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최근 에콰도르가 미국계 회사의 유전 채굴권을 박탈한 데 대한 항의의 표시로 에콰도르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니나 무어자니 미 무역대표부(USTR) 대변인은 17일 "에콰도르의 결정은 사실상 미국 기업의 재산을 강탈한 것"이라며 "지금 이 시점에서 에콰도르와 추가로 FTA 협상을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4년 5월에 시작된 미-에콰도르 FTA 협상이 사실상 중단됐다.
무어자니 대변인은 "에콰도르가 (미국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고 미국의 무역상대가 되기 위해서는 외국인투자에 관한 협상안의 규칙들에 따라야 한다"며 "양자투자협정(BIT)에 따라 미국 기업들에 완전한 보상을 할 의도가 있는지를 에콰도르 정부에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15일 에콰도르 정부는 미국계 회사인 옥시덴털이 보유하고 있었던 아마존 내 유전 채굴권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옥시덴털이 에콰도르 정부와 사전협의도 하지 않고 에콰도르 내 사업체 지분의 40%를 캐나다 기업인 엔카나에 매각한 데 대응한 조치다. 옥시덴털은 에콰도르 정부와 맺은 계약에 따라 에콰도르 정부와 사전에 협의하지 않고 석유 채굴권과 관련된 지분을 매각할 수 없게 돼 있었다.
옥시덴털은 에콰도르 정부에 2000만 달러의 손해배상금과 국제유가의 상승에 따른 이익금 중 절반을 주겠다고 제안했으나 에콰도르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에콰도르도 미국에 등을 돌리고 중남미의 자원 국유화에 동참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에콰도르는 페루, 콜롬비아 등과 함께 '반미 기류'가 거센 중남미에서 상대적으로 '미국과 친한' 국가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16일 에콰도르의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 에콰도르의 페르난도 곤살레스 사장은 "이번 조치가 에콰도르도 석유산업 국유화의 대열에 뛰어들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에콰도르 정부가 옥시덴털에 자원개발권을 부여했지만 옥시덴털이 그 계약조건을 이행하는 데 실패하고 법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에 에콰도르에서 떠나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트로 에콰도르는 곧 옥시덴털이 보유했던 석유 채굴권을 이전받을 예정이다.
이로써 올해 들어 미국과의 FTA 협상이 중단된 나라는 총 4곳으로 늘어났다. 지난 4월 말 카타르는 '미국이 카타르로서는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전제조건들을 강요하고 있다'며 미국과의 FTA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3월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국영기업인 두바이포츠월드(DPW)가 미국항만 운영권을 인수하지 못한 데 대해 항의하며 FTA 협상을 중지했고, 1월에는 스위스가 '미국의 농업개방 요구가 지나치다'는 이유로 미국과의 FTA 협상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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