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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로 인한 농업붕괴 비용, 상상을 초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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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로 인한 농업붕괴 비용, 상상을 초월할 것"

[인터뷰] 영-미-캐나다 '지역 먹을거리' 활동가 3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한국 농업은 사실상 회생불능 상태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전망은 정부조차도 공공연하게 인정한다. 이렇게 농업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이 압도하는 시점에 '지역 먹을거리(local food)'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에서 높아지고 있다.

지역 먹을거리를 강조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아주 단순하다. 가능하면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해당 지역에서 소비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 단순한 생각은 여러 가지 함의를 갖고 있다. 우선 수천㎞를 이동한 먹을거리보다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는 신선할 것이다. 장거리 이동에 필수적인 물리·화학적 보존처리가 없는 것도 장점이다.

농민들은 지역 먹을거리가 대기업에 종속되지 않은 소농의 독립적인 공간을 지켜줄 것이라고 여긴다. 지역경제를 걱정하는 이들은 지역 먹을거리의 생산과 소비를 통해 지역의 부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각종 먹을거리 위협에 노출된 대중은 생산자와 직접대면이 가능한 지역 먹을거리가 좀 더 안전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역 먹을거리는 세계화에 대항하는 아주 유효한 수단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가장 저명한 대안 세계화 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르-호지가 인도 라다크에서 주민과 함께 지역 먹을거리 운동을 벌이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또 어떤 사람은 지역 먹을거리를 곧 도래할 '석유생산 정점(Oil Peak)' 이후의 인류의 생존과 연관시킨다. 더 이상 먹을거리 이동에 허비할 석유가 남아 있지 않게 될 때 지역 먹을거리가 유일한 생존의 수단이 된다는 것.


▲ '로컬푸드' 운동을 이끄는 세 활동가. 왼쪽부터 마크 윈(미국) 벤 레이놀즈(영국) 웨인 로버츠(캐나다) 씨.ⓒ프레시안

<프레시안>은 우리에게 아직은 생소한 지역 먹을거리 운동의 개요와 세계적인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미국, 영국, 캐나다에서 지역 먹을거리 운동을 이끌고 있는 세 사람의 활동가를 인터뷰했다. 마크 윈 미국 지역사회먹을거리보장연대 홍보국장, 벤 레이놀즈 영국 런던푸드링크 디렉터, 웨인 로버츠 캐나다 토론토 식량정책협의회 디렉터가 그들이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 농업의 미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지역 먹을거리 운동은 위기에 빠진 한국 농업을 지킬 수 있는 훌륭한 수단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국 나름의 지역 먹을거리 운동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유한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의 먹을거리 문화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한미 FTA에 대해서 한국 정부에 좀 더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캐나다의 로버츠 씨는 "한국보다 상황이 나았던 캐나다도 미국과의 FTA 이후 농민들이 큰 위기에 직면했다"며 "한미 FTA는 한국 농민들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미 23일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FTA를 체결한 후에 캐나다가 겪은 경험을 생생하게 증언했다(NAFTA 10년 캐나다,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다').

미국의 윈 씨도 "한국 정부는 한미 FTA를 통해 농업을 희생하는 대가로 다른 이익을 얻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농업의 희생이 가져올 중장기적인 비용을 염두에 둔다면 이는 결코 현명한 전략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윈 씨는 "이렇게 밀어붙이다 한국 정부가 나중에 부담하게 될 비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23일 오전 민주노동당 진보정책연구소 회의실에서 진행된 세 사람과의 합동 인터뷰 내용이다. 인터뷰 진행은 지역 먹을거리 운동을 국내에 가장 먼저 소개한 허남혁 로컬푸드시스템연구회 간사가 맡았다. <편집자>


마크 윈 미국 지역사회먹을거리보장연대 홍보국장.ⓒ프레시안

지역 먹을거리, 사회적으로 합의하기 나름


허남혁 : 최근 한국에서도 지역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역 먹을거리를 단순히 설명하면 특정 지역에서 제 철에 생산된 먹을거리다. 최근의 지역 먹을거리 운동은 이렇게 생산된 먹을거리를 해당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을 지칭한다. 그러나 지역 먹을거리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모호한 점도 많다.

우선 지역 먹을거리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가 여전히 논란이다. 지역의 범위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그 실질적인 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국가들은 지역 먹을거리를 반경 50㎞ 이내에서 생산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에서는 '지역(local)'의 범위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

벤 레이놀즈 : 영국에서도 보통 반경 50㎞ 안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지역 먹을거리라고 정의한다. 단, 대도시 런던의 경우에는 반경 150㎞로 그 범위를 넓혀서 규정하기도 한다. 국토가 넓은 미국, 캐나다에서 지역 규정은 더욱더 유동적이다. 보통 반경 150㎞ 정도 된다. 상당히 먼 거리지만 수천㎞의 다른 주에서 먹을거리가 건너오는 것보다는 짧은 거리다.

웨인 로버츠 : 캐나다는 한국처럼 전통적인 음식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 이민자가 많기 때문에 캐나다 밖의 먹을거리에 대한 수요도 많다. 캐나다에서 지역 먹을거리를 고민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짧은 거리 안에서 이런 먹을거리를 공급받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

품목에 따라서 범위 규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 상추, 토마토처럼 수분을 많이 함유한 채소는 금방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지역 먹을거리의 범위도 훨씬 좁다. 그러나 밀, 쌀은 더 오래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 먹을거리의 범위가 더 넓어질 수도 있다. 한국의 경우에 쌀은 지역 먹을거리의 기준을 남한 전체로 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마크 윈 : 지역 먹을거리의 지역범위를 규정할 때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이런 것이다. 기차, 비행기가 끊기더라도 큰 문제 없이 먹을거리 공급이 안정적으로 가능한가?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사흘만 지나면 먹을거리가 고갈돼 큰 재앙이 닥칠 것이다. 지역 먹을거리를 단순히 생산지와 소비지 사이의 거리만으로 따져서도 안 된다.

예를 들어 뉴멕시코 주는 소를 많이 키운다. 이 지역의 소는 네브래스카 주로 이동해서 비료를 먹여 비육된다. 이렇게 살을 찌운 소는 아이오와 주에서 도축돼 덴버 주에서 포장된다. 이렇게 포장된 고기가 다시 뉴멕시코 주로 돌아와 소비자에게 공급됐을 때 이것을 과연 지역 먹을거리라고 할 수 있을까? 생산지와 소비지는 같은 곳이지만 이 쇠고기는 이미 5000㎞ 가까이 이동했다.

웨인 로버츠 캐나다 토론토 식량정책협의회 디렉터.ⓒ프레시안

'물리적 거리'만큼 '도덕적 거리'도 중요해


허남혁 : 한국에서는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중국에서 유기농업을 통해 생산·가공된 먹을거리가 대량으로 공급되고 있다. 일본과 한국 시장을 타깃으로 한 중국의 유기농업은 앞으로 더욱 더 팽창할 전망이다. 지역 먹을거리와 유기농업의 관계는 어떻게 돼야 하는가?

로버츠 : 단순히 어떻게 생산되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먹을거리가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가는 전 과정을 살펴야 한다. 뉴질랜드에서 한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화석연료를 낭비한, 유기농업으로 재배된 호박이 과연 바른 먹을거리인가? 만약 지역에서 값싼 아동노동에 의존해 생산된 먹을거리는 어떤가?

바로 '도덕적 거리(moral distance)'가 여기서 문제가 된다. 물리적 거리가 아무리 가깝더라도 이 도덕적 거리가 멀다면 결코 바른 먹을거리라고 볼 수 없다. 이런 혼란 탓에 최근에는 지역 먹을거리를 지칭할 때 여러 가지 조건을 열거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반경 50㎞ 외에도 다음과 같은 조건을 제시한다.

지역 먹을거리는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야 할 뿐만 아니라 정당한 노동에 기반을 둬야 한다. 또 유전자 조작이 되지 않은 것이어야 한다. 지역에서 유기농업으로 재배된 유전자 조작 작물은 지역 먹을거리가 아니다. (편집자 : 미국에서는 살충 성분을 포함한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유기농업으로 재배했을 때 그 먹을거리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에 관한 논란이 있다.)

윈 : 이런 점에서 본다면 선진국의 소비자와 제3세계 농민이 바나나, 커피 등을 직거래하는 '공정무역(fair trade)' 역시 지역 먹을거리에 포함될 수 있다. 공정무역을 통해 공급되는 커피는 그 물리적 거리는 멀지만 도덕적 거리는 지역 먹을거리가 본래 추구하는 것에 훨씬 가깝다.

반면에 지역 생산자에서 비롯된 것이라도 대기업을 통해 지역 소비자에게 도달한 것은 지역 먹을거리라고 보기 어렵다. 예를 들어 먹을거리를 기업, 병원, 학교, 호텔 등에 공급하는 미국의 대기업 시스코는 최근 지역 먹을거리를 사들여 해당 지역의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시스코에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농민들은 전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마치 유기농업으로 재배된 먹을거리가 결국 몇몇 대기업에 포섭된 것처럼 지역 먹을거리도 언제든지 유기농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기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시켜 줄 수 있는 독립적인 가공·유통 경로를 만드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먹을거리 혁명

허남혁 : 이제 구체적으로 미국, 영국, 캐나다의 사례를 들어보자. 미국에서 지역 먹을거리 운동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윈 : 개인적으로 지역 먹을거리에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1979년 코네티컷 주에 있을 때였다. 제2차 오일쇼크로 유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트럭 운전사들이 파업을 하자 대혼란이 발생했다. 먹을거리 공급이 끊긴 것이다. 이 일을 겪으면서 먼 지역에서 먹을거리를 가져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실감하게 됐다.

마침 코네티컷 주에서는 1975년부터 농민들이 직접 자신이 재배한 먹을거리를 지역 주민에게 판매하는 농민장터(farmers market)가 열리고 있었다. 이 농민장터를 활성화하는 게 지역 먹을거리를 정착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해 본격적으로 보급운동을 시작했다. 1975년 10개에 불과했던 농민장터는 지금 미국 전역에 걸쳐 약 4000개가 존재한다.

이렇게 지역 먹을거리 운동이 확산되면서 농민은 대기업을 배 불리는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다. 소비자는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하고 영양가가 높을 뿐만 아니라 재배 과정에서 화학비료, 농약을 덜 쓴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부가 외부의 대기업으로 유출되지 않은 것도 긍정적이었다.

벤 레이놀즈 영국 런던푸드링크 디렉터.ⓒ프레시안

레이놀즈 :
영국은 광우병 등의 확산을 통해 대중이 먹을거리 안전의 중요성을 깨달으면서 최근 10년 새 먹을거리 문화가 크게 개선됐다. 지난 2년 간 제이미 올리브(편집자 : 영국의 요리사. 2004년부터 텔레비전에 출연해 좋은 재료, 건강식단 등을 강조해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의 노력도 이런 먹을거리 문화의 변화에 기여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06년 6월 '런던 푸드 플랜'이 시작되었다. 이 계획은 런던이라는 대도시에서 지역 먹을거리 구조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서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간 영국에서 진행된 지역 먹을거리 운동의 노하우가 집대성될 이 계획은 향후 10년 간 런던의 주요 공공부문(병원, 학교), 민간부문(식당, 먹을거리 산업)에서 150㎞ 안에서 생산된 지역 먹을거리를 사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미 런던에서는 병원급식, 학교급식에 지역 먹을거리를 사용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런던은 세계에서 최초로 생산, 소비, 폐기까지 먹을거리의 전 과정이 지역 안에서 관리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다. 또 지역 먹을거리가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도시에서도 성공 가능함을 보여줌으로써, 대안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더 확고히 하도록 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로버츠 : 캐나다에서는 1960년대부터 지역 농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지역 먹을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을 장려해 왔다. 예를 들어 우유의 경우에는 지역의 시장에서 일정한 양이 고정적으로 판매될 수 있도록 할당량을 줘 네덜란드, 미국에서 유입되는 우유와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식의 정책은 1990년대 들면서 본격적으로 지역 먹을거리를 둘러싼 각종 실험으로 이어졌다. 1991년 토론토에서 만들어진 식량정책협의회가 그 대표적 예다. 식량정책협의회는 토론토의 먹을거리 정책을 짜는 민관 합동 기구로 지역 농민과 연계해 토론토의 공공기관에 온타리오 주에서 생산된 먹을거리가 쓰일 수 있도록 권장한다.

식량정책협의회는 지역 농민에게는 친환경 농·어업 방식을 교육·권장하고, 시민에게는 먹을거리를 가공·요리하는 방식을 홍보해 지역 먹을거리가 자연스럽게 토론토의 먹을거리 문화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도시 곳곳의 텃밭, 옥상정원 등을 활용해 도시 농업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허남혁 로컬푸드시스템연구회 간사.ⓒ프레시안

한미 FTA, 한국이 치러야 할 비용 아주 크다


허남혁 : 한국은 현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공교롭게도 미국, 캐나다는 이미 1988년부터 FTA를 논의해 1994년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로 본격화됐다. 10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봤을 때 FTA는 어떤 결과를 야기했는가?

로버츠 : 미국과의 FTA를 체결한 직후 가장 두드러진 일은 바로 농민의 몰락이었다. 흔히 캐나다의 농업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겉만 본 탓이다. 예를 들어 미국과의 FTA 체결 후 전통적인 캐나다 축산업은 완전히 망했다. 특히 200마리 정도의 소를 키웠던 농민은 거의 사라졌다.

1만 마리 이상의 소를 키우는 대기업이 경영하는 농장만 생존했다. 이런 대농장은 대개가 미국 기업의 소유다. 이렇게 축산업이 대기업에게 완전히 넘어가면서 광우병이 발생했다. 한국은 캐나다보다 규모가 훨씬 더 작기 때문에 미국과의 FTA는 한국 농민에게 큰 재앙이 될 것이다.

윈 : 흔히 FTA의 당위성을 말하는 사람은 그것이 양쪽 모두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게임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한 쪽이 얻는 것이 있으면 분명히 다른 쪽은 잃는 게 있다. 한미 FTA처럼 힘이 불균형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FTA는 그 결과가 더욱 더 분명할 것이다.

특히 한국 농업은 이번 FTA를 통해 확실히 희생당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정부는 농업을 희생하더라도 다른 것에서 얻을 게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농업이 붕괴됐을 때 중·장기적으로 한국이 치러야 할 비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허남혁 : NAFTA를 계기로 지역 먹을거리 운동에 심각한 위협이 발생했는가? 한국에서는 학교급식에 한국산 농산물 사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조례를 광역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제정하려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무산된 적이 있다.

로버츠 : 지역 먹을거리 운동은 시·군 수준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그런 다자 간, 양자 간 무역협정과의 충돌이 부각될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광역 지방자치단체나 정부가 지역 먹을거리를 행정적으로 지원하거나 혹은 외국의 먹을거리 공세로부터 지역 먹을거리를 지키려다 보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머리를 쓰는 수밖에 없다. 온타리오 주는 지역 맥주를 버드와이저와 같은 미국의 맥주기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버드와이저는 맥주를 캔에 담아 온타리오 주에 공급한다. 주 정부는 버드와이저가 맥주를 캔에 담아 판매할 경우 캔 당 10센트의 부과금을 물도록 했다.

버드와이저에 대한 이런 규제는 온타리오 주에서 맥줏병을 회수할 때 소비자에게 10센트를 돌려주는 데서 착안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캔 당 10센트의 부과금은 버드와이저에게 큰 비용부담으로 작용했고, 온타리오 주의 지역 맥주는 버드와이저와 비교했을 때 가격 경쟁력이 생겼다.

한국도 이런 식으로 WTO 협정을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학교급식에 한국산 농산물을 사용하도록 한다'는 규정 대신에 '학교 급식에는 학생들이 그 생산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농산물을 사용하도록 한다'라는 식의 규정을 도입하면 어떨까? 그럼 WTO 협정을 피해가면서도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가 사용되도록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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