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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왜 하마스를 거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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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왜 하마스를 거부하나

[전망] 反시오니즘 이슬람 통합세력에 위기감

지난 7월 12일 레바논 남부와 이스라엘의 국경지대에서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의해 두 명의 이스라엘 군인이 납치되면서 시작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쟁이 34일이나 지속된 뒤 8월 14일부터 휴전에 들어간 상태다.

최근 우리나라도 레바논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유엔 결의에 따라 평화유지군 파병을 요청받고 있다. 레바논 파병 문제는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의 주둔 연장 문제와 맞물려 뜨거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파병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마침 22일 오후 1시부터 한국중동학회 주최로 건국대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레바논 전쟁과 한국의 평화유지군 파병> 특별토론회는 이 점에서 주목되는 행사다.

이번 토론회는 최근 레바논에 한국도 평화유지군을 파병할 것인지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계기로 레바논에 파병을 할 경우 국익에 대한 득실과 이스라엘-레바논 사태, 그리고 이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를 함께 조명함으로써 향후 중동정치의 변화방향 및 문제점을 종합분석하는 자리다.

많은 중동 전문가들은 최근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이면에는 미국과 이스라엘, 헤즈볼라와 시리아 및 이란의 미묘하고 치밀한 전략적인 계산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번 토론회에서 발표되는 논문 중 중동사태를 이해하는 토대라고 할 수 있는 '하마스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대한 이해를 돕는 홍미정 한국외국어대 연구교수의 논문을 홍 교수의 양해를 얻어 소개한다. <편집자>

하마스 구성원 600명,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 중

지난 6월 이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를 비롯한 점령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하마스 정부의 해체를 당면 목표로 삼았다.

현재 하마스 출신 장관 9명과 하마스 출신 의회 의원 21명이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서안지구 출신들이다. 또 서안지구의 하마스 지도자 32명과 서안지구의 하마스 지지자 538명 등이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됨으로써 총 600여 명의 하마스 구성원들이 이번 분쟁의 와중에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되었다.

이스라엘은 체포한 인사들을 군사법정에 세우고 있으나, 이들이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무장공격과 관련이 있다는 혐의에 대한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하마스 정부에 대한 이스라엘의 이같은 공세적인 정책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선출한 정치적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이스라엘의 '거부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스라엘이 체포한 하마스 출신 정치인들은 모두 이스라엘이 동의한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정계에 진출한 인사들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2006년 1월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현 정부와 의회를 구성하였다. 이 선거는 1990년대 오슬로 협상 과정에서 이스라엘이 이미 팔레스타인인들과 합의한 것이었다. 최종적으로 이스라엘은 이번 선거 과정에 동의했으며,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이번 선거를 매우 공정한 선거였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점령한 동예루살렘, 서안지구, 가자지구가 점령지가 아니라 이스라엘 국가 영역이고, 단지 이스라엘 국가 내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분쟁이 있을 뿐이라는 주장을 계속해 오고 있다.
▲ 이스라엘이 하마스 정부 붕괴를 목표로 팔레스타인에 무차별 공격과 봉쇄를 자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와 같이 이스라엘은 점령지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도, 이곳에 조상 대대로 살아온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는 이스라엘 시민권을 주지 않고 추방하는 인종차별 정책을 철저하게 실행함으로써 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면서 그 땅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있다.

2000년 9월 발생한 자살폭탄 공격을 동반한 제2차 팔레스타인 민중봉기는 2003년 이후 점차 소강상태를 보여 왔다. 그러나 이 동안에도 이스라엘의 점령정책은 더욱 공세적으로 전개되어 왔다. 서안지구 곳곳에 철옹성 같은 검문소를 설치하고 분리장벽 건설과 정착촌 건설을 강행했다.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러한 이스라엘의 야만적이고 공세적인 점령정책을 막지 못한 책임을 파타가 주도한 자치정부에게 물었으며, 그 결과 하마스가 눈부신 승리를 거두면서 중동 아랍권 최초로 팔레스타인 이슬람 정부를 창출했다.

하마스 "국제법상 불법점령지 반환하라"

하마스 정부는 팔레스타인 전 영토의 22%(동예루살렘, 서안, 가자로 구성되는 이 영역은 현재 국제법상으로 불법 점령지이며, 1988년 팔레스타인해방기구는 이 영역에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을 선언했다)에 민족국가 수립을 목표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이스라엘과의 협상주제들로 제시하고 있다.

현 이스라엘 국가 영역(팔레스타인 전 영토의 78%)을 제외한 1967년 6월 전쟁 이전의 휴전선으로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국경 획정, 이스라엘 정착촌의 완전한 철거, 동예루살렘의 주권 회복, 1948년 점령된 땅(현 이스라엘 국가 영역)으로부터 추방된 난민을 포함해 500여만 명에 이르는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 1만여 명에 이르는 이스라엘 감옥 수감자의 석방, 이스라엘 군의 완전한 철수다.

하마스가 내세운 이 협상주제들은 새로운 것이 전혀 아니며,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미 협상 과정에서 이 주제들은 협상 테이블에 올릴 것을 계속 주장해 왔다.

1991년 마드리드 국제협상에서 팔레스타인 대표인 하이다르 압둘 사피와 파이잘 후세이니 등이 이 주제를 제안했다. 이들은 임시협정이라는 개념을 거부하면서 분쟁의 최종적인 해결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 제안을 즉각 거부했고, 1993년 마드리드 팔레스타인 협상자들을 마무드 압바스와 야세르 아라파트로 대체했다.

이 새로운 팔레스타인 협상자들은 임시협정의 개념을 수용하면서 이스라엘과 오슬로 협상을 시작했고, 1994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수립했다.

자치정부/이스라엘 협상의 최후 국면인 2000년 최종지위 협상에서 자치정부 협상자들은 마드리드 팔레스타인 대표들이 제안했던 주제들을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으려고 시도했으나, 이스라엘은 끝내 이 협상을 거부하면서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은 있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불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에 실망한 하마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은 자살폭탄 공격을 동반한 제2차 팔레스타인 민중봉기를 주도했다. 이를 빌미로 이스라엘은 분리장벽을 쌓기 시작했고, 자살폭탄 공격을 주도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 즉 '하마스, 이슬람 지하드, PFLP, DFLP, PPP, 알 아크사 여단' 등을 '테러단체'로 지목하면서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에 이 단체들을 분쇄할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구상은 이스라엘 총리 아리엘 샤론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인 마무드 압바스의 협상에 반영되었고, 2003년 6월 '로드맵' 협상에서 구체화되었다.

로드맵은 당시 위기의 원인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의 대 이스라엘 무장공격'에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무장공격의 전제가 되는 '이스라엘의 공세적이고 야만적인 점령정책'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로드맵'은 이스라엘의 침략에 대항하여 자신들의 영토를 방어하기 위해 결성된 팔레스타인 무장저항 세력들을 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테러리스트'로 지목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게 무장단체 해체를 요구하는 '로드맵'은 자치정부를 통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을 해체시키기 위한 이스라엘의 전략이다.

그러므로 '로드맵' 구상이 실현될 경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보안군과 무장단체들 사이의 내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와 같이 가장 최근의 협상 결과물인 '로드맵'은 이스라엘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목표로 한 하마스 정부 붕괴는 이러한 분명하고 일관성 있는 프로그램을 가진 오래된 점령정책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며, 새로운 돌발적 상황이 전혀 아니다.

2006년 하마스 정부 수립 이후 '로드맵'의 구상이 실현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가자지구에서 자치정부의 주요 세력이었던 파타와 하마스 사이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그러나 이것이 더 이상 서안 지구로 확대되지는 않았다.

이스라엘의 암묵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파타가 하마스를 제압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6월에는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들의 의사까지 수렴해 하마스 자치정부를 중심으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을 위한 통합 협상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위에서 밝힌 하마스의 정부의 목표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 팔레스타인인들이 하마스를 중심으로 통합되는 상황이 이스라엘에는 위기다. 이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직접 하마스 정부 붕괴작전을 감행하기로 결정한 것이 팔레스타인-하마스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이며 목표다.

그런데 세계 언론들은 하마스 정부가 '협상을 거부'하며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하마스 정부도 위에서 제시된 구체적인 주제들을 포함하는 이스라엘과의 협상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하마스는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의 전략에 휘말려드는 '로드맵' 을 따르기보다는 자신들도 이스라엘과 대등과 협상자로 협상 프로그램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하마스가 내세우는 주제들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현재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제시한 협상 주제들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면서,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만 주장한다. 그러나 '존재 인정'은 당사자 상호 간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테러리스트' 단체로 지목하면서 해체를 시도하는 상황에서, 하마스는 수사적으로나마 '이스라엘의 존재를 불인정'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하마스를 포함한 팔레스타인인들은 그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이스라엘에게 대항할 만한 어떤 수단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생존권을 무시하면서 압도적인 무력을 앞세운 강력한 정치력, 경제력 등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을 헤어날 수 없는 곤경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정책에 대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뿐만 아니라 주변 아랍 각국의 권위주의적인 정권들도 이스라엘과 연대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모든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정치적 실체를 인정하는 내용의 균형을 갖춘 공정한 협상만이 하마스를 포함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유일한 희망이고 대안이다.

하마스는 이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다. 따라서 하마스는 자신들이 제기한 협상주제들을 성취하기 위해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의미하는 최종지위 협상을 시도할 것이지만 이스라엘이 끝내 거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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