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 채동욱 수사기획관인데, 사장님 휴대전화 번호를 알 수 있겠습니까."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로 인기가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는 대검 중수부의 채동욱 기획관을 사칭한 전화가 몇몇 대기업 대표이사 비서실에 걸려온 것으로 23일 확인돼 검찰이 사태 파악에 나섰다.
재계는 검찰이 현대차그룹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금융브로커 김재록 씨에게 로비를 부탁한 기업체 수사에 나설 계획이어서 '검날'이 어디를 향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채 기획관을 사칭한 전화를 받은 기업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변호사에게 부탁해 전화를 걸은 이유가 무엇인지 채 기획관에게 확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채 기획관은 "최근 2∼3일 사이에 3차례나 선배 변호사 등으로부터 확인 전화가 왔다. 느낌이 불안한 게 내 이름을 팔고 사기를 칠 수도 있어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채 기획관의 '윗선'으로 전국 특별수사를 총괄하고 있는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을 사칭하는 전화도 있다.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인데…"라며 대기업 사장과 통화를 시도하거나 부재중일 때 "사장님께 전화 부탁드립니다"는 말을 남기고 끊는 전화도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각종 비리 혐의를 포착해 정몽구 회장 부자를 압박하고 있는 대검 중수부가 '재계의 저승사자'로 떠오른 상황을 이용해 사기행각을 벌이려는 움직임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참고인이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던 현대차그룹 임직원이 "통화를 원한다는 얘기를 듣고 전화했다. 기획관을 바꿔달라"며 수사기획관실로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채 기획관은 "상대방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온다. 우리를 사칭한 전화를 받고 걱정을 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를 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채 기획관은 "중수부장이나 제가 기업체에 전화를 걸어 대표이사 휴대전화 번호를 물어보는 일은 없다. 직접 전화가 간다면 검찰을 사칭한 것으로 보고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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