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외 통상정책을 총괄하는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전격 교체됐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8일 무역대표부의 수전 슈워브 부대표를 대표로 승진시키고, 로버트 포트먼 대표를 백악관 예산국장에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부시 대통령은 "슈워브 부대표는 지적재산권의 단속 등 많은 중요한 분야에서 미국의 통상정책을 이끌어 왔다"며 "그의 전문성이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의 타결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역대표부 수장이 갑자기 교체됨에 따라 안 그래도 답보상태에 빠져 있는 DDA 협상이 타결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부시 정부의 이같은 갑작스런 인사가 미국의 대외 통상정책 초점이 다자간 협정인 DDA에서 양자간 협정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완전히 이동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분석하고 있다.
슈워브 무역대표부 대표 지명자는 의회의 인준을 받은 다음에 업무를 공식 개시하게 된다.
***슈워브 "나의 최우선 과제는 DDA 협상 성공적으로 타결하는 것"**
부시 대통령이 무역대표부 대표를 교체한 1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DDA 협상이 재개됐다.
총 4일간 진행되는 이번 협상에서는 '농산물'과 '비농산물 시장접근(NAMA)'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진다. 또한 이번 협상은 DDA 협상의 전체 일정상 DDA의 세부원칙(모댈리티)를 마련하기 위한 마지막 협상이다.
미 무역대표부 대표로 내정된 수전 슈워브는 "(DDA 협상은) 세계경제의 성장을 위해 한 세대에 한번 있는 호기"라며 "최우선 과제는 DDA 협상을 성공적으로 종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포트먼 대표도 "미국의 경제적 장래는 세계무역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과 연계돼 있다는 점을 더욱 더 확신한다"며 미국이 DDA 협상의 타결에 전폭적인 지지와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다시금 강조했다.
***EU, 한국, 브라질 등 "DDA에 차질 빚을 것"**
이런 상황에서 DDA 협상을 전두지휘하는 미 무역대표부의 수장이 교체되는 것은 DDA 협상의 타결에 악재로 작용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유럽연합(EU)의 피터 만델슨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우리는 포트먼이 없다 해도 협상을 이끌어나갈 수는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 그가 계속 있다면 보다 쉬울 것"이라며 부시 정부의 이번 인사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제네바 주재 한국 대표부의 최혁 대사도 "앞으로 슈워브 새 대표가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당분간 미국의 리더십이 약해질 것으로 본다"며 "(미 무역대표부) 대표의 교체는 결정적 국면을 맞이한 DDA 협상에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브라질과 인도 등 DDA 협상의 주요 국가들도 미국의 무역대표부 대표가 교체된 것에 대해 'DDA 협상의 국면이 한층 복잡해질 것'이라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일각에서는 부시 정부의 대외 통상정책의 중심이 타결 전망이 불투명한 다자간 DDA 협상에서 그보다 단기간에 타결하기 쉬운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옮겨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메릴랜드 대학의 피터 모리치 교수는 "부시 대통령이 DDA를 포기한 조짐이 역력하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에 소재한 국제경제연구소(IIE)의 한 관계자도 무역대표부 대표의 교체를 "DDA 협상이 연내에 타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슈워브 미 무역대표 지명자는 지난해 말 무역대표부에 합류하기 전까지 메릴랜드 대학의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1989~93년 아버지 부시가 집권하던 시기에 상무부 차관으로 일하면서 현 부시 정부와 인연을 맺었고, 아들 부시가 1기 집권을 시작한 2003년에 재무부 차관으로 지명받았지만 의회의 인준 과정에서 소득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이 불거져 스스로 사퇴한 바 있다. 이후 슈워브 지명자는 1993~95년 모토로라의 이사를 지냈고, 1995년 메릴랜드대로 옮긴 후 학장까지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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