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한 끼 식사 비용 820원, 출퇴근은 걸어서 하라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한 끼 식사 비용 820원, 출퇴근은 걸어서 하라고?"

2011년 최저임금 29일 결정…"'투잡족'도 적자 가계부"

2011년 최저임금 결정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25일 4차 수정안까지 나온 상태에서 노동계와 경영계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동계가 올해 최저임금 4110원에서 21.7퍼센트 오른 5000원을 4차 수정안으로 제시한 반면, 애초 동결을 주장했던 경영계는 이날 30원 인상안을 제출하는데 그쳤다. 올해보다 0.7퍼센트 많은 금액이다.

그런데 이런 줄다리기 싸움의 승부와는 별도로, 다른 접근이 필요한 때가 됐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한 번 결정해서 일 년 동안 고정해두는 방식보다 평균 임금의 일정 비율로 정하는 방식이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정 시점의 경제상황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는 현 방식은, 실제로 최저임금에 생계가 걸린 아르바이트생, 청소용역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게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내년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최근의 줄다리기 싸움이 남긴 가장 큰 성과는 최저임금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들의 실제 생활상에 쏟아진 관심이다. 최저임금은 그걸로 살아가는 이들의 가계부를 놓고 정해야 한다는 것.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행사가 2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렸다. 국내 첫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이 진행한 기자회견이다.

▲ 최저임금 적용 노동자 중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층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2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청년유니온이 조합원 10명의 가계를 발표하는 자리에 참석한 학생들. ⓒ프레시안(김봉규)

'알바생'의 적자 가계부가 문화생활 때문이라는 거짓말

25살 휴학생 김형근 씨는 '투잡족'이다. 낮에는 최저임금보다 약간 많은 시급 4500원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고 일이 끝나면 학교 선배가 알선해준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 이렇게 김 씨가 지난 3월 벌어들인 돈은 67만7000원. 집세와 공과금으로 절반에 가까운 32만 원이 빠져나가고 생활비를 제하니 4만5000원 적자가 났다. 이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겠지만 졸업을 앞둔 김 씨에겐 학자금 상황이라는 부담도 남아 있다.

28살의 실업자 조모 씨는 다니던 회사에서 월급이 밀리는 등 경영상태가 좋지 않자 사직서를 냈다. 이번 달에만 5번 이상 이력서를 내면서 구직활동을 하고 있지만 자진 퇴사라는 이유로 실업급여는 나오지 않는다. 최소한의 생활비만 쓰며 버티지만 적어도 매달 40만 원 정도의 지출은 각오해야 한다. 직장을 다닐 때 모은 돈으로 버티고 있지만 마음은 슬슬 조급해진다.

청년유니온이 28일 회견에서 소개한 사례들이다. 청년유니온은 이날 파트타임 학원 강사, 구직 활동자, 비정규직 사무보조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등 조합원 10의 가계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10명의 평균 월급은 84만9600원. 신학기에 학생이 몰린 탓에 평소보다 많은 168만 원의 월급을 받은 한 전임 학원 강사를 제외하면 80만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들의 가계부에 나온 평균 지출액은 91만5000원으로 평균 6만6000원의 적자가 났다. 아직 젊은 세대라 가계 꾸리기에 익숙하지 않고 문화생활에 드는 지출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10명 중 6명이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는 등 거주비용이 들지 않는데도 나머지 4명의 주거비용 비중만 전체의 10퍼센트를 차지한다. 여기에 식비, 의료비, 의류비 등 의식주에 드는 비용만 절반을 넘어선다.

반면 문화생활에 드는 지출 비중은 2.7퍼센트로 지난해 2분기 일반가구 비중인 9.7퍼센트에 턱없이 부족했다. 기본적인 생활에 드는 돈에 비해 최저임금 수입은 이에 미치지 못하면서 다른 지출을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이 취업 때문에 사교육을 통한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것도 이들에겐 딴 세상 이야기다. 10명 중 교육 관련 지출항목을 채운 이는 2명에 불과했다.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이들의 가계부는 정규직이 많은 부모 세대에게 기대지 않으면 빈곤으로 전락하기 위한 한국 경제의 구조를 잘 드러낸 결과"라며 "4년마다 찾아오는 월드컵이 아니라 일상의 측면에서 청년들이 가진 열정을 찾고 사회 차원에서 이들의 지출을 대신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 청년유니온 조합원들이 28일 가계부 발표가 끝난 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의 '주식'인 삼각김밥 모양의 상자를 쓰고 행위극을 벌이고 있다. ⓒ프레시안(김봉규)

"한 끼를 820원에 해결하고 걸어서 출퇴근 하라고?"

그런데 최저임금위원회에 참가한 경영계의 시각은 이런 현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28일 서울 강남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철야농성을 시작한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에 따르면, 경영계의 사용자 위원들은 최저임금 노동자의 2011년 예상 생계비로 76만882원을 책정했다. 소득수준 하위 25퍼센트의 2009년 평균 생계비 74만1600원에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2.6퍼센트를 반영한 것이다.

문제는 경영계가 제시한 생계비 항목 가운데 상당수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식료품비로 계산된 7만4100원은 한 끼 식사로 환산하면 820원에 불과하다. 또한 교통비는 9974원으로 하루에 약 330원에 불과하며 의류비 4540원, 보건비 2916원, 음식숙박비 1만7811원 등 역시 비현실적인 건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이들의 주거비·전기료·수도료는 모두 더해 단 14만 원이며 교육비는 한 푼도 없었다.

홍 의원은 "이런 계산을 하는 경영자 측이 생각하는 노동자는 한 끼 식사를 820원에 해결하고, 옷은 기워 입고 신발을 때워 신으며 10만 원짜리 월세방에서 전기·수도료를 4만 원으로 줄이면서 한 달에 20일은 걸어서 출퇴근하라는 건가"라며 "심지어 한 경영계 위원은 생계비 전문위원회 회의에서 '내 친척이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한편, 홍 의원에 따르면 경영계의 0.7퍼센트와 노동계의 21.7퍼센트 인상안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최저임금위원회는 회의 수당을 2008년 2766만 원에서 2009년 4729만 원으로 70퍼센트 올렸다. 전원회의와 전문위원회, 운영위원회 등에 참석한 위원들은 2시간에 7만 원, 2시간 이상이면 3만 원을 받고 4시간을 넘으면 시간당 2만 원의 '추가수당'을 받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