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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한미FTA 협상이 막바지라고 하는가?

[한미FTA 뜯어보기 208 : 갈림길에 선 FTA 협상(1)] 석궁의 경고음과 법률시장 개방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중요한 갈림길에 섰다. 온 국민이 이제 '타결이냐 결렬이냐' 이 두 개의 선택지를 놓고 정부 쪽 움직임만 주시하고 있다.

지난 1~6차의 협상 기간 동안 한미 FTA 협상단 및 한미 FTA 찬성론자들과 한미 FTA 반대론자 및 신중론자들은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논쟁을 벌였으나, 서로 첨예한 입장 차만 확인했을 뿐 이런 논쟁의 결과를 실제 협상에 반영하지는 못했다.

이처럼 '앞만 보고 질주하는' 한미 FTA 협상의 막바지에 송기호 변호사가 '어떻게 하면 한미 FTA가 좋은 FTA가 될 수 있겠는지'를 몇 차례의 글을 통해 제시할 예정이다. 송 변호사는 그 동안 한미 FTA 찬성과 반대라는 양 극단의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나, 정부가 어떻게든 한미 FTA를 체결하려는 현실 속에서 구체적인 협상 내용 및 과정 상의 문제점들을 지적해 왔다.


특히 송 변호사는 이미 여러 차례의 <프레시안> 기고에서 '쌀은 한미 FTA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 '한미 FTA 협정문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를 빼야 한다', '한미 FTA를 통해 법률시장은 꼭 개방해야 한다' 등의 논쟁적인 화두를 던져 국내 '한미 FTA 논쟁' 지형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민변 '한미FTA 소위원회'의 위원이기도 한 송 변호사는 '갈림길에 선 FTA 협상'이라는 연재물을 통해 한미 FTA에서 우리가 꼭 얻어야 할 이익들, 한미 FTA가 체결된 후 한미 양국이 부딪힐 절차적인 문제들, 특히 한국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사안들, 그리고 협상 전략의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짚을 예정이다. <편집자>

'석궁 사건'은 한국 사회의 신뢰성 위기가 격렬한 폭발을 앞두고 있다는 경고다. 재판에서 진 사람이 판사에게 보복하는 사회는 문명사회가 아니라는 상식을 가지고 있을 상당수의 시민들이 김명호 전 교수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배경에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있다.

그러나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최초로 잉태되는 곳은 법정만이 아니다. 시민과 기업이 변호사를 '사는' 법률서비스 시장에서의 장벽과 차별도 그 불신이 잉태되는 온상이다. 그 장벽을 허물고 차별을 줄이지 않고선 우리는 사법부에 대한 신뢰성 위기를 온전히 극복할 수 없다.

근대 사법제도는 소송 당사자들이 직업 법관 앞에서 대립하면서 요령 있게 상대방을 공격하고 자신을 방어할 것이라는 전제 위에 성립됐다. 소를 제기한 사람이 아무리 억울하고 본인이 옳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직업 법관 앞에서 요건에 맞게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지 못하면 승소를 보장할 수 없다.

그러므로 소송 당사자들이 법정에서 상호 평등하게 공격과 방어를 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는 곳인 법률서비스 시장이 발달하지 못하면 근대 사법제도는 실패하기 쉽다.

소송뿐 아니라 한국의 기업과 시민은 갈수록 더 복잡해지고 전문화되는 법률문제들에 부딪히고 있다. 또 국제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법률문제들도 급증하는 추세다. 하지만 한국의 법률서비스 수준은 이런 현실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법률시장만큼은 소비자 중심으로

필자는 <녹색평론> 2006년 5/6월호에서부터 졸저 <한미 FTA의 마지노선>에 이르기까지 한미 FTA 협상에서 법률시장을 전면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우리 법률시장의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전 대법관이 대법관 직에서 퇴임한 후 법률회사(로펌)에서 받았다는 월 4400여만 원의 급여 액수에만 놀라는 것은 온당치 않다. 장관급, 차관급 법관들이 끊임없이 대형 법률회사에 채용되는 현실은 결과적으로 사법부가 공급자 우위 법률시장 체제의 한 축으로 기능했음을 뜻한다.

소비자가 전관 여부를 기준으로 서비스의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법률시장 체제에서는 소비자를 위한 품질 경쟁과 가격 경쟁이 피어나지 못한다. 로스쿨 졸업생을 늘리는 것으로는 역부족이다.

물론 법률시장을 전면 개방한다고 해서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바로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법률서비스를 의료보험과 같은 공공서비스 체제로 운영하지 않는 한 적어도 법률 시장만큼은 소비자 중심의 시장으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

한미 FTA를 통해 우리 법률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미국 변호사들은 국내에서 한국 변호사들을 고용하거나 한국 변호사들과 합작 사업을 할 것이다. 특히 엄청난 숫자의 한국계 미국인 변호사들이나 한국 국적의 미국 변호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 변호사들과 합작해 새로운 법률회사를 세우게 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들이 한국의 법률시장에서 의미 있는 경쟁자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의 현실에서 대외 법률관계가 중요한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이들 법률회사의 서비스를 환영할 이유는 많다.

범국본 보고서의 '법률시장 개방 반대'에도 수긍하기 어려워

하지만 한국 정부는 한미 FTA 협상에서조차 한사코 법률시장을 지키려고 하고 있다. 정부는 협상에서 미국 변호사들에게 국내에서 '변호사'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게 하고 대신 '외국법 자문사'라는 명패를 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한국 변호사와 합작해 법률회사를 설립하는 것과 한국 변호사를 고용하는 것을 금지시키겠다고 하고 있다.

이는 법률시장에서 의미 있는 경쟁자의 출현을 저지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런 개방은 개방이 아니다. 이런 FTA 협상은 시민과 기업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일본이 이미 1987년 법률시장의 문을 열었고, 2005년에는 국내 변호사 고용과 국내 법인과의 합작을 허용하는 전면개방으로 나아갔다. 일본에서 미국 변호사들은 '외국법 사무 변호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중국마저도 이미 1992년에 외국의 변호사들이 사무소를 열 수 있도록 시장을 개방했다. 2005년을 기준으로 중국 상하이에만 82개의 외국 법률회사들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수도인 서울에는 단 한 곳의 외국 법률회사도 없다.

법률서비스와 같은 전문서비스의 경쟁력을 중국보다 '먼저' 확보하기 위해 한미 FTA를 한사코 해야겠다는 정부가 법률시장 전면 개방은 한사코 거부하는 것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미스터리는 없다.

이런 점에서 '한미FTA 저지 범국민 운동본부' 정책기획단이 지난해 7월에 발간한 <한미 FTA 국민보고서>가 한미 FTA 협상 전반에 대해 적절하고도 예리한 문제 제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시장의 전면 개방에 반대한 점은 수긍하기 어렵다.

법률시장 지키기 위해 미국엔 뭘 내줘야 할 것인가?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이 법률시장 전면 개방을 요구하는 미국의 집요한 손길을 무마하기 위해 다른 무엇인가를 미국에게 내줄 가능성이다.

누가 한미 FTA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하는가? 협상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한국이 법률시장 전면 개방 카드를 꺼내 이를 우리 측에 이롭게 할 지렛대로 사용하지 않는 한 협상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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