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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는 거짓말, 누구 집 황소를 잡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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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는 거짓말, 누구 집 황소를 잡을 것인가?"

[월러스틴의 '논평'] 불가피한 세금 인상에서 던져야 할 질문

"누구의 세금이 인상되는가?"

죽음과 세금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는 오래된 격언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들 대부분은 이 두 가지가 자신에게 닥치는 것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엄청 애를 쓴다. 사실 세금이란 어디에서든 참 인기 없는 아이디어다. 자신에게 부과된 세금이 너무 적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들 거의 모두가 필요한 일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처리했으면 하고 원한다는 점이다.

최근 프랑스에서 아주 놀랄 만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프랑스는 세계에서 세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의 하나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의 대다수가 세금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믿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현재 프랑스에서는 우파세력이 집권했음에도 불구하고 좌파 유권자보다는 우파 유권자가, 가난한 유권자보다는 부자 유권자가 그런 걱정을 더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전임 시장이 추진한 '호화 청사'로 물의를 빚었던 성남시가 최근 지급 유예 선언을 했다.

확실한 것은 오늘날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를 막론하고 세계의 어떤 정부든, 정부 지출, 즉 법에 명시돼 있거나 유권자 대다수가 원하기 때문에 정부가 반드시 써야 하는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재원을 가진 정부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정부들은 인기 없는 정책임을 알면서도 돈을 꾸고 또 꾸거나, 누군가를 희생시켜 가면서 특정 비용을 줄인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차입이나 비용 삭감만으로는 충분한 재원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 결과 세계의 모든 정부들이 세금을 올리고 있고, 앞으로도 수년간 계속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 정부들 대부분은 실제로는 세금을 올리면서도 그러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세금 인상을 어떻게 숨길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첫번째 방법은 정부 제공 서비스의 요금을 인상하는 것이다. 만일 정부가 민원서류나 면허증 발급 요금을 올린다면 이는 신청인에 대한 세금 인상이 된다. 또 만일 연금 수령 시작 연령을 늦춘다면 이는 잠재적 연금생활자들에 대한 세금 인상이 된다.

두 번째 방법은 이전에 제공했던 보조금을 없애는 것이다. 예컨대 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없앤다면 이는 기업에 대한 세금 인상이 되며, 대체로(항상은 아니고) 이 부담은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실업수당처럼 개인에게 지급되던 보조금이 없어지거나 줄어든다면 이는 개인에 대한 세금 인상이 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보조금 삭감은, 이는 잘 드러나지 않는데,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게 제공하는 보조금을 삭감하는 것이다. 이러한 보조금 삭감의 결과는 간단히 말해 세금인상의 현장을 전국 차원에서 지역 차원으로 옮겨 놓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보조금이 삭감될 경우) 지방정부는 2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세금을 올려 부족분을 메운다. 예컨대 지방세인 재산세의 세율을 올리는 것이다. 아니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그 지역의 교육 투자를 줄이는 것이다.

지방정부가 공교육 예산을 이전보다 덜 쓴다면 교육의 질이 낮아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 경우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모들의 대응은 자기 돈을 들여 자녀들에게 사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난한 가정의 자녀들은 보다 열악한 교육을 받거나 아예 교육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부자 부모들이 (자신들의 자녀만을 위한) 사교육 부담을 떠안은 것은 사실상 세금 인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유형의 세금 인상은 인구 모두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물론 세금을 피할 수는 없다. 특히 오늘날처럼 세계경제가 침체해 있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어떤 그룹, 또는 그룹들에게 더 큰 부담이 지워지는가 하는 것은 결코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한마디로 이는 누구네 집 황소를 잡을 것인가 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계급투쟁이라고 열렬히 호칭한다. 그 계급투쟁이 오늘날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다.

"세금을 낮추겠다"는 정치적 구호는 우리가 결코 믿지 말아야 할 유일한 슬로건이다. 어떤 식으로든 세금을 낮출 방법은 없다. (그러나) 보다 더 공정하든가, 아니면 보다 덜 공정한 방식의 세금 부과는 있을 수 있다. 우리 모두가 당면한 문제는 누구의 세금이 오르는가, 그리고 어떤 방식을 통해서인가 하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핵심적 정치투쟁 중의 하나이다.

* <월러스틴의 '논평'>은 세계체제론의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매달 1일과 15일 발표하는 국제 문제 칼럼전문번역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글을 배급하는 <에이전스 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월러스틴 교수의 칼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7월 15일 285회 논평 원문보기)

* '( )'는 월러스틴의 표기이며 '[ ]'는 번역자가 추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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