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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판검사가 돈을 받으면 나라가 망한다"

[민주적 사법개혁의 길(4)] 특권사법이 비리 원인

지난 8월 조관행 고등 부장판사가 법조 브로커 김홍수로부터 억대가 넘는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어 현재 1심 재판 중에 있다. 모든 언론은 앞 다투어 대한민국 건국 초유의 차관급 판사 구속이라며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과연 최고위직 법관이 저지른 비리행위가 이번이 처음이고 어제오늘의 일이었을까?
  
  드러나지 않은 법조비리는 제쳐두고라도, 지난 1990년대 이래 드러난 대형 법조비리만 해도 1997년 의정부 사건, 1999년 대전 사건, 2005년 윤상림 사건, 2006년 인천 하모 부장판사 사건과 전주지법 군산지원 판사 3명의 금품향응 사건, 그리고 작금의 소위 김홍수 법조 브로커 사건에 이르기까지 정말이지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법조비리 사건들이 잊을만 하면 한번씩 이어졌다.
  
  그때마다 국민들은 분노하고 법조비리 구조를 개선하라는 목소리를 높여 왔음에도 우리의 법조는 지금까지 법조비리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음습한 곳에서 이뤄지는 뒷거래가 없지 않고, 판사실, 룸살롱, 골프장을 법정 삼아 수사와 재판을 하는 경우마저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도 참담하다.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은 법조비리를 경계하면서 "법관이 돈을 받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사법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가장 도덕적이고 깨끗해야 할 사람들, 국민을 심판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부정을 저지르는 일이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으니, 정말로 나라가 망할 지경에 와 있는 것은 아닌가?
  
  법조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
  
  가장 깨끗해야 할 법조가 아직도 이렇게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대형 법조비리가 불거질 때마다 법원과 검찰은 엄중처벌을 천명하고 후속대책을 내놓는 등 부산을 떨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대형 법조 브로커가 독버섯처럼 법조 주변에 잠행하며 판사, 검사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법조비리를 확대재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일까?
  
  그것은 무엇보다 사법의 제도적 시스템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하겠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103조에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제106조에서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 감봉 기타 불이익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법관이 어떠한 외적 영향을 받지 않고 심판하도록 하여 사법권의 완전독립을 보장하려는 것이겠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어떠한 심판도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너무도 자의적임)에만 근거한다면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막강한 사법권력을 법관에게 부여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 당사자들은 재판에서 승소하기 위해 줄을 대야 하고, 기를 쓰고 담당 판사와 친분이 있는 변호사나 막 개업한 전관 변호사를 찾아다닐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직접 판사와 교유할 수 없는 사건 당사자가 승소하기 위해서는 부득불 연결고리인 변호사나 법조 브로커를 통해 로비를 하며, 결국은 거액의 돈과 향응이 오갈 수 있는 계기가 이렇게 해서 마련되는 것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나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말은 바로 이러한 제도적 불합리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철저한 전관예우, 안면재판 구조가 법조비리를 유발하고 있으며, 더구나 이러한 사법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국민의 통제와 감시가 전혀 이루어질 수 없는 제도적 허점이 법조비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법조의 도덕적 해이도 법조비리의 확대재생산에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판·검사들이 서민의 민생범죄에 대해서는 단호한 처벌을 가하면서도 소위 하이칼라 범죄, 재벌의 경제범죄, 판·검사 자신들의 법조범죄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 벌금형 또는 잘 해야 집행유예 판결이 고작이니 추악한 법조범죄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판·검사들은 어쩌다 재수 없게 걸려도 사표를 내면 그만이고, 옷 벗고 나가서 버젓이 자기가 근무하던 청사 앞에 변호사 간판을 내걸고 기막힌 전관예우를 받아가며 떼돈을 벌면 된다. 그러니 도대체 거리낄 게 없는 것이다. 심지어 변호사 개업 후 1년 안에 30억 원을 못 벌면 바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법조계에 회자될 정도다.
  
  최근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법관징계법이나 검사징계법의 개정법안은 징계위원회에 일정 범위의 일반인이 참여하도록 보장하고 해임 규정을 신설하는 등의 내용에서 진일보라 볼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판·검사들이 계속하여 징계 절차를 주도하는 것으로 돼 있어 법조비리를 척결하기에는 절대적으로 미흡하다.
  
  법원의 내부 조직체계를 보면 대법원장에 이르기까지 10여 개 단계의 직급제에 입각한 철저한 수직적 피라미드식 관료화가 이루어져 있으며, 출신학교와 연수원 성적에 따라 정해지는 비정상적인 서열주의, 연고주의가 팽배해 있다. 이러한 조직문화에서 판·검사와 변호사들이 법조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철저히 마피아적 조직질서에 순응해야 하고, 거미줄처럼 엮인 그들만의 세계 속에서 청탁이나 유혹을 거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도 법조비리의 한 근원이라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판·검사가 독점적으로 마음대로 수사하고 재판할 수 있는 제도와 행태 하에서는 법조부패, 법조비리의 고리를 끊기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전관예우가 판을 치고, 안면재판이 통하고,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될 수밖에 없는 사법구조 속에서는 법조비리의 독버섯을 결코 제거할 수 없다.
  
  법조비리 척결을 위한 다섯 가지 과제
  
  법조비리 척결을 위해서는 먼저 판·검사들이 특권의식을 떨쳐 버리고 고도의 도덕성으로 자기무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법권은 땅에서 솟아나거나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국민이 부여한 신성한 권한임을 명심하고 그 권한을 공정하게 행사해야 한다. 판·검사들은 이용훈 대법원장이 말한 바와 같은 성직자적 청렴성은 아니더라도 높은 도덕성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 비리 판·검사에 대해서는 엄정한 징계와 처벌을 가하고, 그 죄과에 따라서는 변호사직을 영구히 수행할 수 없도록 변호사 자격증을 박탈하는 등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제 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처벌, 변호사 자격 유지를 보장한 상태에서는 판·검사들이 법조비리 유혹을 결코 뿌리칠 수 없다.
  
  셋째, 인맥이나 서열, 연고 위주의 수직적 피라미드식 관료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연고주의, 전관예우, 안면재판이 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법조인의 선발과 양성과 관련된 사법고시 제도와 연수원 교육을 폐지하고 정상적인 법학교육을 통해 적어도 연간 3000명 이상의 법조인을 배출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넷째, 철저한 공판중심주의, 구술주의를 정착시킴으로써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국민의 법감정을 벗어나지 않는 상식적인 판단이 내려질 수 있는 사법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그리하여 변호사나 법조 브로커가 법정 밖에서 판사나 검사들과 어울리면서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이와 함께 판·검사가 독단적으로 수사와 재판을 할 수 없도록 온전한 배심제를 실시해야 한다. 검사가 함부로 기소할 수 없도록 하고, 판사는 재판의 진행만 할 수 있도록 하고, 양 당사자가 법정에서 한 진술과 제출한 증거에 의해 여러 명의 배심원들이 유·무죄와 옳고 그름을 판단하게 해야 한다.
  
  대법원이나 대검찰청에서 대형 법조 브로커 사건인 김홍수 사건으로 야기된 법조비리와 관련해 엄정한 처벌을 천명하고 징계를 강화하겠다, 변호사 등록을 어렵게 하겠다는 등의 조치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여러 번의 '거짓 개혁'을 경험해 온 국민이 볼 때 이번에 사법부가 과연 근원적으로 법조부패를 막고 법조비리를 척결하려는 사법당국으로서의 의지를 갖고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고, 발표된 조치들의 실효성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법조비리를 근원적으로 척결하기 위해서는 비리로 얼룩진 '특권사법'을 타파하고 그것을 '국민의 사법'으로 대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막강한 독과점적 법조특권을 유지하는 한 결코 권력에 기생하는 비리의 독버섯을 제거할 수 없다. 판사나 검사에게 돈과 향응을 제공해도 그것이 수사나 재판에 아무 소용도 없게 된다면 부패와 비리는 자연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바로 그러한 사법의 제도와 구조를 세워야 한다. 판·검사들만의 독점적 특권사법을 국민에게 돌려줄 때 사법정의가 실현되는 정상적인 상태가 되는 것이다. 현 단계에서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사법은 완전한 배심제의 도입, 변호사의 대량 배출, 공판중심주의의 실현에서 찾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사법개혁의 핵심이며, 법조부패와 법조비리를 근본적으로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사법을 정상으로 바로잡아 선진사법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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