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미국계 펀드 론스타가 불법행위로 대주주 자격을 얻어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까.
검찰 수사, 론스타의 불법행위 의혹 규명에 초점
당시 외환은행 매각을 결정한 정부의 고위관료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될 위기에 처하면서 그동안 '도장값'으로 알려진 리베이트가 론스타와 관료 사이에 오고갔을 개연성을 무시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검찰이 '외환은행 헐값매각 3인방'의 한 명으로 지목되어 온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현대차 비자금 수수 혐의로 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체포 당시 그가 운영하는 금융회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도 이같은 의혹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검찰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외환은행이 변 씨가 대표로 있는 PEF(사모펀드)인 보고펀드에 400억 원의 투자약정을 맺은 것이 외환은행 헐값매각에 대한 대가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보고펀드에서 압수해 간 15상자 분량의 문서를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일 검찰 수사에서 론스타와 변 씨 사이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국민은행과 맺은 외환은행 재매각 계약은 물론 2003년의 외환은행 매각 자체가 원천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그 파장은 엄청날 전망이다.
국민은행, 잇딴 중징계로 대주주 자격 논란
2003년 외환은행 매각이 원천무효가 되는 결정적인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국민은행 역시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있는지 중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법 제15조와 시행령 제5조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의 대주주가 되기 위해선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 금지 규정을 위반하거나, 금융 관련 법령을 위반해 처벌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다만 처벌을 받았더라도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고 정부의 승인권자인 금융감독위원회가 판단할 경우는 인수를 승인해줄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최근 5년간 결코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고 볼 수 없는 사유로 처벌을 받은 사실이 2건이나 된다.
우선 국민은행은 2004년 9월 세금탈루를 목적으로 1조6500억 원대의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적발돼, 2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또 지난 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시장금리보다 높은 사실상 고정금리로 운영해 온 사실을 적발해 국민은행에 63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국민은행으로 외환은행이 재매각되는 것을 반대해 온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금감위가 이같은 국민은행의 위법 행위들을 경미한 것이라고 강변하면서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해준다면 누가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금감위가 지난 2003년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한 것과 같은 배임행위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미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해 감사를 진행해 온 감사원 실무진은 지난 2003년 외환은행 매각이 정부의 무리한 법 적용으로 대주주 자격이 없는 론스타에게 매각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실무진의 결론은 감사위원회의 판단을 거쳐 1차 감사보고서로 정리돼 이달말 발표될 예정이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감사원이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없었음을 밝혀주는 것만으로도 제몫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남은 것은 검찰의 철저한 수사로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인정해주기 위해 '검은 커넥션'이 작동했다는 의혹을 밝혀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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