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기업의 사회공헌과 기업인의 기부는 다릅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기업의 사회공헌과 기업인의 기부는 다릅니다

예종석의 'CEO에게 보내는 편지'<49> 기업의 사회공헌

K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나라 곳곳이 수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사장님 회사에는 큰 피해가 없으셨기를 기원합니다. 오늘은 수해로 인한 피해 복구와도 관련이 있는 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최근에 있었던 워런 버핏의 36조 원에 달하는 거액 기부는 우리나라에서도 기업과 기업인의 사회공헌에 대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버핏의 기부는 우리나라에도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우리 기업인들 중에는 그의 자선행위에 대해 오히려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분들도 꽤 있더군요.
  
  그의 기부로 인해 기업인의 기부가 의무나 책임처럼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고, 게다가 우리나라 기업인들도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는데 그의 엄청난 자선과 비교됨으로 해서 상대적으로 사회에 대한 기여가 없는 것처럼 비쳐진다는 것입니다. 이런 견해에도 일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기업인의 일차적인 임무는 기업을 잘 경영하는 일일 것입니다. 경영을 잘해서 이익을 많이 내고 세금을 납부하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만으로도 기업의 책임은 다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아직 우리 기업들 중에는 그런 기본적인 책임조차 다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허다합니다. 그런 지경에 놓여 있는 기업들은 사회공헌활동이나 사회참여사업 같은 일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고, 좀 나은 경우라 해도 가까스로 좋은 경영실적을 내게 된 것만으로도 스스로 대견해하는 기업에게 기업시민정신까지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요.
  
  한동안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으로 기업의 사회참여를 끌어내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설립한 세계적 민간단체인 BSR(Business for Social Responsibility)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사회가 비즈니스를 소유하고 있다는 윤리적, 법적, 상업적, 공적인 기대를 충족시키는 수준 또는 초과하는 수준으로 비즈니스를 행하는 것"이라 정의한 바 있습니다. 보다 직설적으로 표현한다면 기업의 경영활동이 사회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것인 만큼 부를 축적한 기업은 사회의 그늘을 돌보아야 할 책임이 있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이는 지극히 당연한 이치이고 기업에게는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되지만,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책임은 스스로 깨달아서 행하기 전에는 누구도 강요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오늘날 성공적인 기업이란 최대한의 이익을 내면서 동시에 사회적 가치의 증대에도 공헌하고 있음을 증명해내는 기업, 즉 비즈니스와 선행 두 가지 모두를 잘해내는 기업이라고 확신한다"는 칼리 피오리나 전 휼렛패커드 회장이나 "21세기의 글로벌 기업들은 그 성과를 평가받을 때 매출 및 이윤의 증가와 똑같은 비중으로 인간의 삶의 질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도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한 필 나이트 나이키 회장처럼 기업의 사회공헌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스스로 행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책임론은 메아리 없는 외침일 뿐입니다.
  
  사실 기업의 사회공헌은 그동안 사회적 책임이라는 명분론에 떠밀려 기업의 체면 유지를 위한 이벤트로 전락한 일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몇몇 기업들의 거액 기부로 인해 사회공헌이 기업의 방패막이처럼 인식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근자에 와서 기업의 사회공헌은 기업의 이익과 연계되기 때문에 의무이행 차원의 수동적인 공헌이 아니라 경영전략 차원의 능동적인 공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BSR은 콘 로퍼의 '기업시민정신에 관한 보고'를 비롯한 다수의 연구들을 근거로 기업이 사회참여를 통해 실질적인 이익을 얻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습니다. 그 이익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판매율과 시장점유율의 증가
  - 브랜드 이미지의 제고
  - 기업의 이미지와 영향력 강화
  - 인재의 확보 및 유지에 유리
  - 회사운영 비용의 감소
  - 투자매력도 및 위험회피율 증가
  
  그 외에도 윤리, 사회, 환경과 관련된 문제의 개선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들은 사회참여를 하지 않는 기업에 비해 "꿈도 꿀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선두자리에 올라섰다"는 주장이나 <비즈니스 에틱스>가 선정한 '기업시민정신이 뛰어난 100대 기업'이 S&P(스탠더드앤푸어스)가 선정한 500대 기업들보다 우수한 경영성과를 올렸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크레이그 스미스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한 논문에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단순히 현금을 기부하는 방식에서 특정 사회문제의 개선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사회참여 사업의 형태로 변하고 있고 (…) 그 모든 노력들이 비즈니스의 실적 증진에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지요. 이제 기업의 사회공헌은 기업의 책임일 뿐 아니라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밝혀진 것입니다.
  
  이렇게 효용이 많은 일을 기업이 외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실제로 선진기업들은 앞을 다투어 사회공헌 활동에 많은 자원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사회공헌이야말로 이득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존경받는 기업, 나아가서 위대한 기업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아직도 걸음마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고 그나마도 극히 일부 기업에서만 부분적으로 시도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의 사정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도 우리 기업들은 준조세 성격의 기부 요청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으며, 특히 연말연시나 재해가 발생할 때에는 사방에서 무언의 기부 압력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다보니 기부를 하는 기업들도 기부를 사회공헌의 일환이라기보다는 면피나 보신을 위한 방책쯤으로 여겨 기부 자체보다 그 홍보에 더 열을 올려 온 것이 사실이지요.
  
  이제 우리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바뀌어야 합니다. 사회공헌을 책임으로서가 아니라 이익을 위한 경영전략의 한 부분으로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사회문제에 참여하더라도 어떤 문제에 참여하는 것이 기업이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생각하고, 또 참여하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어떻게 개발하고 실행할 것이며, 결과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사전에 구상해야 합니다. 그래야만이 사회공헌활동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기업의 사회공헌은 최고경영자가 모범이 되어야 합니다. 경영자 스스로도 개인적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기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카네기와 록펠러의 헌신적 기부는 이제 전설이 되었지만 그들이 세운 빛나는 기부의 전통은 오늘날에도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조지 소로스와 테드 터너, 빌 게이츠 등의 거액 기부는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이베이의 공동창업자인 피에르 오미디어 부부 같은 이는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재산의 99%를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선언을 한 바 있습니다. 버핏의 기부도 이러한 전통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경영자들의 기부는 대부분 기업의 자금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 기업인들은 사회와 같이 잘 사는 일보다는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것은 저주나 독을 물려주는 것과 같다"고 한 카네기의 깊은 뜻을 우리 기업인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사회공헌은 기업과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이기도 하고 이익의 원천이 되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사실은 그것이 참여자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입니다. 워런 버핏이 기부하는 이유도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그런 즐거움을 추구하는 이들이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사장님께서도 이번 주에는 기업과 함께 행복해지는 방안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