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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행복지수'는 불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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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행복지수'는 불가능한가?"

[화제의신간] <행복경제학>과 자본주의 시대의 행복론

<행복경제학>(하랄드 빌렌브룩 지음. 배인섭 옮김. 미래의 창 간)은 돈에 관한 인간의 심리를 지난 90년대 초반에 태동한 '행복경제학'의 최신 연구결과를 근거로 분석한 책이다. 특히 행복과 돈의 관계,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판단력 등을 살펴보면서, 사람들이 자신에게 가장 좋은 선택을 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얼마나 부실한 것인지 재미있는 연구결과들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독일 최고의 경제언론인 중의 한 사람 '으로 꼽히는 저자는 우선 사람들이 돈이라는 '아름다운 환상' 속에 빠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한다. 억만장자 폴 게티는 "돈이 없는 사람은 항상 돈을 생각한다. 돈이 있는 사람은 오로지 돈만 생각한다"고 말했으며, 오스카 와일드는 "젊은 사람은 돈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더 나이를 먹게 되면 돈이 전부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고 말할 정도라는 것.

저자와 같은 독일인들의 경우 '재정적인 자유'는 가장 중요한 삶의 꿈이다. 조사를 해보니 독일인들에게서 이 자유는 '환상적인 여행', '정말로 기쁨을 주는 직업' 등을 큰 차이로 따돌린 것은 물론, '위대한 사랑'마저도 5퍼센트 차이로 제쳐 버렸다.

보도 섀퍼의 <재정적인 자유로 가는 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하지만 돈은 역시 '아름다운 환상'이다. 조지 버나드 쇼는 "60세가 되어 20세 시절보다 열 배 부자가 된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 누구라도 열 배 더 행복해졌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돈의 행복 기여도, 연소득 1만 달러 이상에서 급감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 학자들은 우리가 갖고 있는 행복의 느낌이 80퍼센트까지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되어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정해진 80퍼센트를 제외한 나머지 20퍼센트를 가지고 행복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그런 노력이 가장 강하게 집중하는 대상이 바로 돈이다. 그렇다고 돈이 행복을 보장해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문제는 단순하다. 어떻게 수단과 목적이 뒤바뀌는 그런 일이 생겨났을까.
▲ <행복경제학>(미래의 창 간. 하랄드 빌렌브룩 지음. 배인섭 옮김) ⓒ프레시안

이에 대해 부의 논리를 가장 강력하게 변호해 온 경제학자들조차 기존의 경제학에 회의를 느끼며 태동시킨 것이 '행복경제학'이다. 소득과 재산이 삶 속에서 실제로 느끼는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는 경제학의 한 분야로 15년도 안 된 역사를 지녔다.

연구 결과의 일단을 살펴보면, 2차대전이 끝난 뒤 영국인과 일본인이 느끼는 삶의 만족은 거의 변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들의 실제 소득은 2배 이상 증가했다. 독일, 프랑스, 그리고 거의 모든 서구 산업국가에서도 비슷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마이어스는 당혹해 하며 말했다. "우리는 두 배로 부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덜 행복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돈이 어떻게든 기이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성격을 파괴한다거나, 아니면 아예 덜 행복하게 한다는 말일까?

물론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들이 충족되지 않는 한, 아무도 "가난하지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하루에 5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목숨을 지켜야 하는 인류의 절반에게는 돈을 갖는 것이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가 된다. 돈은 그들에게 순수한 행복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지구인의 나머지 부유한 반쪽은 그런 기본적인 욕구들을 벌써 예전에 충족하고 있다. 행복경제학이 찾아낸 중요한 발견이 거기에 있다. 바로 연소득 약 1만 달러가 그 임계점이라는 것이다. 약 1만 달러 이상의 연소득은 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단기간에 스러지게 한다.



왜 그럴까? 그 원인은 인간이 지닌 '적응력'과 관련이 있다. 소득이 늘고 나면 처음 1년간은 현저하게 높은 만족감을 보인다. 두 번째 해에도 여전히 눈에 보일 만큼의 영향을 발견할 수 있지만, 세 번째 해가 되면 거의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네 번째 해에는 급기야 만족감이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만다.

결국 우리가 지속적으로 더 많은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열심히 돈을 벌려고 해도 어찌 된 일인지 절대로 충분하지 않다. 더 많이 가진 남과 비교하는 부의 상대성은 돈이 우리를 지속적으로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좋은 것이 무엇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우리는 실제로 타고난 불량 항해사로 우리가 탄 행복의 배를 제대로 조종하지 못한다. 우리가 가진 지도는 너무 낡았고, 나침반은 급히 수리를 받아야 한다. 목에 건 망원경의 렌즈는 흠집투성이어서 바로 근처도 제대로 볼 수 없다.

행복경제학은 돈보다 더욱 분명하게 그리고 더욱 지속적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을 밝혀냈다. 바로 친구와 가족, 건강 등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히려 그런 요소들을 소홀히 한다.

행복경제학을 태동시킨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사람들은 물질적인 재화의 이용이 여러 가지 다양한 영향으로 무가치해진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면서 "가족이나 건강과 같은 본질적인 목표를 위해 써야 할 시간을 물질적인 목표를 위한 시간으로 사용한다. 결국 삶에 대한 만족감은 더욱 줄어들고 마는 것이다"고 비판한다.

다른 말로 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우리는 행복을 낭비하고 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잘못된 목표로 이어지는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

할인점과 럭셔리 브랜드가 동시 호황을 누리는 이유

돈은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행복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우리가 잘 모르듯이, 가격에 대한 우리의 판단력도 충격적일 만큼 형편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경험적인 연구들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가게를 떠나는 순간부터 이미 물건의 정확한 가격을 더 이상 기억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슈퍼마켓의 입장에서 300개의 제품 가격을 낮추고 아주 저렴한 할인마켓으로 인지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다.

런던의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의 가격 전문가 디터 키웰은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는 항상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전체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공급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가격이라고 하는 것은 부유함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것의 실제적인 크기가 우리의 의식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결정적이지 않다. 정작 중요한 것은 '느껴지는 크기'인 것이다.

따라서 현명한 상인은 소비자의 관심이 집중되는 단 10개의 가격만 낮춘다. 상인은 심지어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가격을 올렸지만, 그럼에도 고객들은 가격이 더 저렴해진 가게로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

보스톤의 MIT와 피츠버그의 카네기 멜론 대학의 학자들은 가격을 왜곡하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 확인했다. 이를 위해 교수들 중 한 명을 시인으로 만들었다. 정확히 말해서 한 교수가 시를 강연하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 실험을 위해서 교수가 시집을 손에 들 필요는 없었다. 그저 그런 사실을 공고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일군의 학생들에게 약 10분 길이의 시 강연을 10달러를 받고 듣겠는지 물었다. 다른 그룹의 학생들에겐 똑같은 강연에 대해 10달러를 내고 듣겠는지 물었다. 두 가지 경우 모두 학생들은 똑같은 제품을 공급받았다.

차이는 10달러를 받느냐, 혹은 오히려 10달러를 내느냐 하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두 그룹의 대답은 모두 '듣겠다'는 것이었다. 학자들은 확실한 결론을 얻었다. 소비자들이 돈을 쓰는 행위는 그들이 제품의 가치를 어떻게 믿고 있는가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경제학과 심리학을 통합 연구하는 뢰벤슈타인 교수는 "소비자들의 결정이 대부분 임의로 내려지는 것이라면, 자유시장이 부를 극대화한다는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저가 할인의 시대'에 럭셔리 브랜드가 호경기를 누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늘날 아무도 '평범'을 원하지 않는다. 가격이 싸든가 가격 자체가 가치가 되는 물건을 원한다. 제품의 가격은 생산비와는 관련이 없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가치'뿐이다.

왜 그런가. 저자는 "행복을 찾아가는 길에서 우리는 최고의 지식과 양심에 따라 행동하지만, 특히 돈이 걸려 있는 일이면 체계적으로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고 말한다.

인간은 경제학 이론들이 흔히 전제하고 있는 것처럼 냉철하고 합리적으로 효용을 극대화하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오히려 아주 불완전하고, 자기제어 능력이 부족하며, 나쁜 경험에서 유용한 교훈을 찾아내는 일관적인 사고가 결여된 동물이다.

"GDP 대신 국가행복지수를 정책의 척도로 삼아야"

그러나 행복경제학의 연구결과는 더 많은 재산이 더 많은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단순한 결론이 아니다. 돈으로 살 수도 있는 더 높은 지위는 개인에게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들은 지위가 낮아져 불행해진다. 그러므로 사회 전체로 볼 때, 더 많은 재산은 더 많은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국가가 고객에게 더 만족스럽고, 더 행복한 삶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가진 서비스업체라고 가정한다면, 국가는 벌써 옛날에 실패하고 파산 신청을 해야 했을 것"이라면서 국가 정책방향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제학자와 통계학자들이나 관심을 보일 낡은 척도인 국민총생산(GDP) 대신에, 정기적으로 조사된 '국가행복지수'가 보다 설득력 있는 척도로서 자리 잡아야 하며, 이를 근거로 정부는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효율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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