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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안보 불감증은 6.15 선언이 우리에게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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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문정인 "안보 불감증은 6.15 선언이 우리에게 준 선물"

"남북 무력 충돌시 천문학적 인명 희생ㆍ경제적 피해"

뉴욕 유엔본부에서 천안함을 둘러싼 남북간 외교전이 벌어졌던 15일, 서울에서는 남북이 '한반도에서 다시 싸움이 나선 안 된다'며 10년 전에 했던 약속을 되새기는 행사가 열렸다.

사단법인 김대중평화센터는 6.15 남북공동선언 10주년을 맞아 이날 오후 '6.15 남북공동선언 10년,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학술회의를 열었다.

서울 홍은동 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날 학술회의는 문정인 연세대 교수,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의 주제발표와 김동현 전 미 국무부 선임통역관,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의 토론발표로 진행됐다.

사회를 맡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남북간 긴장이 고조됐지만 국민들은 '답은 전쟁이 아니고 평화다'라고 말하고 있다"며 "그런 국민의 목소리에 힘을 얻어 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문정인 "안보 불감증이야말로 선물"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10년 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국민들 대다수가 북한을 공존, 공영의 대상으로 재인식하게 되었다"며 "'안보 불감증'이야말로 6.15 선언이 우리 국민들에게 준 선물이다"라고 말했다.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서 모두 특별수행원을 지냈던 문 교수는 6.15 선언이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면서 "국민들이 안보와 평화에 관해 정부를 믿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문 교수는 "(6.15 선언이) 남북간 사소한 충돌만 있어도 사재기 현상이나 미국으로의 엑소더스가 발생했던 한반도의 안보 우려를 완화시키는데 공헌했다"며 "국민들을 매일 전쟁 공포 속에서 살게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문 교수는 6.15 선언이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있어 △남북한 신뢰구축을 가능하게 하고, △북한의 전략적 요충지인 개성이 경협 사업지로 변모한 것처럼 평화의 공간을 확장하고, △북미관계 개선을 추진해 북미 코뮈니케를 탄생하게 하는 등 남북이 주체적 평화 구축에 나서게 했다고 평가했다.

흡수통일론 위험성 지적돼

문 교수는 또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돼있는 6.15 선언 2항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무력 개입을 통한 흡수통일론이 다시 불거지는 최근 상황에서 남북이 통일 방안에 대한 방향에 동의한 선언 2항의 함의가 크다는 것.

2항에 대해 당시 보수층은 '북한의 연방제를 그냥 수용했다'는 비판을 쏟아냈으나 문정인 교수는 "오히려 이는 김정일 위원장이 종래의 연방제 안을 크게 양보해 우리측의 연합제 안을 전향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했다.

문 교수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구상에 있던 통일 방안에 대해 "먼저 남북 정상이 만나 정치적 신뢰 구축과 정상회담, 각료회담 등을 정례화해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 교류·협력을 강화해 유럽연합과 비슷한 연합을 구축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흡수 통일론 주창자들의 근거가 되는 독일 통일도 "엄격히 말하면 호네커 정권의 붕괴와 더불어 동독에서 출현한 민주정당과의 정치적 타협이 만들어 낸 합의형 통일이다"라고 반박하며 "북한 체제가 붕괴돼도 북 주민들이 바로 남한에 투항한다는 보장도 없으며, 통일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고 주장했다.

북한 지도부 유고 사태, 내부 폭동 사태 등을 상정하고 군사력 개입을 구상하는 무력 통일안에 대해서 "개연성이 희박하며 어떤 형태건 남북한에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인명 희생과 경제적 피해는 가히 천문학적일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문 교수는 또한 "최근 한국 정부가 북측과의 교류 협력을 단절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증대라는 새로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중국이 북한을 신탁통치하고 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라고 개탄했다.

그는 이런 현상이 "한국, 미국, 일본이 북한을 외면하고 강경 일변도의 정책을 전개하면서 야기된 현실"이라면서 "북한이 중국의 영향권 아래로 편입 될수록 한반도 평화 통일의 가능성은 더 멀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현백 "통일운동, 시민사회의 담론투쟁 돼야"

평화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정현백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6.15 선언이 가져온 시민사회 내의 변화와 향후 남북공존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에 주목했다.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을 지냈던 정현백 교수는 사회문화 교류가 남북공존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임을 강조하면서도 "냉전 문화가 존재하는 한 사회문화 교류는 취약성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정 교수는 "남한 사회 내 냉전문화의 해소, 남남갈등의 극복, 나아가 국민적 합의기반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사회문화 교류와 냉전문화 해소가 반드시 선후관계를 이루지 않고 함께 상승작용을 이룬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최근 시민들의 통일의식이 보수화됐지만 그것이 반드시 대립적 남북관계를 조장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으며, 남북관계가 급랭된 상황에도 시민들이 비교적 냉정한 현실감각을 유지하고 있음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그러나 "현 정부의 적대적 대북정책을 대하는 냉정함 뒤에는 통일에 대한 무관심도 녹아 들어있다"며 "이제 통일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은 민족시민사회에 기초하는 '정체성의 정치'로 재구성할 필요성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통일운동이 정부와 시장, 시민사회 간 협치(governance)의 기반을 넓혀가야 하며 보통 시민들에게도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남북관계 문제를 정부 일방통행의 영역에서 끌어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시민사회는 이런 제안을 담론화하여 지속적인 담론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방안의 하나로 정 교수는 시민단체와 여.야 정치권, 종교계가 초당적으로 6.15 공동선언의 후속작업을 이어나가는 '통일국민협약'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이명박 정부에 대북정책 전환 촉구

이어 토론자로 나선 김동현 전 미 국무부 선임통역관은 현재 한국과 미국, 북한은 모두 '기다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면서 서울과 워싱턴의 기다림은 북한 붕괴를 향한 것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비상사태 대비 계획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끝나기를 기다린다"면서 "이명박 정부와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한 말은 지켜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6.15 선언 이후 대북경협 정책에 대해 "북핵 문제 추이 등 실행 단계에서 드러난 불안정성 속에서 남한 정부는 경협의 질과 체계성보다는 양적 확대만 추구하게 됐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이른바 '퍼주기' 즉 포용정책적 관점의 남북경협론이 비판을 극복하려면 한국 경제의 장기 발전 전략 수립의 관점에서 남북경협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6.15 선언을 계승시키고 발전시키려면 정부가 정책 구사에서 좀 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하며, 북한만을 시야에 두기보다는 동북아 전체의 역학구도를 고려하는 전략적 틀 속에서 행동하고, 선거 결과가 보여준 대북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행사 참가자 일동은 회의 후 이명박 정부에 대북정책과 북핵정책의 전환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에서 이들은 6.15 선언 10주년인 오늘날 폐쇄 위기에 몰린 개성공단,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북핵 문제에 참담한 심정이라며 "정부는 남북관계 파탄과 한반도 위기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참가자들은 결의안을 통해 지금의 위기상황은 정부가 6.15 선언과 10.4 선언을 외면한 결과라고 지적하면서 정부에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말과 행동을 자제할 것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간 대화를 시작하고 개성공단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과 △천안함 사태를 이유로 지연되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 노력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날 학술회의와 만찬에는 행사위원장을 맡은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 남북정상회담의 산파 역할을 했던 당시 수행원들을 비롯해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 정당대표, 독일과 미국 등 외교사절(대리)과 정치·종교·언론·학계·시민단체 인사 900여 명이 참석했다. 통일부에서는 엄종식 차관이 만찬에만 참석했다.

▲ 6.15 남측위 주최로 열린 '6.15 10주년 기념 평화통일민족대회'에 참석한 정계, 시민사회계 인사들이 국민의례에 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오전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서울 조계사 불교문화기념관에서 민주당 정세균 대표 등 야 4당 대표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6.15선언 10주년 기념 평화통일민족대회'를 열었다.

6.15 남측위는 이날 북측위원회·해외위원회와 함께 6.15 민족위원회 명의로 공동성명을 발표해 "민족이 오늘날 난국을 타개하고 평화를 수호하며 조국통일로 가는 유일한 출로는 다시 6.15 선언의 정신으로 돌아가 이를 실천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6.15 선언은 세대를 이어오며 지속된 민족 최고의 통일전선이며 이를 이행하기 위한 줄기찬 노력으로 경이적인 변화를 만들어왔다"며 "그러나 오늘날 민족대결 위기가 고조되고 6.15 선언의 결실들이 위협받으면서 군사적 긴장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민족위원회는 "6.15 선언에 역행해 군사적 긴장과 동족간 대결을 추구하는 그 어떤 행위도 단호히 저지시켜나갈 것"이라면서 "정세가 어렵고 복잡할수록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통일의 길로 힘차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김상근 6.15 남측위 상임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현 정부는 집권 이후 봉쇄와 압박으로 북한에 굴종을 강요했고 6.15 선언과 10.4 선언을 폐기처분했다"면서 "가장 절실한 6.15 실천은 정부의 대북 정책을 바꿔내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김상근 상임대표의 개회사에 이어 백낙청 명예대표의 격려사,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송영오 창조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의 연설이 이어졌다.

한편 북한은 전날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별도의 '6.15 공동선언 발표 10돌 기념 중앙보고회'를 개최했다고 <조선중앙방송>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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