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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계획은 보수적으로, 실행은 대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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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자금계획은 보수적으로, 실행은 대담하게

예종석의 'CEO에게 보내는 편지'〈32〉 신규사업의 추진

K사장님!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서 신규사업의 추진에 있어 최고경영자의 역할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한때 우리 기업들 중에는 이른바 '회장님 숙원사업'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회사들이 꽤 있었습니다.

'회장님 숙원사업'은 오너들이 개인적으로 좋아하거나 특별한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신규사업을 일컫는 말로, 그런 사업의 경우 실무자들의 충분하고 세밀한 검토 없이 오너의 뜻대로 밀어붙이다가 낭패를 겪는 사례가 외환위기 직전까지는 상당수 있었습니다.

치밀한 사전검토를 통해서 사업의 추진에 부정적인 요소들을 발견한 경우에도 '성역'이기 때문에 'NO'라고 진언하지 못하고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다 사라져간 기업들도 적지 않지요.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에는 우리 기업들의 의사결정 방식이나 기준이 조심스러워지고 까다로워져서 그런지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즉, 기업 내부에 신규사업의 가능성에 대한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분위기가 농후해져서 신규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는 최고경영자의 발목을 잡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경향에는 경기부진으로 인한 최고경영자들의 자신감 상실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렇듯 신규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최고경영자의 역할과 책임은 막중합니다. 무모한 사업결정도 최고경영자에 의해 이루어지고, 우유부단한 태도로 가능성 있는 사업기회를 쟁취하지 못하는 것도 최고경영자의 그릇된 판단 때문입니다.

실패하는 신규사업의 대부분은 최고경영자의 신중하지 못한 졸속 의사결정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성공하는 사업 또한 많은 정보와 사내외의 의견수렴을 통해 이루어진다고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최고경영자의 결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신규사업의 초기 검토과정에서부터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에 이르기까지 최고경영자는 모든 주요 의사결정을 스스로 주도해나가야 합니다. 따라서 최고경영자는 경영실무를 상당부분 떠나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신규사업에 관한 한 결정적인 단계마다 적극적인 개입을 해나가야 하는 것이지요.

신규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최고경영자는 냉철한 판단력과 대담한 추진력을 고루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특히 사업의 제안과 성공 가능성 여부를 검토하는 초기 단계에는 성공을 저해할 수 있는 부정적인 요소들을 중심으로 판단을 해나가야 합니다.

먼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나 제품이 성공하려면 기본적으로 구매력이 뒷받침되는 고객층으로 구성된 충분한 크기의 잠재수요가 존재해야 합니다. 잠재수요를 확인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과거의 경영자들은 손쉽게 잠재수요와 성공가능성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흔히들 외국에서의 성공사례를 참조하였습니다.

1960년대에서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기간에는 우리와 소비행태가 비슷하면서 시간적으로 조금 앞서간 일본의 성공사례들을 많이 참고했지요. 그 시절에는 일본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신제품 동향을 살피는 것이 많은 경영자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였습니다.

1980년대 이후에는 우리 경제도 점점 글로벌화되어 서구의 제품과 서비스 품목도 많이 도입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근에 와서는 우리의 소비성향과 선진국들의 소비트렌드 간 시간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우리 나름의 소비문화도 자리 잡기 시작해서, 단순히 외국의 선례를 모방하여 시작하는 신규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지요.

그런 변화 탓인지 근자에는 잠재수요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과학적인 시장조사(Marketing Research) 기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동물적인 감각에 의존해 상황판단을 하는 경향이 있는 1세대 경영자들은 시장조사 기능의 활용이 부족하지만, 선진기업에서는 주요 의사결정관련 결재서류에 조사보고서의 첨부는 필수적입니다.

시장조사는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있다면 회사 내부에서 직접 수행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신규사업의 잠재수요에 대한 확신이 서면 다음에 궁리해야 할 것은 자금조달 문제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자금이 사업의 모든 것은 아닙니다만, 언제라도 사업의 전개를 방해할 수 있는 요소인 것은 사실이지요. 구체적인 소요자금 계획은 상세한 마케팅플랜이 나온 뒤에 가시화될 수 있겠습니다만, 최고경영자는 사업의 초기단계에 필요한 자금 규모의 산정과 그것의 조달방법에 대해서는 나름대로의 복안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최근에는 금융기관도 다양해지고 신규사업을 위해 조달할 수 있는 재원의 종류도 많아져서 자기자본 외의 자금 충당이 과거에 비해 용이해졌습니다만, 많은 경영자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가능성 있는 사업 아이디어를 사장시키거나 남에게 빼앗기는 경우를 너무나도 흔히 보아왔습니다.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사업계획서는 물론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최고경영자는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는 '알파'는 단순한 숫자를 뛰어넘는 미래에 대한 약속과 그 근거, 그리고 신뢰를 담고 있어야 할 것이며 위기에 대한 대처방법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라야 합니다.

필요자본의 산정에 있어서 꼭 명심해야 할 사항은 자금계획은 '보수적'으로 짜야 한다는 것입니다. 항상 자금의 조달가능성은 비관적으로 계산하고 지출해야 할 비용은 실제 이상으로 위급하게 생각해서 미리미리 준비해두어야 한다는 뜻이지요.

이러한 정도의 경영상식을 모르는 경영자는 없을 것 같은데도 많은 경영자들이 자금문제를 낙관적으로 생각하다 위기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 어이없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금 다음에 챙겨야 할 것은 인력의 확보 가능성입니다. 경영은 결국 사람을 통해서 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신규사업을 전담해서 추진할 전문인력이 없다면 그 사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인재 또한 자금과 마찬가지로 사내는 물론 사외에서의 확보가능성을 검토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

기본적인 수요와 자금, 그리고 인력의 문제를 부정적인 측면 위주로 객관적으로 검토하여 신규사업의 성공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서게 되면 다음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최고경영자의 적극적인 추진력입니다.

사업의 실행 과정에 필요한 것은 조직의 역량을 한 곳으로 결집시키는 최고경영자의 리더십과 카리스마이지요. 최고경영자는 실패의 시나리오와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까지도 염두에 두고 대담하게 신규사업을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때로는 그 과정에서 판단과 추진의 역할분담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요. US스틸의 창사를 위해 카네기의 철강회사를 포함한 무려 142개의 제철 및 제강 회사를 천문학적인 자금을 동원해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은 금융황제 모건(John P. Morgan)이었지만, 그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사람은 그의 파트너 게리(Elbert H. Gary)였습니다.

도요타자동차의 경우에는 방직기 사업으로 돈을 번 창업자 도요타 사키치(豊田佐吉)의 "자동차를 만들라"는 유언을 그의 아들 도요타 기이치로(豊田喜一郞)가 계승하여 오늘날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업을 이루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냉철한 판단력과 대담한 추진력은 신규사업의 성공을 위해 최고경영자가 꼭 갖추어야 할 덕목입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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