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31일 오전 7시 전 타결'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와 청와대가 농업 분야 협상에서 '쌀, 그리고 가능하면 쇠고기와 오렌지(귤)까지만 지키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통상장관급 협상 둘째날인 27일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 측 협상단은 3월 초 열린 8차 협상이 끝난 후 농업 분야의 'U(Undefined, 관세철폐 이행기간 15년 이상 또는 개방예외)' 품목을 쌀, 쇠고기, 오렌지 3가지(일반품목 기준) 내외로 압축했다.
한국 측 협상단은 7차 협상 때까지만 해도 농업 분야에서 20여 개의 개방예외 품목을 마지노선으로 정했다가, 마지막 공식협상인 8차 협상에서 10여 개로 줄였다. 이 마지노선이 협상 최종 단계에서 다시 3개 내외로 줄어든 것. 지난 2004년 4월 1일 발효된 한-칠레 FTA에서도 U 품목으로 합의된 것은 쌀, 쇠고기, 오렌지뿐이었다.
하지만 통상교섭본부 쪽에서 '쌀 하나만 지켜도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태라 이 마지노선이 다시 쌀 하나로만 줄어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나머지 민감품목들은 일단 개방 대상으로 하고, 필요시 저율관세할당(TRQ)이나 세이프가드(safeguard)로 보호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최종 협상을 지휘하고 있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열린우리당 FTA 특위에 참석해 "쌀 같은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는 요구가 있을 때는 (협상이) 결렬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고, 김종훈 한국 측 협상 수석대표도 전날 브리핑에서 동일한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이는 '쌀만 개방예외 품목으로 하면 협상 성공 아니냐'는 표현을 정치적으로 포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중동 순방 중인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하는 경제 관련 고위급 관계자도 이날 "쌀 개방을 할 바에는 한미 FTA를 체결하지 않겠다"면서도 '오렌지와 쇠고기도 쌀과 같은 딜 브레이커 수준의 초민감 품목이 맞느냐'는 질문에는 긍정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지난 23일 국회 농해수산위(위원장 권오을 한나라당 의원)가 한미 FTA에 반대하는 성명을 공식으로 발표한 것도 이같은 정부의 입장을 전해들은 것이 그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농업 분야의 대폭 양보는 이미 예상돼 온 것이기는 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에서 1차 고위급 협상이 진행되던 지난 20일 농·어업인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과 함께 하는 업무 보고'에 참석해 "우리가 농업을 과연 방어하고 보호할 수 있는가"라며 "한미 FTA를 통해 1차 농업 구조조정을 하자"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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