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검증이 아닌 공개시연이라서 거절했었다." (KIEP)
"분명히 공개시연이 아니라 공개검증을 요청했었다." (권영길 의원 측)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제효과에 관한 보고서의 수치가 조작·은폐됐다는 의혹을 놓고 공방을 벌였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권영길 의원이 이번에는 권 의원 측이 요구한 게 '공개검증'이었느냐 '공개시연'이었느냐를 놓고 '2차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20일 KIEP는 〈프레시안〉에 "한미 FTA의 경제효과에 관한 KIEP의 보고서에 대한 공개검증을 할 용의가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이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KIEP의 추정치가 제대로 도출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모형분석을 다시 검증해보자고 KIEP에 요청했고, KIEP는 처음에는 이 요청을 수용했다가 일주일 만에 돌연 입장을 번복했다고 〈프레시안〉이 보도(관련기사 링크)한 데 대한 반응이다.
이날 권영길 의원 측은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의'에서 KIEP의 데이터 조작 의혹과 관련해 '얼마든지 재검증해보라'고 약속한 데 따라 KIEP 쪽에 재검증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IEP의 최낙균 부원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재검증을 하려면 일개 국회의원이나 당 차원이 아니라 국회 차원의 재검증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 의원이나 특정 당에만 재검증을 허용할 경우 편견에 사로잡힌 검증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어 최 부원장은 "권영길 의원이 요청한 것은 공개검증이 아니라 공개시연이었다"며 "KIEP의 연구업무가 과중한 상황에서 특정 정당인 민주노동당과 권영길 의원만을 위해 공개검증도 아닌 공개시연을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하느라 바쁜 KIEP가 일일이 개개인을 교육시킬 수는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공개시연'이 어떻게 연구결과가 도출됐는지를 공개적으로 보여주기만 하는 것이라면, 공개검증은 그 연구과정이 옳았는지까지를 공개적으로 검증해보는 것이다.
그러나 권영길 의원 측은 "분명히 공개시연이 아니라 공개검증을 요청했다"며 "이 사실을 최낙균 KIEP 부원장에게 적시했으며, 최 부원장도 이를 분명히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권 의원 측은 이를 입증할 자료도 구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낙균 부원장은 "권영길 의원 말고도 KIEP의 연구모형에 관심을 가지는 교수들이 여럿 있어 권 의원 측에 이들과 함께 시연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도 했었으나 그 쪽에서 일방적으로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영길 의원 측은 "제안이 아니라 통보였다"며 KIEP 측에서 보낸 이메일을 공개했다. 이 메일에는 "아무튼 민노당과 같이 KIEP CGE 분석과정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는 교수들이 있어, 함께 모시고 다음주 중 시연을 하는 모임으로 변경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구체적 일정이 잡히는 대로 다시 연락드리겠다"라고 쓰여 있다.
한편 권영길 의원은 KIEP가 재검증을 거부하자 직접 재검증을 해보기로 결정하고 수백만 원대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구입하기까지 했다. 이어 권 의원은 이 프로그램을 돌리기 위해 KIEP 측에 "한미 FTA의 효과를 분석할 때 사용했던 분석모델과 가정이 정확히 어떤 것이었는지만이라도 알려달라"고 부탁했으나 이 역시도 거절당했다.
이와 관련해 최낙균 KIEP 부원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KIEP가 외부에서 별도로 구입해 사용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있다며 이 소프트웨어에 대한 라이선스는 KIEP 연구원들에게만 허락된 것이라 함부로 외부인이 사용하게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권 의원 측은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애초 4월 초에 KIEP 측이 권영길 의원실을 직접 방문해 한미 FTA 보고서에 대한 설명을 했었고, 그 설명으로 미흡한 부분이 있자 다음에는 아예 KIEP 연구실에서 검증을 해보자고 이야기가 됐었던 것"이라며 "그런데 데이터 조작 및 은폐 의혹이 불거지자 KIEP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낙균 부원장은 "공개검증을 한다면 국회 차원에서 할 것"이라며 "현재 어떻게 공개검증을 할지 그 방법론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민노당 외에 공개시연이나 공개검증을 요청한 다른 당이 있느냐"는 〈프레시안〉의 질문에 "아직은 없다"며 "하지만 느낌상 그런 요청이 들어올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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