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최근 삼성생명 종합검사 결과 드러난 위법 행위에 '솜방망이' 징계를 내린 데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감원이 같은 위법 행위에 대해 다른 금융기관보다 현저히 낮은 수위의 징계를 내려 형평성 논란이 이는가 하면, 삼성생명이 삼성경제연구소의 정부 용역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은 것과 관련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22일 "금감원의 삼성생명 종합검사 결과는 전형적인 '삼성 봐주기'"라며 "삼성생명 상장 과정을 고려해 낮은 수준의 처분을 내린 게 아닌지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0일 종합검사 결과 삼성생명이 고객을 신규 계약으로 유도하면서 보장금이 초과되는 부분은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것은 보험업법 97조를 위반하는 행위라며 삼성생명 임직원 4명에게 각각 경고나 견책·주의 등의 처분을 내렸다고 공시한 바 있다.
하지만 박 의원은 이날 열린 정무위원회에서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에게 "삼성생명이 기존 보험계약과 신규 계약의 중요사항을 비교하는 전산 프로그램 자체를 신규 계약으로 유도하는 쪽으로 만들었다면 이는 매우 악의적이고 조직적인 법 위반"이라며 "하지만 금감원은 보험업법 97조에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처벌조항조차 적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표본추출 결과에 따르면 삼성생명 측의 계약 비교 안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계약 건수는 전체의 83.4퍼센트인 약 21만 건에 달하는데, 보험업법에 따라 각각의 건에 따라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보험업법에는 해당 상품을 판매한 당사자에 대한 처벌 규정만 있고 회사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주의적 경고 및 감봉 등의 처분을 내린 검사업무 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지적이 이어졌다. 2000년 이후 금감원의 조사업무 방해에 대한 처분 5건 중 3건이 삼성생명인데 상습적 조사업무 방해에 해당하는 가중처분은커녕 이전의 2건에 대한 처분보다 더 낮은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에 대해 "이전에는 회사 차원의 조직적인 방해였고 이번에는 일부 임직원의 행동인 것으로 보였다"고 답했다.
삼생생명이 외환 거래시 위험관리기준을 마련해놓지 않아 2203억 원의 손실을 내 견책과 주의 등의 처분을 내린데 대해서는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지난해 9월 우리은행은 같은 이유로 1조6000억 원의 손해가 났을 때 기관경고 및 은행장에 대한 3개월 상당의 업무집행정지 조치 등 대규모의 징계를 받았고, 지난 2월 2844억 원의 손실을 입은 금호생명도 기관경고 및 대표이사 2명이 문책 처분을 받는 등 중징계를 당한 바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국책연구사업을 진행하면서 생긴 적자를 삼성생명이 대신 메웠다는 '용역비 대납 의혹'에 대해서도 박 의원은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삼성생명에 대한 제재 공시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정황을 밝히지 않았지만, 삼성생명이 업무와 관련성이 적은 과제를 용역 의뢰하고 검수를 소홀히 했다는 조사 결과는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금감원이) 연구소 자체를 (조사)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다소 옹색한 답변을 내놨다.
박 의원은 "(지난달 12일 상장된) 삼성생명의 심각한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처분이 (영업일부정지 등) 행위 수준에 맞았다면 상장 과정에 장애로 작용할 수 있었다"며 "삼성생명의 부당지원이나 신규 계약 유도에서 나타난 과장 광고 의혹은 별도의 추가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라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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