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 /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 5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1980~90년대에 대학생이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불러봤을 법한 '5월의 노래'다. 프랑스 대중가요에 직설적인 노랫말을 붙여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한 이 노래의 작사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5.18 기념음반 수록곡을 놓고 일어난 저작권 시비가 이같은 '작자 미상' 민중가요의 원작자를 찾는 작업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최근 5.18 기념음반 '5월의 노래'를 제작, 배포한 5.18기념재단은 고민에 빠졌다. 수록곡 중 하나인 '전진하는 5월'의 원작자를 '미상'이라고 표기했는데 작사자인 고규태 씨가 이의제기를 했기 때문이다.
고 씨는 "작사자나 작곡자의 사전동의 없이 노래를 수록한 것은 엄혹한 시절에 '익명'으로 투쟁한 사람들에 대한 무시"라며 "재단은 배포한 음반을 전량 회수해 이 노래와 가사를 삭제한 음반으로 대체하고 사전동의 없이 노래를 수록, 배포한 데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재단은 고 씨에게 제작과정의 착오를 사과하고 상업적 목적이 아닌 5.18 민주화운동 기념 홍보음반이라는 취지를 설명하며 원만한 해결을 바라고 있지만, 고 씨의 저작권이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도 분명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민중가요의 원작자를 밝히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대표적인 추모곡인 '님을 위한 행진곡'의 원작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지만, 여러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최근에야 이 노래가 백기완 씨의 시를 황석영 씨가 개작한 노랫말에 김종률 씨가 곡을 붙여 완성된 것으로 '정리'되기도 했다.
5.18기념재단의 조진태 사무처장은 "'5월 문화의 본격적인 복원'과 더불어 5.18 때 익명으로 투쟁한 민주인사들을 배려한다는 차원에서라도 당시 민중가요의 원작자 밝히기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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