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무엇이 여성을 빈곤에 붙잡아두는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무엇이 여성을 빈곤에 붙잡아두는가?

[먼슬리 리뷰] 미국 여성운동 40년 (2)

2005년 현재 전체 여성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시급의 중위값은 12.5달러였다. 두 명의 자녀를 혼자 키우는 어머니가 전일제 일자리를 가졌을 경우 그 가정의 소득은 연방정부에서 정한 3인가정 빈곤선의 160% 정도가 된다. 전체 흑인여성의 60%, 전체 라틴계 여성의 67%가 이 액수에 못 미치는 시급만 받는다.
  
  대학생 중에서 여성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하지만 여성 전체로 보았을 때는 소수에 불과하다. 2004년 현재 25세에서 64세 사이의 여성 중 23%만이 학사학위를 가지고 있었다. 이 연령대의 흑인여성의 경우 학사 이상 학위를 가진 여성은 14%, 히스패닉계 여성의 경우는 이 비율이 9%에 불과했다.
  
  학력의 차이는 직업 관련 통계수치가 인종별로 다른 이유를 설명해준다. 2004년에 전체 백인여성의 39%와 전체 아시아 여성의 44%가 관리직과 전문직 및 관련 직종에 종사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흑인여성과 히스패닉계 여성의 경우 이 비율이 각각 31%와 22%에 지나지 않았다. 전문직과 관리직에 종사하는 여성의 수는 전체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인종별로 큰 차이가 있다.
  
  성별 임금격차 축소는 여성의 임금상승 때문이 아니다
  
  성별 임금격차는 차츰 좁혀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여성의 평균임금이 증가했기 때문이 아니다. 사실 최근 몇 년 간 여성의 소득증가율은 인플레이션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남녀 간 소득격차가 꾸준히 좁혀지는 이유는 남성의 임금하락이 여성의 임금하락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집단의 여성들이 평균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아이를 양육하는 기간 동안 소득이 상당히 줄어드는 경향은 여전하다.
  
  여성정책연구소(Institute for Women's Policy Research)가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26세에서 59세 사이의 여성이 15년 간 벌어들인 소득은 1999년의 달러화 가치 기준으로 27만3592달러인 데 비해 같은 연령대의 남성이 같은 기간에 벌어들인 소득은 72만2693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남녀 간 시급 비율은 77%까지 높아졌지만 평생의 임금을 비교해보면 성별 격차가 아직 상당히 크며, 위 여성정책연구소의 연구사례에서는 이 비율이 38%에 불과하다.
  
  최근 성별 임금 비율이 젊은 노동자들의 경우 84%에 이르는 등 남녀 간 차이가 더욱 줄어들고 있지만, 이것이 세대 간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세대와 무관한 생애주기에 따른 소득변화의 양상을 나타내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남편의 가사 일 분담 몫은 아내의 절반
  
  아이를 기르고 가정을 돌보는 일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여전히 여성이 지고 있다. 비록 남성 1인이 가장인 가정의 수가 증가해 왔고 아버지가 아이를 돌보는 경우도 전반적으로 많이 늘어났지만 아버지와 어머니가 각각 아이를 기르는 데 할애하는 평균 시간에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다. 젊은 아버지들 가운데 다수가 아이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떠나고 있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3세 미만의 자녀를 둔 아버지들 가운데 직장을 다니는 사람의 비중은 95%에 이르며 이는 다른 어느 집단보다도 높은 수치다.
  
  심지어 부모 모두가 가정 밖의 일터에서 일하면서 아버지가 아이를 돌보는 일을 분담하는 경우에도 어머니는 필요하면 빠져나와 아이를 데리러 학교로 가거나 아이가 아플 때 휴가를 낼 수 있도록 근무시간이 신축적인 일자리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어린 자녀를 둔 여성 노동자는 배우자보다 아이를 돌보는 일에 하루에 두 배 이상의 시간을 할애한다. 남편이 떠맡는 가사 일이 약간 더 많아지긴 했지만 평균적으로 볼 때 남편들이 수행하는 가사 일의 양은 여전히 아내들이 수행하는 가사 일의 절반 수준이다.
  
  유급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여성들이 갈수록 더 많아지면서 가사노동에서 남성이 담당하는 몫도 증가해 왔다. 하지만 가사 일 부담에서 남성과 여성 사이의 차이가 줄어든 일차적인 이유는 여성이 가사 일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전체적으로 줄어든 데 있다. 오늘날 보다 많은 회사들이 육아휴가를 주지만, 자료를 통해 확인해보면 육아휴가를 사용하는 노동자는 경제적인 불이익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전문직 여성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런 현상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부부들이 주로 다른 여성이 제공하는 도우미 서비스에 가사 일을 맡기는 경우가 늘어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빈곤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경향도 여전히 변하지 않고 존속하고 있다 이 세 번째 경향은 여성의 낮은 임금과 여성이 주로 부담하는 아이 돌보기의 무거운 책임과 관련이 있다. 이와 관련해 많은 학자들이 연방정부가 정한 빈곤선이 너무 낮은 수준이며 오늘날의 생활비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고 확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여성의 3분의 1은 연방정부에서 정한 빈곤선의 200% 이하의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다. 여성이 가장인 가정의 빈곤율은 과거 몇 십 년 간에 걸쳐 감소해 왔지만, 아직도 그 수치는 모든 인종집단에서 전체 가정의 빈곤율에 비해 두 배에 이른다.
  
  게다가 2001년 이후 여성이 가장인 가정 중 빈곤한 생활을 하는 가정의 비율이 높아져 왔다. 오늘날에는 백인여성이 가장인 가정들 중에서는 20% 이상, 그밖의 각 인종별로 여성이 가장인 가정들 중에서는 약 3분의 1이 빈곤한 생활을 하고 있다. 흑인과 히스패닉인 여성이 가장인 가정들 중에서는 약 40%가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조차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다.
  
  남녀 간 직종구분이 상존하는 현실
  
  무엇이 여성을 빈곤에 붙들어 두는가? 노동시장에서 여성이 받는 낮은 임금이 하나의 중요한 이유다. 주로 여성이 일하는 직업의 평균임금은 아주 낮고, 바버라 에렌라이히(Barbara Ehrenreich)가 저서 《빈곤의 경제(Nickel and Dime)》에서 지적했듯이 적어도 너무 적다. 그러나 임금이 더 높은 직업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여성이 학사학위가 필요 없는 직업을 구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실질적인 장벽에 부닥친다.
  
  가령 여성이 전통적인 여성의 직업이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들이 여럿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임금 수준이 보다 높은 건설이나 제조업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여성이 이런 분야의 직업을 갖게 되더라도 일터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고립되기 일쑤이며, 결국 대부분은 그 직업을 떠나기로 결심하게 된다.
  
  직업상의 남녀 차별은 제조업이나 건설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티븐 로즈(Stephen Rose)와 하이디 하트먼(Heidi Hartmann)의 연구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으로 서열화된 직업군을 보면 낮은 임금을 받는 직군에는 여전히 여성들이 주로 포진하고 있다. 오늘날 종사자가 대부분이 여성노동자인 직업의 종류는 194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것은 간호사, 간호조무사, 타자수, 비서 같은 일들이다.
  
  이렌 패더빅(Irene Padavic)과 바버라 레스킨(Barbara Reskin)의 연구도 여성들이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직업상의 차별대우를 변화시키면서 진일보했지만 1990년대에는 이런 측면에서 정체됐다고 지적한다. 인종 간의 직업상 차별 또는 직업 간 구분도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해소되며 통합되는 것이 추세였지만, 이런 추세도 1990년대에 역전됐다.
  
  일부 직업들에서는 여전히 성별에 따른 심한 차별이 존재하며, 이런 직업군의 남녀 간 임금격차는 다른 직업들에 비해 여전히 크다. 가령 2004년에 주로 남성의 직업인 수위의 평균 시급은 10달러였지만, 수위와 비슷한 수준의 훈련과 기술이 요구되는 청소원이나 가정부의 시급은 8.67달러에 그쳤다. 기계정비사와 간호조무사도 서로 비슷한 수준의 훈련을 받지만, 2004년의 시급을 보면 기계정비사는 16.64달러였던 데 비해 간호조무사는 10.53달러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