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테러 전쟁을 명분으로 내건 부시 행정부의 영장 없는 도청 프로그램에 대해 미국 법원이 위헌 판결을 내렸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디트로이트 연방법원은 17일 "미국민들을 테러에서 보호한다는 부시 행정부의 도청 프로그램은 시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즉각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부시 행정부의 영장 없는 도청에 대한 법원의 위헌 및 중단 판결은 처음이다.
안나 테일러 연방법원 판사의 판결은 '테러 감시 프로그램(TSP)'에 따른 도청이 언론의 자유와 부당한 조사에 대한 보호, 대통령의 권한에 대한 헌법상 제한 등의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테일러 판사는 44쪽에 달하는 판결문에서 "미국에는 권력을 세습하는 왕이나 헌법에 의하지 않은 권력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테일러 판사는 "부시 행정부는 미국에서 개인이나 범죄 용의자를 도청하기 위해서는 비밀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요건을 회피함으로써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미 국가안보국(NSA)의 도청 프로그램은 그동안 시민단체들에게 격렬한 비판을 받아 왔으며, 의회에서도 논란이 되어 왔다. 일부 공화당 의원조차 부시 대통령이 월권을 하고 있다는 경고를 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2001년 9.11 테러 직후 NSA의 도청 프로그램을 승인했으며, 이같은 사실이 지난해 언론 보도에 의해 공개됐다. 이 프로그램은 정부가 알 카에다 조직원으로 의심되는 용의자를 추적하는 용도일 경우 미국 시민들의 국제전화와 이메일을 영장 없이 도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로이터>는 "안보와 테러 정책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높다는 점에 고무된 부시 행정부는 '결코 승복할 수 없다'면서 연방법원의 판결에 대해 즉각 항소했다"고 전했다. 알베르토 곤잘레스 미 법무장관은 "이 프로그램이 합법적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항소를 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이 프로그램은 테러 공격을 적발하고 예방할 수 있는 조기 경보 시스템"이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특히 법무부 관료들은 "8.10 런던 항공기 테러 기도 사건으로 비밀 감시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확실해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뉴욕 연방법원에도 이번과 유사한 소송이 제기돼 9월 5일 공판이 예정돼 있는 등 부시 행정부의 도청 프로그램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도 상당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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