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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매너는 곧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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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좋은 매너는 곧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예종석의 'CEO에게 보내는 편지' 〈24〉경영자의 비즈니스 매너

K 사장님!

구정 연휴는 잘 보내셨는지요? 오늘은 최고경영자가 간과하기 쉬운 매너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최근에 한 지인으로부터 들은 바 있는 어처구니없는 에피소드를 옮기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세계적인 외국 서비스회사에 간부로 있는 한국계 인사의 이야기입니다. 미국 본사에 근무하고 있는 그는 최근 업무협의를 위해 클라이언트인 서울의 모 회사를 방문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상대역인 해당 부서 임원과 회의를 하고 있는데, 그 회사의 사장님께서 좀 보자고 연락이 왔더랍니다. 그래서 아직 면식이 없는 사장님께서 인사라도 나누자고 그러나 보다 하고 사장실로 들어갔답니다.

사장실에 들어가서 수인사를 나누자마자 숨도 돌리기 전에 그 사장님은 아주 거만하고 위압적인 태도로 "xx씨! 이번 일이 잘못되면 앞으로 우리 그룹의 일을 다시는 맡기 어려울 겁니다!"라고 최후통첩하듯 이야기하더라는군요. 한국계라고는 하나 어려서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성장을 했고 자신의 경력을 현지에서 충실히 쌓아 지금은 유수한 회사의 고위 간부로 있는 그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고 합니다.

그 사장님이 만나자고 할 때 그로서는 이번 일을 잘 부탁한다는 의례적인 인사를 하는 자리로 생각을 했다는 것이지요. 또 그것이 당연한 것이기도 하구요. 그 분 말씀이 자신이 그동안 수십 개 국의 클라이언트를 상대해 왔지만 그렇게 무례한 경우를 당한 건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모처럼 반가운 마음으로 찾아온 고국에서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앞으로는 가능하면 한국회사와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고 하면서 "왜 한국기업들이 외국기업과의 거래에서 안 당해도 될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지 이제야 알 것 같다"고 덧붙이더군요.

그래서 제가 당황한 나머지 위로를 한답시고 한국에는 사업상의 파트너 사이에 '갑을 문화'라는 것이 있는데, 그 사장이 선생을 하청업체 같은 '을'로 생각해서 그렇게 불손한 태도를 취한 모양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지요.

그랬더니, 그 회사와의 거래는 수수료를 받는다고는 하나 그 쪽의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해주는 입장이라 자신이 '을'이라 할 수도 없고, 설사 '을'이라 하더라도 그렇게 오만불손한 태도로 협력회사의 간부를 대해서 얻을 것이 뭐가 있겠느냐고 그 분이 반박하는 데에는 할 말이 없더군요.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최고경영자들의 비즈니스 매너에는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영자들을 만나보면 매너가 좋아서 기분이 좋아지는 분들도 없진 않지만 많은 경우 글로벌 스탠더드에는 못 미친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앞의 경우처럼 세계적인 기업을 지향하는 일류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그런 정도라면 대인관계나 격식을 갖추어야 할 기회가 적은 중소기업 경영자의 경우에 좋은 매너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겠지요.

물론 기업의 규모나 경영자의 위상, 또는 대인관계의 경험이 경영자의 매너와 꼭 상관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습니다만,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소위 '잘 나가는 기업'의 고속출세한 전문 경영인이나 어렵게 자수성가한 오너 경영자들 중에 대체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잘못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그 분들의 그러한 태도는 대부분 자신들이 이룩한 성공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러한 자신감은 그들의 성공에 원동력이 되는 리더십의 실체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그들의 자신감이 리더십으로 머물 때는 좋으나, 세월이 가면서 자신감이 독선으로 변하고 독선이 오만불손으로 변하면 기업이나 자신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지금은 이미지 포지셔닝의 시대입니다. 기업의 경쟁력은 상당 부분 그 기업의 이미지에 의존하고, 기업의 이미지는 최고경영자의 좋은 이미지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합니다. CEO의 좋은 이미지는 실제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기도 하지요.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관계는 그러한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좋은 사례입니다.

경영자의 이미지는 그의 표정, 말씨, 화제, 옷차림새, 테이블 매너, 유머감각 등으로 결정되며, 그것은 바로 경영자의 주요 역량이라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직결됩니다. 그러나 우리 경영자들은 이러한 이미지 구성요소에 대해 대체로 무관심하며, 오히려 우리의 생활 곳곳에 남아 있는 유교문화의 전통은 그러한 것에 관심 갖는 사람들을 우습게 보는 경향마저 있습니다.

우리 경영자들의 가부장적 이미지를 이런 이미지 구성요소에 비추어 묘사해보면, 그들은 대부분 무표정하고 근엄하며 말투는 위압적이고 아래 사람들에게 반말을 다반사로 쓰며 옷차림에는 무관심할 뿐 아니라 오히려 외양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을 우습게 보는 경향마저 있습니다.

화제는 궁색하거나 기껏해야 상대가 좋아하든 말든 골프 이야기가 대종을 이루고, 테이블 매너는 같이 한 자리에서 식사하기가 민망할 정도이지만 본인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유머감각은 결여되어 있으면서 '음담패설'을 유머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상당히 있지요.

고객이나 외부인사에게는 신경을 좀 쓰는 경영자들도 내부 고객인 자신의 부하들에게는 함부로 대하거나 인격적인 모욕을 주는 것을 예사로 생각하고, 대화를 해보면 경청해야 할 자리에서도 듣기보다는 주로 발언하기를 즐기며, 회의에서도 참석자들이 채 발언을 다 하기도 전에 벽두부터 결론을 내려 회의 자체를 유명무실화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외국사람에게 갖추어야 할 매너에는 더욱 무관심하지요. 저 자신도 외국 기업인과 우리 경영자가 함께 하는 자리에 동석했다가 민망한 장면을 목격한 경험이 꽤 있습니다. 언젠가는 미술과 음악에 해박한 외국 경영자가 최근에 관람한 콘서트와 자신이 소장한 미술품에 대해 장시간 이야기하는데, 그와 오랫동안 사업상 교류를 해 왔다는 우리나라 경영자가 한 마디도 대꾸를 못 하는 걸 보고 안쓰러웠던 적이 있지요.

외국 음식을 싫어하고 바닥에 앉는 것을 너무나 불편해 하는 외국 바이어에게 굳이 한식을 먹어봐야 한다고 온돌방에서 한정식을 대접하거나 술을 못 마시는 사람에게 폭탄주를 강권하고, 실온으로 마셔야 할 레드와인을 '히야시'를 안 해 왔다고 호통을 치는 통에 웃지도 못하고 난감해 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저는 일부이긴 하지만 이러한 우리나라 경영자들의 거친 매너는 우리 사회 전반의 급성장이 낳은 부작용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은 매너 같은 것에 신경을 쓸 만큼 우리 기업들이 한가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지요. 그러나 이제는 우리 경영자들도 세계 11위 무역대국의 위상에 걸맞은 세계적 수준의 매너를 갖춰야 할 때입니다.

소니의 창업자인 모리타 아키오가 1950년대에 미국에서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세일즈하던 중 자신의 매너가 국제사회 기준으로는 부족함을 깨닫고 맨해튼의 고급 동네에 1년 이상 체류하면서 미국의 상류사회와 교류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그는 그때의 미국생활 경험을 밑천으로 해서 소니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웠습니다. 이제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도 우리 경영자들이 세계적 수준의 매너를 갖추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 주에는 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매너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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