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외은)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이르면 21일로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금융권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0일 외환은행 노조는 특정 외국자본이 선정되야 한다며 투쟁 결의를 밝혔다. 이와는 달리 외국자본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 온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매각을 전제로 한 논의를 중지하고 외환은행 대주주 론스타의 매각작업 자체를 전면 중단시키는 투쟁에 집중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외은 노조는 본점 4층 대강당에서 220명의 대의원이 참석한 임시 전국대의원대회를 열어 DBS(싱가포르개발은행)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DBS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으면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대의원회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상황별 투쟁의 시기와 방법을 노조 집행부에 위임하기로 하고 투쟁기금 30억 원을 모금하는 안건도 채택했다.
노조는 결의문에서 어떤 경우에도 외환은행의 정체성을 지켜내겠다며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에 일방적 합병 기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정부당국에는 외국환, 국제금융, 기업금융 경쟁력 보존 및 발전 방안에 대한 입장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외환은행 독자생존 및 독립경영 보장을 통해 한국 금융산업 발전에 가장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한 DBS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히고, 어떤 분열책동도 분쇄하고 최후의 순간까지 단결 투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김지성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국민, 하나은행은 자신의 성장을 위해 외환은행을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입장"이라며 "DBS는 최선의 선택은 아니나 현실적으로 최선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은 노조 관계자는 "최근 DBS의 지분 25%를 가진 테마섹이 비금융주력자라는 이유로 일부에서 대주주 적격성을 문제 삼고 있지만, 지분비율 요건은 30%라는 점에서 이는 DBS를 사전 탈락시키고 외환은행을 흡수합병시켜 금융산업 경쟁력을 후퇴시키려는 특정 후보의 의도에 이용당할 위험마저 우려된다"며 DBS를 강력히 옹호했다.
그는 "DBS의 대주주 자격 논란은 지분 비율이 아니라 최대주주인 테마섹이 실질적으로 DBS를 지배하고 있느냐인데, 아직 드러난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외은 노조,'독자생존론'에서 DBS 지지로 선회한 까닭**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자본에 대한 국부유출 등을 비판하면서 '독자생존론'을 외쳤던 외은 노조가 돌연 'DBS 지지'로 돌아선 배경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다.
노조가 DBS의 '고용보장 카드'에 목을 매달아 국내 은행보다 외국자본 편을 들게 됐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인수 후 자회사 편입 방침을 밝힌 하나금융과 흡수합병 방침을 밝힌 국민은행과 달리 DBS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독립적인 자율경영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외은 노조 관계자는 "국내 자본에게 지분을 분산매각해 외은의 독자생존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후퇴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그는 "순수한 국내 자본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어느 자본이 독자생존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느냐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수후보로 나선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외국인 지분율이 각각 85%, 81%인 상황에서 순수한 토종자본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그나마 DBS는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지지를 선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누가 더 유리하나 따질 때냐"**
그러나 외국 투기자본의 문제를 제기해 온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날 매각을 전제로 한 논란을 즉각 중지하고 외환은행 매각 자체를 전면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센터는 성명에서 "19일 방영된 KBS스페셜 '외환은행 매각의 비밀'은 그동안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제기해 온 론스타의 외환은행 취득과정의 문제점을 분명히 확인해 주었다"면서 "정부당국과 행정관료, 론스타, 외환은행 경영진의 공모에 의해 은행취득 자격이 없는 론스타는 불법적으로 외환은행을 매입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센터는 "이같은 의혹이 규명되고, 이 거대한 음모적 거래의 실체적 진실이 밝히 드러나기까지 현재 진행 중인 외환은행 재매각 일정은 즉각적이고 전면적으로 중단되어야 한다"면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물론이고 DBS 역시 이 불법적인 거래가 낱낱이 파헤쳐지기 전까지 인수전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센터는 "누가 더 유리하고 누가 더 국민경제나 노동조합에 유리할 것인가는 너무 성급한 판단이며 이기적인 판단"이라면서 "지금은 매각의혹 규명과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박탈에 투쟁을 집중하여야 할 때"라고 외은 노조의 자제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외은 노조 관계자는 "시민단체가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당사사인 노조로서는 현실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독자생존과 멀어지는 국민이나 하나가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될 때까지 노조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투쟁의 초점을 매각 중단에 맞춰 혹시 검찰이 나서서 의혹이 밝혀진다고 해도 매각 작업에 관계했던 관료들만 처벌을 받을 뿐 론스타의 매각 일정 자체를 중단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면서 "이 때문에 노조는 DBS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지하는 투쟁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4월 임시국회 전 검찰 수사 끝내라"**
그러나 투기자본감시센터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면 외환은행 매각은 중단될 수 있다"면서 검찰이 '론스타 게이트'에 대해 즉각 수사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했다.
센터가 KBS 스페셜을 인용해 밝힌 '론스타 게이트'는 다음과 같다.
외환은행 매각을 위해 청와대, 재경부, 금감위, 외환은행 등의 책임자들이 참석해 론스타의 외환은행 취득 시나리오를 직접 계획하고, 관련한 법률 검토까지 직접 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자신들의 노력에 대한 금전적 보장으로 버젓이 "도장 값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눴다는 점이다.
이것은 외환은행 매각이 단순한 매각이 아니라 자격 없는 펀드에 은행을 넘기면서 '투기자본은 막대한 돈을 벌고, 관료와 은행 경영진은 도장 값을 챙기고, 변호사와 재정자문사의 엘리트들은 자문료 명목으로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는 3각 먹이사슬'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또한 당시 외환은행 매각의 결정적 근거가 되었던 BIS 비율 조작이 금감위와 론스타의 공모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이다. '10인 비밀회의'에서 외환은행의 현행법상의 자격미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금감원, 그리고 외환은행이 나선 것이다.
이같은 의혹을 거론한 투기자본감시센터는 "4월 임시국회가 열리기 전에 검찰 수사를 끝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정치권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특별검사 도입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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