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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빈민촌의 현주소, 파벨라와 메트로카블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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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빈민촌의 현주소, 파벨라와 메트로카블레

현장에서 본 남미<1> 누구를 위한 나라들인가

지난 2004년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를 계기로 중남미는 한국에 새로운 교역지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외교 무대에서도 최근 중남미는 미국의 '뒷마당'이길 거부하며 자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때마침 <프레시안>은 중남미에 관해 보다 균형 있고 현장감 있는 보도를 하고자 중남미의 현장을 직접 찾아갔다.

<프레시안>의 중남미 현장 취재는 한국언론재단이 중남미전문가 양성을 위해 최초로 마련한 전문가교육과정과 연계돼 10월 중 2주간에 걸쳐 이뤄졌다. 방문 지역은 콜롬비아, 브라질, 칠레 등 3개 국이었다.

<프레시안>은 이번 현장 취재 중 중남미 국가들이 내부에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과 문제점들이 무엇인지 그 '속살'의 일단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졌다. 아직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 나라들의 이면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1. 남미 빈민촌의 현주소, 파벨라와 메트로카블레
2. 국가 운명 걸린 마약과의 전쟁
3. 칠레의 국민연금 완전민영화, 과연 성공적인가 <편집자>


세계 3대 미항이라는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는 역시 절경이다. 그런데 아름다운 해변과 그 주변을 둘러싼 멋진 산봉우리들 사이에 '전혀 색다른 지역'이 펼쳐져 있다.

바로 브라질의 빈민촌을 일컫는 '파벨라' 중에서도 세계 최대의 빈민촌이라는 호시냐 파벨라였다. 남미의 빈부격차를 상징하는 빈민촌이, 다른 곳도 아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자연경관 속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 산 정상까지 치고 올라가 있는 파벨라. ⓒ 프레시안

28만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호시냐를 비롯해 크고 작은 빈민촌이 산재한 리우에서만 연간 1만 명 이상이 총기에 의해 살해된다고 한다. 대부분이 범죄조직들의 근거지로 이용되고 있는 파벨라에서 무장경찰들과 범죄조직들 간의 교전 중 희생된 무고한 주민들이다.

호시냐는 몇 년전부터 각광받는 이색관광지가 되고 있다. 수익을 파벨라 주민들과 나눈다는 명분으로 몇몇 관광업체들이 1인당 30달러씩 받고 2시간 가량 빈민촌을 안내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광객이 구경할 수 있는 곳은 산꼭대기에서부터 크게 4부분으로 나누었을 때 맨 아랫동네에 불과하다. 그 이상은 '범죄조직'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파벨라는 정부가 아니라 범죄조직이 장악한 곳이다.

관광객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가이드들은 노란 티셔츠를 입었는데, 이들은 "일행에서 떨어지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허락된 곳에서만 사진 촬영을 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이들의 경고가 형식적이 아니라는 것은 일행이 방문한 바로 다음날 일부 언론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리우의 파벨라 지역에서 마약조직과 경찰의 충돌로 8명이 죽었으며, 한 민가에 범죄조직원들이 들이닥쳐 2명을 죽였다는 보도다.

가이드를 따라 숨가쁘게 오르내린 호시냐 파벨라 가운데 아랫 동네의 인상은 '관광구역'이라서 그런지 나름대로 관리가 되어 있다는 느낌이었다. 사람 하나 겨우 드나들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이 요리조리 끊임없이 이어져 있는 가운데 청소가 된 흔적이 엿보였다.

다만 곳곳에 언제라도 누전을 일으킬 것 같이 위태롭게 수십 가닥의 전깃줄이 얼기설기 얽혀 어른 키 높이로 지나가는 모습은 이 지역에서 전기가 대표적인 '관리불능 대상'임을 보여준다.

파벨라에서는 우리나라의 1950~60년대처럼 주요 전신주에서 무허가로 전기를 따다 쓰는 일이 흔해 정부가 전기료 징수 노력조차 포기했다고 한다.
▲ 도저히 가닥을 잡을 수 없는 파벨라의 전기줄들. ⓒ 프레시안

브라질의 '파벨라'는 그 자체가 거대한 빈민촌을 의미한다면, 콜롬비아의 '메트로카블레(Metrocable)'는 빈민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산물'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콜롬비아의 경제중심지 메데인에 있는 메트로카블레는 지상철과 산동네 빈민촌을 연결하는 '도심케이블카'다. 관광지도 아니고 도심 한 가운데를 지나는 케이블카는 대단히 이색적인 존재임이 분명하다. 전 세계를 통털어 아마 유일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메데인 시정부에서는 이를 두고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교통시설"이라고 자부하지만 빈부격차를 어쩔 수 없는 현실로 인정하면서 나온 고육지책인 셈이다.
▲ 시내 지상철에서 출발해 산동네 빈민촌으로 올라가는 콜롬비아 메데인 시의 메트로카블레 ⓒ 프레시안

메데인시 관계자에 따르면 메트로카블레는 우선 15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메데인 북동부쪽 빈민촌 '코무나스' 지구에 2004년에 개통됐다. 1기 메트로카블레는 정부 지원도 일부 받아 10억 달러를 들여 프랑스와 독일이 참여한 3년 공사 끝에 완공됐으며, 성과가 좋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 12월 메데인 북서쪽 빈민촌에도 추가 건설될 예정이다.

메트로카블레를 설치한다는 구상은 이미 12년 된 지상철이 빈민촌에 가까운 시가지를 지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예전처럼 지상철 요금 1100페소(약 500원)만 내면 메트로카블레는 추가 요금부담이 없이 이용할 수 있어, 주민들은 시내로 오가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시에 따르면 메트로카블레가 없을 때 주민들이 지상철까지 오기 위해서는 가끔 오는 버스를 타거나, 걸어내려와야 했기 때문에 매우 불편했다. 이같은 불편함 때문에 이곳 빈민촌 주민들은 자신들을 메데인 주민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시내와 사실상 교통이 두절돼 있다시피한 환경 탓에 이곳 빈민촌은 마약조직과 살인청부업자들의 소굴로 악명을 떨쳤다. 하지만 우리 일행이 메트로카블레의 종착역 '산토 도밍고'에서 만난 주민들은 한결같이 표정이 밝았다.
▲ 메트로카블레의 종착역 산토도밍고. 갑자기 내린 폭우로 뿌연 구름 아래로 빈민촌들이 흐릿하게 보인다.ⓒ프레시안

이 곳에서 40년 넘게 살았다는 한 여자 주민은 "과거에는 이 마을에 폭력이 난무했으나 치안 사정이 확실히 좋아졌다"면서 "또한 가장 경제적인 운송수단이 생겨 예전에 40분 걸리던 곳을 이제는 10분이면 갈 수 있는 등 경제적 혜택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메트로카블레 설치 이후 자체 일자리도 크게 늘었다"면서 "메트로카블레 시설 관련 건설업, 청소업, 경비원 등의 일자리가 늘었다"고 말했다.

'메트로카블레'는 빈부격차의 현실을 과감히 인정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빈민들에게는 현실적인 이익을 주고, 또한 정부로서도 치안 사각지대를 줄이는 효과를 얻는 정책적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과거 수백년간 콜롬비아 등 남미 대부분을 통치했던 스페인도 내년 3월 국왕이 직접 메트로카블레 시설을 둘러볼 것이라고 시당국자는 전했다.

콜롬비아의 '메트로카블레'는 '빈부 소통'으로 '빈부 격차 해소'의 희망이라도 주는듯하다. 그러나 브라질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끊없이 펼쳐진 '파벨라'는 그 대비되는 모습만큼이나 이질적인 존재로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인구와 면적에서 세계 5위이며 자원부국이라는 브라질 국민들의 빈부 격차와 교육격차를 알고 나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브라질은 인구 3%가 부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국민 5%만이 대학을 졸업한다. 반면 문맹률은 38%에 달하고, 특히 파벨라 거주민의 80%가 무학이며, 제대로 된 직업도 없다고 한다.

현재의 룰라 정부를 포함해 부패하고 무능한 역대 정부는 이러한 구조를 영원히 유지하고 싶은지 사실상 '우민화' 정책을 조장해 왔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브라질의 책값은 지질도 좋지 않은데, 다른 물가에 비해 유난히 비싸다. 가급적 책을 읽지 말라는 듯한 가격 정책을 정부가 시행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먹거리가 풍부한 탓에 우리처럼 안달복달하지 않고 살 수 있어서인지, 만나본 남미 사람들은 누구도 친절하고 표정이 밝았다. 그들은 굳이 '좌우 이념'이나 '민주주의 투쟁' 등에 애써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남미 전문가들 중에는 이 때문에 "대부분의 피지배자들이 현실에 불만을 갖지 않고 살 수 있도록 남미의 통치자들도 치밀한 노력을 기울이는 게 아니냐"는 주장을 펴기도 하는데, 실제로 이 곳 주민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우리와 상당히 달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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