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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로 실각한 탁신, 복귀는 시간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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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쿠데타로 실각한 탁신, 복귀는 시간문제"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14〉타이 민주노조연합 의장

소묘트 프룩사카셈수크 타이민주노조연합 의장은 1970년대 이래 타이에서 민주화 운동을 해 왔다. 특히 1990년대부터는 타이에서 민주적인 노동운동을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해 오며 노동운동과 시민운동 간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1990년대 이후 타이와 한국의 노동운동의 협력 증진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소묘트 의장은 2006년부터 정치 평론을 통해 타이 정치에 대해서도 남다른 탁견으로 여론을 선도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의 초청으로 타이의 병원 노동자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 소묘트 의장을 만나 2006년 9월 19일 군부 쿠데타 이후 타이의 현황을 들어봤다. 다음은 소묘트 의장과의 일문일답.


"탁신 정권은 타이 최초의 포퓰리즘 정권"

- 2006년 9월 19일 군부 쿠데타로 쫓겨난 탁신 정권의 성격을 어떻게 보는가?

"탁신은 타이 정치사에서 포퓰리즘을 동원한 첫 정치인이고, 그의 정당인 '타이락타이(타이사랑타이당)'는 첫 포퓰리즘 정당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물론 탁신은 노동자, 서민을 위한 포퓰리스트는 아니고, 현대적 자본가를 위한 포퓰리스트였다."

- 탁신 정권을 '자본가를 위한 포퓰리즘' 정권으로 규정하는 이유는 뭔가?

"탁신 스스로가 통신 재벌 출신의 자본가다. 그의 정부는 자본가를 위한 정책을 추진했다. 예를 들어 국영석유가스(PTT)를 민영화했고, 중단됐지만 태국전력(EGAT)도 민영화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대자본이 큰 혜택을 받았다. 형식적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사회에서 어느 정부도 자본가 계급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정책만 노골적으로 집행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국민적 동의는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탁신 정권도 이 점을 알았다. 그래서 자본가에게 100이 간다면 20~30 정도의 혜택을 다른 계층에게 나눠주는 정책을 채택했다. 그리고 그 수혜자가 바로 농민, 빈민, 노동자였다."
소묘트 프룩사카셈수크 타이민주노조연합 의장.ⓒ프레시안

- 보통 사람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혜택을 주었는가?

"국민의료서비스가 확충됐다. 대표적으로 노동자들이 공짜로 치과에 갈 수 있게 해줬다. 노동자들이 애를 낳으러 병원에 가도 무료였다. 노동법도 과거 정권에 비해 개혁적인 내용으로 노동계와의 대화를 통해 개정하려 했다. 농민이나 빈민은 30바트(900원)만 내면 병원에서 모든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농가부채도 3년간 유예시켜주었으며, 정부 예산에서 농업 기금을 마련해 농촌 지역을 개발했다. 다른 한편으로 마약을 단속해 사회 치안을 개선하려 했다. 이런 정책들이 대중, 특히 농민층과 빈민층에서 지지자를 만들어냈다."

- 자본가를 위한 정책을 쓰면서 서민들에게 혜택을 줬는데도 민심이 이반해 반(反)탁신 시위가 확산됐던 이유는 무엇인가?

"일차적으로는 중산층, 즉 중간 계급과 지식층, 그리고 중소자본가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당한 경제력을 비축한 중간 계급은 무상 의료를 확대한다고 큰 혜택을 보진 않는다. 농가 부채 유예나 농업 기금 확충도 이들과는 상관없다. 노동법이 개정되지 않더라도 기본권을 보장받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반면, 이들은 탁신 정권의 자본가를 위한 정책에는 불안을 느꼈다. 탁신 정권은 중소자본보다는 대자본을, 전통적인 자본가보다는 현대적인 자본가를 대변하려 했다. 서민에게 적당한 떡고물을 흘리면서 불만을 무마하는 동시에 대자본가를 위한 정책을 폈던 것이다.

중국, 인도, 호주,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했다. 시장개방과 국영기업의 민영화에도 적극적이었다. 시장개방의 가장 큰 피해자 가운데 하나가 중간계급이다. 이들은 제한된 경쟁은 선호하지만, 무한 경쟁은 회피하려 한다. '국부를 팔아먹으려 한' 탁신이 중간계급의 민족주의 정서에 반감을 산 것이다.

또 탁신 정권의 부패와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가 사회적 분노를 증폭시켰다. 탁신의 가족과 친구들이 정부 정보를 미리 빼내 떼돈을 번 게 한두 건이 아니다. 거액의 세금 포탈은 기본이었다. 이런 게 쌓이다 보니, 정권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었다. 하지만, 태국 정치가 부패하지 않은 적이 없었으며, 지배층은 늘 탈세를 일삼았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일당 지배에 따른 의회민주주의의 불구화도 한몫 했다. 국회 의석이 500석인데, 375석을 타이락타이당이 장악하고 있었다. 타이 헌법재판소가 무효 처리한 2006년 4월 선거에서는 500석 가운데 무려 460석을 석권했다. 탁신 정권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불가능한 구조였다."

"국왕은 실질적 힘 가진 존재…탁신과 경쟁 관계"

- 탁신 정권이 국왕의 권위에 도전했기 때문에 무너졌다는 분석도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탁신은 국왕에 대한 존경심이 없었다. 입헌군주제인 타이의 전통을 무시하고 '공화국'과 '대통령'을 꿈꿨다. 타이 사회에서 국왕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다. 그런데, 탁신이 금기를 깨고 이에 도전한 것이다. 타이에서 군주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의회를 통과한 모든 법은 최종적으로 국왕의 승인을 받아야 효력이 발생한다.

스웨덴이나 네덜란드 왕들과 달리 타이 국왕은 상징적인 존재가 아니며, 실질적인 정치권력을 보유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국왕은 엄청난 부를 소유하고 있다. 타이에서 가장 많은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고 있으며, 기업은 물론 은행까지 갖고 있다. 한국식 개념으로 재벌인 것이다."

- 탁신도 정치권력을 쥔 수장이자 재벌 회장이었다. 국왕과 탁신 사이의 파워게임이 군부쿠데타로 이어졌다는 말인가?

"탁신이 타이 사회의 금도를 깨고 국왕의 권위에 도전하고 훼손하려 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쿠데타를 주도한 군부와 국왕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 다만 쿠데타가 일어난 후 국왕의 자문기구인 추밀원 의장이 군부 쿠데타를 승인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사태를 종결시켰다."

"탁신 복귀는 시간문제…재계로 복귀할 것"

- 쿠데타 정부의 장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한마디로 전망 없는 정부다. 나라를 어떻게 운용할지 모른다. 쿠데타 세력이 임명한 각료 대부분이 60대가 넘은 사람들이다. 타이 안팎의 상황은 빠르게 급변하고 있다. 구태의연한 처방으로 오늘의 도전에 대처할 순 없는 것이다. 군부가 권력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총선을 통한 민간정부로의 권력이양은 필연적이다."

- 해외에 머물고 있는 탁신의 복귀가능성은 없는가?

"탁신은 타이 최대 재벌의 소유자다. 쿠데타로 실각했지만, 그의 재산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지배층은 사유재산이 갖는 의미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압류나 몰수 등의 방법을 동원해 탁신의 사유재산을 건드릴 경우,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들에게 되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안다.

탁신은 여전히 타이 경제의 최대 실력자고, 그의 정당이 몰락하기는 했어도 100석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농민층이 그의 복귀를 원한다. 타이에서 농민층의 정치적 영향력은 대단하다. 정치적 복권은 어렵지만, 경제인으로서의 복귀는 시간문제다."

- 타이 민주주의의 장래가 어둡게 느껴진다.

"그렇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타이 사회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독재와 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은 더 커졌고, 쿠데타도 좋게 보진 않는다. 기존 정당의 무능과 부패가 단기적으로는 정치 불신으로 나타나겠지만, 길게 보면 민중의 각성을 통한 정치세력화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 타이는 역동적인 변화 도정을 지나고 있다. 노동운동, 지식인운동, 사회운동, 농민운동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이런 요소들이 새로운 정당 건설로 이어지면서 타이 민주주의를 진전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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