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서한은 8일 미국 상원 농업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됐으며, 모두 31명의 미 상원의원들의 서명이 첨부돼 있다.
미 상원 "쇠고기 수입 재개 '필수적'"
미 상원의원들은 '노무현 한국 대통령'을 수신자로 명기한 이 서한에서 "한국이 미국과의 자유무역 협상을 진전시키기에 앞서 노 대통령께서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미국 쇠고기 수입 금지 조치를 해결하는 데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많은 증거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올해 말로 예정된 한미 FTA 협상 마무리 이전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서한은 색스비 챔블리 공화당 의원(상원 농업위원회 위원장)과 톰 하킨 의원(상원 농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대표)이 초당적인 차원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미 상원의원들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경고성 서한을 보낸 것은 지난 1월 한국 정부가 광우병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결정했지만 그 이행을 계속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미 상원의원들은 '4대 선결 조건' 중 하나인 '쇠고기 수입 재개'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을 노 대통령에게 촉구한 것이다.
'광우병' 쇠고기 식탁에 오르거나, FTA 무산 되거나
그간 농림부는 미국 현지의 쇠고기 수출 작업장 37곳에 대한 현지조사를 끝낸 뒤에도 '사소한 문제가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미뤄 왔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수입 재개가 미뤄지는 이유를 '미국 축산업체들이 한국 정부가 정한 쇠고기 수출 작업장의 위생기준을 준수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7월 6일 미국 언론은 "미국은 쇠고기 수출 작업장에서 소를 도축하고 생산하는 과정에서 (광우병 감염 위험이 높은 소와 광우병 감염 가능성이 높은 부위에 닿은) 절단 톱과 같은 기구들이 한국으로 수출되는 쇠고기에는 사용되지 않기를 요구하는 한국 측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해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만약 한국 정부가 미국 상원의 압박에 못 이겨 미국 현지 쇠고기 수출 작업장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쇠고기를 수입할 경우 광우병 감염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대거 국내 식탁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정부가 계속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를 거부한다면 9월 4일부터 시작될 예정인 한미 FTA 제3차 협상에서 이 문제가 복지부의 새로운 약값 산정 방식(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과 함께 한미 간에 첨예한 갈등을 빚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 상원의원들의 서한 전문은 다음과 같다.
친애하는 노무현 대통령께.
우리는 한국이 미국과의 자유무역 협상을 진전시키기에 앞서 노 대통령께서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미국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를 해결하는 데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길 정중히 요청합니다. 많은 과학적 증거가 미국 쇠고기의 안정성을 뒷받침하고 있고, 미국과 한국은 쇠고기 무역을 재개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수 조치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그 무역 재개를 위한 초기 조건에 합의한 지도 어느덧 7개월이 넘었습니다. 협상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거두길 원한다면, 또 FTA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미국 의회를 설득하기 위해서도 올해 말로 예정돼 있는 FTA 협상 마무리 작업을 하기 전에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는 것이 필수적(essential)입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수입을 조속히 재개해야 할 때입니다.
아시다시피 많은 미국의 축산업계는 이태식 주미 대사는 물론 미 의회 쪽에도 한국이 미국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지 않을 경우 한국과의 FTA 협상에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이는 미국 의회의 철저한 조사 아래 한국 정부와 협상을 진행해야만 하는 미 관리들의 협상능력을 약화시키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노 대통령께 FTA 협상을 진척시키기에 앞서 쇠고기 수입을 전면 재개해줄 것을 촉구합니다. 당신이 우리의 요구에 응해 주길 바라며,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대해 우리와 함께 일해 주기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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