 달아둠으로써 북한 체제와 북미 관계와 무관하게 한국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개성공단 사업의 시대적 의의를 사실상 부인했다. 나아가 미국은 개성공단의 향방에 개입할 지렛대를 확보했다. 아직 한미 FTA의 개성공단 조항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히 판단할 수 없지만 이 조항은 북미 수교 전 단계에서는 사실상 아무런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 지난달 38일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임동원 전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특보,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을 방문해 북한 근로자들과 함께 직접 신발을 만들어 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공짜로 '개성공단 조항' 내줬을까?

그렇다면 한국은 왜 한미 FTA에 한사코 위와 같은 개성공단 관련 조항을 두고자 했을까? 필자의 주관적 판단이지만, 그 용도는 열린우리당 의원들로 하여금 한미 FTA에 찬성할 명분을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 조항이 없더라도 한미 FTA에 찬성할 것이므로.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영웅이라고 칭송한 것도 그들의 입장에서는 진심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영웅론이 아니다. 미국이 공짜로 선심 쓰듯 개성공단 조항이라는 한국 국내용 조항을 협정문에 깔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먼저 한미 FTA 협정문을 적어도 이해당사자와 전문가들에게 신속히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개성공단 조항 을 포함해 다른 많은 쟁점들에 대한 생산적 토론과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 미국은 지금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로 가자면서, 왜 이런 것은 이다지도 악착스럽게 한사코 거부하는가?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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