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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공황', 노무현 정부가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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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공황', 노무현 정부가 키웠다"

[긴급기고] 박기영 보좌관, 국민 분노 어찌 감당하려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접속을 했던 것일까? 접속 장애로 MBC 〈PD수첩〉을 인터넷으로 보려는 생각을 접고 근처 TV가 나오는 술집으로 자리를 잡았다. 비겁하게 방영을 미룬 MBC의 용기 있는 〈PD수첩〉을 보는 내내, 할 말이 없었다. 아니 탐정영화를 보는 듯 오히려 흥미진진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영업시간이 끝난 시간까지 우리 일행과 〈PD수첩〉을 본 여주인으로부터 "실망스럽다"는 이야기를 듣기까지 현실감을 잃고 있었다. 너무나도 위선적이어서 심지어 그것을 드러낸 〈PD수첩〉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황우석 교수에 대한 사회적 열망을 가진 많은 이들이 받았을 상처는 도저히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나로서는 할 말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대중들에게 닥친 '황우석 패닉'**

서울대가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발표한 15일 또다시 판도라의 상자가 잠시 열렸다.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원장은 병원에 입원해 있던 황우석 교수를 만나고 나와서는 "줄기세포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줄기세포 6개는 만들었으나 곰팡이로 손상되었으며, 나머지 5개는 아예 만들지도 않고 환자 체세포로 조작을 했다는 주장도 전하고 있다.

수많은 젊은 생명과학자들이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서 혹은 과학기술인연합(Scieng)에서 찾아낸 중복된 줄기세포 사진과 DNA 분석결과 조작 가능성 의혹 제기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한 때문일까? 조사위원회의 조사과정을 기다리지도 못한 채 황우석 교수의 핵심적 협력자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진실일까? 정말 줄기세포가 없는 것일까? 설마, 제발 아니었으면…. 그래도 1, 2개라도 있겠지. 제발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조사할 기회라도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대로 다 나자빠지는 것은 아니겠지?

우리 과학계에, 그리고 우리 사회에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이번 의혹에 대해서 정말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증을 해서, 한국의 과학계가 자정 능력이 있음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황우석 교수팀이 몇 가지 크나큰 실수를 저지르고 그 과정에 심지어 부정행위가 있었더라도, 한국의 과학계가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구능력과 성과가 있다는 점까지 의심받지 않기를 절실히 기원한다.

또 우리사회가 이번 황우석 논란의 진실을 회피하지 않고 담담하면서도 냉정히 바라보면서, 불거진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성실하고 진지한 토론과 실천을 보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럴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질 것인가? 한국 사회가 '황우석 패닉'에 빠져들어 사회적 공황 상태로 나아가지는 않을까? 경제 침체, 실업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대중들에게 '황우석 신화'까지 빼앗는 것이 큰 상처로 남지 않을까, 너무 두렵다.

***박기영 보좌관은 이 분노를 어찌 감당할 것인가**

분노가 치민다. 이 지경이 되기까지 책임질 자들이 도대체 나서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 보좌관의 이야기를 정말 듣고 싶다. 1달에 한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황금박쥐' 모임에서 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는가? 황우석 교수에 대한 온갖 의혹이 제기될 때도 당신은 여전히 황우석 교수의 말만 듣고 있었던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대체 어떤 보고와 의견 제시를 했는가? 또 무엇보다도 공동저자로 올라간 황우석 교수의 논문에 대체 무슨 기여를 했는가? 궁금한 것이 너무 많다. 대체 왜 말이 없는가?

진실을 알고 싶다. 그러나 어쩌면 진실은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한편에서 이미 드러나 있는지 모른다. 'BioTech 2000' 계획에 의해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5조1000억 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의 일환으로 '바이오신약·장기사업'의 5개 상품 분야에 2004년부터 현재까지 2년간 700억 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에게 황우석 교수와 그의 연구는 무엇이었을 것인지 자명해 보인다.

***노무현 정권의 '상품', '황우석'**

황우석 교수와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생명공학(BT)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인 '상품'이자 추진 명분이었다. 황우석 교수가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 10개 사업 중의 하나인 '바이오신약·장기사업'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 분과위원장으로서 각 부처 투자 계획 및 정책을 총괄하고 있었다는 것이 하나의 상징적 예가 될 것이다. 두렵기까지 한 이 '황우석 사태'는 청와대와 정부의 최소한의 방조 없이는 애당초 발생할 수 없는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곳곳에서 청와대와 정부의 황우석 교수의 대한 맹목적인 지원과 감싸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1998년부터 최소 380억 원의 예산을 들여 황 교수에게 재정적 지원을 하였는데, 그중에 265억 원은 예산 편정과정에서 정상적인 절차와 과정도 거치지 못한 채 황 교수에게 '몰아주기'를 했던 것이다. 통상적인 예산 편성과 다르게 갑작스럽게 삽입된 이 예산은 청와대 박기영 보좌관이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것이다. 또한 황 교수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만을 결과적으로 합법화시킨 '생명윤리법'의 마술적인 부칙 조항은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한 2003년도에 만들어졌다.

이것만이 아니다. 젊은 박사들에게 줄 예정인 10억 원의 연구비를 전용해 황우석 교수에게 몰아준 과학기술부가 황 교수 연구에 대한 서울대 소장 교수들의 재검증 요구를 비난하고, 오명 부총리까지 나서서 '재검증은 없다'고 단언한 것은 무엇인가? 구성원도 불명한 서울대 수의대 기관윤리위원회(IRB)가 작성한,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 보고서를 대독(代讀)한 보건복지부는 또 무엇인가? 이런 마당에 노무현 대통령이 '덮자'고 나선들 무엇이 이상할 것인가?

***청와대와 정부, 자신의 책임을 다하라**

올해의 증권가 10대 뉴스 중에 하나가 소위 '황우석 효과'다. 황우석 교수가 논문을 발표할 때마다 바이오 벤처들 및 관련 회사들의 주가는 껑충껑충 뛰어올랐다고 한다. 아직 언제 실용화될지, 아니 실용화되기는 할지 모를 황 교수의 연구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경제적 이해관계까지 형성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황 교수가 하는 배아 복제 및 배아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바이오 벤처가 한 곳도 없다고 평가되고 있는 데도 말이다.

우리는 신기루를 쫓고 있었던 것인지 모른다. 그 맨 앞에 청와대와 정부가 서 있고, 국민들은 의심 없이 그 뒤를 쫓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청와대와 정부는 어디까지 갈 생각이었나? 비겁하게 한 과학자의 뒤에 숨지 말고,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오늘 밤 잠을 이루지 못할 수많은 사람들을 대신해 정부의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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