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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에는 '나눔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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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에는 '나눔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예종석의 'CEO에게 보내는 편지'〈33〉 동업의 성공조건

K사장님!

시내 곳곳에 개나리가 만개한 것이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오늘은 신규사업을 구상할 때 흔히 고려하게 되는 동업의 성공을 위한 주의사항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생각해보면 동업이라는 단어의 뜻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동업이라고 하면 공동경영의 의미를 강하게 풍겼지요. 그러나 요즘에 와서 창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방식이 다양해지면서 동업이라는 말이 꼭 공동경영을 뜻하기보다는 공동투자라는 의미로 더 많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동업이라는 말의 의미가 조금씩 변해 온 것과는 상관없이 동업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부정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흔히들 동업은 꼭 실패한다고 배워 왔고, 특히 가까운 친구와의 동업은 '사람도 잃고 돈도 잃는다'는 이유로 만류하는 것이 상식이었습니다. 심지어는 형제간의 동업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고들 하지요.

그러나 동업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가들이 자금부족, 기술부족, 경험부족 등의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그 힘든 대안을 부득이하게 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경영상태가 좋은 기업도 신규사업을 벌이기에는 자금여력이 부족한 경우 투자자를 유치해 동업을 추진하게 되고,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동업이 자금과 기술력 등의 부족함을 메울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다가서게 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대기업들도 다른 기업의 인수합병을 추진할 때 기관투자가들을 컨소시엄 형태로 유치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동업의 장점은 지금 말씀드린 자금확보의 용이성을 우선 꼽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 외에도 동업자들이 부족한 경영능력을 상호 보완할 수 있다는 점과 그로 인한 시너지 효과, 그리고 사업전개에 필요한 다양한 인맥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 등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장점들이 있음에도 동업은 실패로 끝을 맺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업의 어려움은 그 사업의 성공이나 실패에 관계없이 동업자와 헤어져야 할 때 불거지게 됩니다.

이별의 원인은 이익분배와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 직책 및 업무분장에 대한 불만, 증자문제, 비용지출 및 책임소재 등의 실질적인 문제에서부터 성격불화, 업무추진 스타일의 차이 등 개인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이런 갈등 외에도 사업이 부진하거나 동업자의 개인사정으로 인한 동업자의 탈퇴 또는 동업자의 독립 희망 등도 사업의 분리나 정리의 원인이 됩니다. 어떠한 이유로 헤어지더라도 이별을 위한 배분과정에서 또 다른 갈등과 분쟁이 기다리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지요.

분쟁으로 인해 오랜 세월 동고동락해 온 사업 파트너와 등을 지고 평생 서로를 비방하며 지내는 경우를 흔히 보아 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GS그룹과 LS그룹 등으로 동업자들을 잡음 없이 분가시킨 LG그룹의 사례는 성공적인 동업은 물론 성공적인 분리의 전형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들어 기업의 규모가 자꾸 커지면서 소규모 자본가들이 공동창업을 하거나 대기업들의 경우에도 공동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으므로 성공적인 동업을 위한 지침은 신규사업을 꿈꾸는 최고경영자들이 가슴 깊이 새겨두어야 할 교훈이 될 것입니다.

동업자들 사이에 일어나는 내분의 발단은 대부분 책임과 권리의 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체면과 의리 등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데다 창업 초창기에는 사업의 성공에 대한 환상으로 조금은 들떠서 의기투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동업의 조건을 구두로 대충 합의해 두는 사례가 비일비재하지요.

동업계약을 문서화할 때도 시빗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조항들을 조목조목 따져서 해결방법을 확실히 해두지 않는 경우가 항다반사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는 법률적으로 사리를 따지는 것을 '비인간적인 처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그런 행동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들끼리 동업을 할 때에는 더욱 그런 조치를 확실하게 해두지 않는 경향이 있지요. 동업자들 간의 관계가 좋을 때에는 그런 것들이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갈등이 야기되고 헤어져야 할 때는 그런 불분명한 계약 내용이 해석상의 문제를 불러일으켜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동업의 성공을 위해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들을 정리해보면 첫째, 동업자 상호 간의 신뢰가 전제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따라주어야 합니다.

둘째, 공동으로 경영을 하는 경우에는 업무분장과 의무 및 책임의 범위를 확실하게 해두어야 합니다.

셋째, 갈등과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동업자 간의 긴밀하고도 빈번한 대화가 항상 이루어져야 합니다.

넷째, 공정한 이익배분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섯째, 이해관계와 의무, 권리 등 모든 합의내용을 문서화하고 공증절차를 거쳐두어야 합니다. 특히 동업계약서는 지분구조는 물론 운영 및 사업의 청산에 대한 내용까지도 가능한 한 상세하고 명확하게 작성해두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술과 자본이 합작하는 경우에도 그 지분구조를 확실하게 계량화해 명시해둬야 할 것입니다.

잘 작성된 동업계약서는 출자의 의무와 현존 재산에 대한 평가, 영업의 책임과 이익 분배의 의무, 법인의 대표 의무, 보증 의무 및 손실에 대한 책임, 영업에 대한 감시권, 동종 업종의 겸업 금지 의무, 계약의 존속기간 및 계약이 해지될 경우의 손해배상, 분쟁시 관할 법원까지 명시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합의내용의 문서화는 동업이 잘못됐을 경우를 대비한 필요조건이지 동업 성공의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동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잘 꾸며진 계약서보다는 동업자에 대한 신뢰와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더욱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모범적인 동업 사례로 꼽히는 삼천리그룹의 성공 이면에는 공동창업자인 고 이장균 회장과 고 유성연 회장의 끈끈한 우정과 따뜻한 신뢰가 숨어 있습니다.

그들이 사업의 성공은 물론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대를 이어가며 오늘날까지 돈독한 동업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을 고 유회장은 그의 자서전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동업은 성공뿐만 아니라 실패도 함께 하는 것이다. 동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자본금을 60대40으로 출자해서 시작하더라도 이익금은 50대50으로 나눌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다면 동업을 하라고. 서로 자신의 이익금이 많고 적음을 따지게 되면 동업관계는 절대로 오래가지 못한다. 서로 내가 먼저 아량을 베풀어야 상대방이 고마워서 더 노력하게 된다. 내가 돈을 좀 더 많이 냈으니까, 그리고 내가 더 노력했으니까 이익도 더 많이 가져야겠다는 생각으로는 동업을 할 수 없다. 동업이란 시작할 때 서로 가졌던 믿음과 기대를 한결같이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자세를 계속 유지할 수만 있다면 동업의 성공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사장님께서도 혹시 지금 구상하고 계시는 신규사업을 동업의 형태로 추진하시게 된다면 이런 점들을 잘 참조해서 꼭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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