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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 기본법도 없이 테러자금 금지법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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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테러방지 기본법도 없이 테러자금 금지법이라니"

최재천 의원 "미국 주도 대북압박 편승으로 보일 것"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이 4일 차관회의에서 통과된 '테러자금 조달의 금지를 위한 법률(테러자금조달금지법)' 제정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 법의 도입 필요성에 대한 국내적인 공감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고, 나아가 이 법이 우리 정부의 '햇볕정책' 기조를 뒤흔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테러자금조달금지법은 재정경제부 장관이 테러 혐의가 있는 개인이나 단체의 금융거래를 동결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미국은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우리 정부에 이 법을 제정하라는 압박의 수위를 높혀 왔다. 우리 정부는 이런 미국 측 요구에 응해 올해 안에 이 법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과 이슬람, 어느 쪽이 테러 집단?"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의 최재천 의원은 이날 저녁 <프레시안>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에서 '테러'나 '테러 집단'에 대한 개념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테러자금조달금지법이라는 법안이 도입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최 의원은 "무엇보다도 전세계적으로 테러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며 미국은 이슬람을 테러 집단으로, 이슬람은 미국을 테러 집단으로 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이 법에서 테러를 어떻게 정의할지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와 합의가 아직 미흡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재경부는 테러자금조달금지법은 "알카에다, 탈레반 등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테러 집단"을 대상으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테러나 테러 집단의 규정에 관해서는 미국 측 입장을 따르겠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또 "'테러방지법'이라는 기본법도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테러의 정의, 테러 활동의 범위, 테러에 대한 제재수단 등에 대한 (총론 성격의) 기본법도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각론으로서의 테러자금조달금지법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테러방지법안은 2001년 11월 국가정보원의 발의로 국회 정보위원회에 제출됐으나 '제2의 국가보안법으로 오·남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국가인권위원회와 시민단체들의 반발과 유엔(UN)과 국제 인권단체의 우려 제기에 부닥쳐 입법이 무산됐다. 그 후 수 차례의 수정을 거쳐 2003년 11월 수정안이 다시 국회 정보위에 제출됐으나 결국 통과는 되지 않았다.
  
  테러방지법 최종수정안은 '테러'를 '국제적으로 공인된 테러 관련 국제협약에서 범죄로 규정한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또 이 법안은 '테러 단체'를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지목하는 단체 또는 이와 연계된 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은 국가정보원 아래 '대(對)테러 센터'를 마련해 현재 군, 경찰, 국정원에 분산돼 있는 테러 대응 업무를 집중적으로 기획·관리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이 법안에 따르면 대테러 센터는 법무부 장관에게 테러 단체의 구성원으로 의심되는 외국인에 대한 출입국 규제를 요청하거나, 국가 중요시설을 테러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대통령에게 군 병력의 지원을 건의할 수 있다.
  
  "정부의 햇볕정책 기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최재천 의원은 다른 한편으로는 테러자금조달금지법에 대한 국내의 논의 자체가 남북관계를 경색시킬 가능성이 있는데다 이 법안이 실제로 도입·발효되면 남북한 양쪽의 정상적인 경제협력 및 교류 활동에도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최 의원은 "(우리 정부가 테러자금조달금지법의 제정을 추진하는 것이) 대외적으로 미국 주도의 대북 압박·봉쇄 전략에 편승하는 것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최근 경색 분위기인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최근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끝난 6자회담의 재개 및 협상진척에 이 법이 간접적으로나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의원은 또 "현실적으로 북한은 우리나라의 중요한 경제 협력국으로서, 우리나라는 북한과 경제적 거래를 하지 않는 미국과는 입장이 다르다"면서 "테러자금조달금지법은 개성공단 사업, 금강산 관광 사업 등과 관련된 정상적인 남북 간 상거래도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나아가 "이 법이 도입될 경우 (경제적) 교류와 협력을 통해 남북 간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우리 정부의 정책기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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