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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먼저 '국익'의 신기루 벗어나야"

[한미FTA 뜯어보기 140] 학계의 'FTA 대안찾기'…아직은 걸음마 단계

우리 사회의 진보적인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반대를 넘어 '한미 FTA의 대안 찾기'에 나섰다.

진보적인 학술연구단체들의 협의체인 '학술단체협의회'가 11일 중앙대학교에서 '한미 FTA, 세계화, 그리고 한국사회의 대안적 발전 전략'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에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인 이정우 경북대 교수를 비롯해 그동안 한미 FTA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데 힘써 온 국내 학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미국과의 FTA가 '우리나라 경제·사회 체제의 재구성'이라는 측면과 '한반도의 지정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세계 초강대국 미국과의 관계 재설정'이라는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날 학자들의 논의는 한미 양국의 내피와 외피를 여기저기 들쑤시며 자연스럽게 '한국사회의 미래'에 대한 논의로 확장됐다.
▲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미 FTA, 세계화, 그리고 한국의 발전 전략'이라는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학술단체협의회

그렇다면 이날 이들이 제시한 한미 FTA의 대안은 무엇이었을까? '90년대 말 IMF(국제통화기금)식 구조조정에 이어 한미 FTA로 계보를 이어가는 자본 주도의 세계화에 대해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하나의 합의된 주장 외에 학자들의 의견은 제각각 달랐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미 FTA를 막고 봐야 한다'는 의견에서부터 '한미 FTA를 거스를 수 없다면 일단 정부가 마지노선이라도 지키게 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한미 FTA 반대 운동의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 차가 있었다.

결국 한미 FTA에 대한 대안을 찾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된 심포지엄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당연한 명제를 재확인하는 것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번 심포지엄은 우리 사회의 진보적인 학자들이 '한미 FTA'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계기로, 지난 1987년 정치적 민주화 이후 이렇다 할 결집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던 상황을 탈피해 우리 사회의 미래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학계 차원의 공동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시장의 도전과 연대의 확보'라는 주제로 열린 종합토론에서 이들은 '미국식 시장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한국만의 고유한 발전전략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이에 대한 공동의 논의를 지속해 나가자고 다짐했다.

이해영 "미 민주당의 FTA 챙기기는 지금보다 강화될 것"

이날 종합토론에 참여한 학자들은 한미 FTA에 대한 그간의 논의들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협상 전망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장상환 경상대 교수 겸 진보정치연구소장은 "개발도상국의 선두에 서 있지만 언제 중국에 추격당할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 있는 우리나라의 위치가 불안하다"고 운을 뗀 후 "한미 FTA는 정부가 그런 측면에서 모험을 하는 것이고 사람들에게 상당히 어필하는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병천 강원대 교수 겸 참여사회연구소장은 "한국경제 성장 동력의 재구축, 산업구조 선진화,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다자간 협정, FTA를 포함한 양자 간 협정 등을 통해 개방의 이익을 얻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전제한 후 "하지만 현재는 개방 전략이 발전 전략을 대체하고 있는 상황인 동시에 통상 독재가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 겸 '한미 FTA 저지 범국민 운동본부' 정책기획단장은 지난 7일에 있었던 미국 중간선거의 결과와 관련해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한 만큼 민주당의 'FTA 챙기기'는 지금보다 더 강화될 것"이라면서 "특히 자동차 분야와 쇠고기 등 농업 분야의 압력이 거세질 것이고, 또 노동 분야의 협상이 다시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 비서관은 나아가 "지적재산권 분야, 투자·서비스 분야 등 중요한 분야의 협상은 (노무현) 대통령이 다 뒤집어 쓸 가능성이 높다"면서 "호주, 캐나다, 코스타리카도 (미국과 FTA 협상을 타결할 때)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즉, 한미 FTA 협상 막바지에 이르러 노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핵심 쟁점들을 극적으로 타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양희 "시장 논리에 대한 대항마로서의 정부가 존재하는가?"

이날 종합토론은 '한미 FTA의 마지노선만 지키면 한미 FTA를 체결해도 된다는 것이냐', '미국과의 FTA가 아니라면 다른 국가들과 맺는 FTA는 괜찮다는 것이냐', '한미 FTA 협상을 미국과 한국 간의 국익 챙기기 대결구도로 보는 것이 온당한가' 등 한미 FTA 반대운동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던 논란들이 논의의 중심에 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병천 교수는 "'한미 FTA의 마지노선'이라는 말에는 참 묘한 구석이 있다"면서 "마지노선만 지켜지면 FTA를 체결해도 괜찮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이어 "공공성(의 확보 차원)을 넘어서는 통상전략에 대한 논의가 없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김양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원은 "정부가 이야기하는 '국익'이 도대체 무엇이냐"고 질문을 던진 뒤 "국익에 대한 신기루가 있는 것 같다"면서 한미 FTA 협상을 한미 양국의 국익이 대립하는 장으로 보는 일부의 시각을 경계했다.

김양희 연구원은 이어 "(한미 FTA가 체결되면 우리 정부가) 공공성과 정책주권을 잃는다고 하는데 2006년 현재의 정부를 생각해 봤을 때 시장 논리에 대한 대항마로서의 정부가 존재하는가, 정부가 도대체 재벌을 개혁할 의지가 있는가, 정부가 서민을 위한 정부인가 삼성을 위한 정부인가"라고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한편 김양희 연구원은 "한미 FTA에 대해 논의할 때 유럽형 FTA, 미국형 FTA 등 유형론으로 나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대단히 위험하다"면서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것 자체가 자본의 논리이고, 자본의 논리를 대변하는 정부의 논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태인 "한미FTA 체결되면 민노당이 집권해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 이날 심포지엄을 계기로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 비서관,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박진도 충남대 교수, 이병천 강원대 교수, 김양희 KIEP 연구원, 장상환 경상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등 학계의 대표적인 한미 FTA 비판론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학술단체협의회

이날 종합토론에서는 한미 FTA에 대한 대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방향, 그리고 이 대안을 마련하는 방식에 대한 학자들 각자의 생각이 나오기도 했다.

'당장이라도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미시적인 주장에서부터 '글로벌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거시적인 주장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비록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이런 의견들이 하나로 묶이지 않았지만, 이를 한데로 모아 '한미 FTA의 대항마'를 마련해야 할 책임이 학계에 있다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이들 모두 공감했다.

장상환 교수는 "한미 FTA, 즉 더 높은 수준의 개방과 미국식 시장경제로의 전환 대신에 내놓을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라고 자문한 후 그 구체적인 대안들 가운데 하나로 "지금까지 조직된 노동자들은 어떻게 하면 월급을 더 받아서 생명보험에 들고 자녀들에게 사교육을 시켜 '바닥'에서 탈출할지에 골몰했다"면서 "이들이 사적시장에 쏟아 부은 돈을 세금을 통해 공적시장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태인 전 비서관은 "한미 FTA가 체결되면 (공공성의 확보는) 끝이다"면서 "민주노동당이 차기에 집권한다 해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공공교육의 확대, 무상의료의 제공 등 민노당이 공공성 확대를 위해 제시하고 있는 핵심 정책들이 대부분 미국기업의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은 결국 "한미 FTA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날의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병천 교수는 보다 거시적으로 "대안적 개방 전략은 개방의 이익과 불이익을 동시에 살피는 것인 동시에 (개방전략 자체를) 제자리 매김하는 것"이라면서 "발전 전략을 재구성하면서 그 속에서 개방 전략을 위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 FTA 저지 범국본의 정책기획 단장인 이해영 교수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세력이 확대된 미국 민주당 내 공정무역론자들 및 미국 시민사회와 연대해 한미 FTA 대신 '한미 공정무역협정'을 제안할 것"이라면서 "범국본 차원에서 '공정무역'의 내용을 만들어 대안으로 제시하는 작업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영 교수는 "지금처럼 민중민주(PD) 운동 진영과 민족해방(NL) 운동 진영이 사이가 좋은 적은 없었다"면서 "두 운동 진영이 어쩔 수 없이 동거해야 하는 현재의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진보 진영이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고 이날의 발언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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