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점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한 정계·종교계·시민사회·학계·문화예술계 대표자 연석회의'는 28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4대강 사업 중단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 하천법상 '국가 하천'으로 분류돼 중앙정부의 소관인 4대강 사업을 지방자치단체장이 중단할 법적인 권한은 없지만, 4대강 사업의 핵심을 차지하는 준설토 적치장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설치 및 운영의 권한이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지방 재정 등을 이유로 적치장 제공이나 운영을 거부할 경우, 4대강 사업의 핵심을 차지하는 5억7000만세제곱미터에 달하는 준설토를 퍼내지 못하게 된다. 사진은 경기도 여주군 남한강 일대에 위치한 가산 적치장의 모습. ⓒ4대강범대위 |
사실 4대강 유역의 공사를 지방자치단체장이 개입해 중단할 수 있는 여지는 크지 않다. 4대강 사업의 대상인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은 하천법상 '국가 하천'으로 분류돼 있어, 이를 대상으로 한 사업은 지방자치단체보다는 중앙정부의 소관이기 때문이다. 특히, 4대강 사업의 핵심을 이루는 보 건설과 준설을 국토해양부 산하 지방국토관리청과 한국수자원공사가 직접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제동을 걸 수 있는 여지가 아예 없는 것만은 아니다. 4대강 사업 내용 중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부담하거나 운영 및 관리를 맡는 사업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4대강 사업의 핵심을 담당하는 준설토 적치장의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으며, 준설토를 이용한 농지 리모델링 사업도 마찬가지다.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소음에 대한 관리·감독도 지자체장의 역할로, 무리한 공사가 발생했을 시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 인수위 산하 4대강사업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대전대 허재영 교수(토목공학과)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광역자치단체장이 가질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며, 이 사업을 저지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면서도 "지자체장이 국가와의 협약에 의해 위임받아 공사를 수행하는 구간에 대한 일시적인 공사 중단, 농지 리모델링 사업의 승인 해지,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조사의 재실시 요구 등을 통해 공사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이어 "다만 이러한 권한은 4대강 사업 전면 중단에 있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므로 다른 방식의 대안이 요청된다"며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4대강 사업 중 계속 해야할 사업과 중단해야할 사업을 분류해, 4대강 사업의 건전한 전환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보 공사의 중단 및 철거 △불필요한 구간의 대규모 준설 중단 △자전거도로의 축소 등을 통해 확보되는 예산으로 △지류하천(지방하천과 소하천)의 종합적인 복원 △하구둑의 개선 등을 진행해 4대강 사업의 주요 내용을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두관 경남도지사 인수위원회 산하 '4대강 특위' 위원으로 참가한 관동대 박창근 교수(토목공학과) 역시 "4대강 사업의 핵심은 보 건설과 대규모 준설인데, 현실적으로나 공학적으로나 실효성이 전혀 없는 사업"이라며 "대운하의 핵심 내용인 이 두 사업을 폐기해야 4대강 사업이 대운하와 상관없다는 정부의 주장에 진정성이 확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 건설, 대규모 준설만큼은 막아야"
4대강 사업의 준설량이 1억㎥를 돌파하는 등, 공정률이 20퍼센트 이상 진행됐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을 중단할 수 없다는 국토해양부의 주장에 대한 반박도 나왔다. 생태지평연구소 박진섭 부소장은 "현재 공사를 중단해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며 "건설 중인 보를 철거해도 교각을 살려서 활용할 수 있으며, 상반기 준설로 대부분의 퇴적 공간에 대한 준설이 완료된 상황에서, 나머지 구간에 대한 준설을 중단해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박 부소장은 민관 공동 조사단을 구성해 현재까지 진행된 공사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장마와 태풍 시기 4대강 공사로 발생할 피해에 대한 현장 조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주당 4대강사업저지특별위원회 간사인 김진애 의원은 "7월 우기를 맞아 공사 속도가 비교적 지연되는 상황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보 건설과 대규모 준설을 중단한다는 기본적인 원칙하에, 금강·영산강 일대의 보 건설과 준설 비용을 수질 개선 비용으로 전환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단국대 조명래 교수(도시지역계획학과)는 "6·2 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의 참패는 민주당 등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4대강 사업·세종시 수정안 등 여당의 실정에 대한 국민의 심판의 측면이 강했다"고 총평한 뒤, "4대강 사업 중단을 공약한 지자체장들이 상호 협력해 중앙 정부에 대한 협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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