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사장님이 물었다.
"사콘, 태국 가고 싶지?"
"예"
사콘은 짧게 대답했지만, 그 말 한마디가 꼬투리가 되어 자신을 괴롭히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몇 달 후 얘기다. 공장에 일거리가 떨어져갈 무렵, 사장님이 물었다.
"사콘, 태국 가고 싶다고 했지?"
"네"
"그럼 갔다 와"
"언제 가요?"
"내일"
"그렇게 빨리요?"
"응, 비행기 표 사놓았어"
ⓒ한윤수 |
좋았다. 고향에 가다니.
잔뜩 부푼 그는 참지 못하고 옆 공장의 태국 친구들에게 자랑했다. "나 고향 간다!"
자랑하길 잘했지. 자랑 안 했으면 어떡할 뻔 했나?
어쨌든 친구들은 사콘의 얘기를 듣고 피식 웃고 외면하거나 묵묵히 자기 일만 할 뿐이었다. 유독 그에게 말을 건 것은 가장 나이가 많은 니카(가명)였다. 니카는 나직히 말했다.
"발안센터 가봐"
내가 보기에 휴가 얘기는 처음부터 아귀가 맞지 않았다. 휴가 가는 사람이 국민연금을 탄다는 게 말이 되나? 국민연금은 퇴직 후 한국을 떠나는 사람에게만 돌려준다. 휴가를 가는 사람에겐 절대로 돌려주지 않는다. 하마터면 사콘은 퇴직금도 못 받고 한국을 영구히 떠날 뻔했다.
내가 따지자 부장은 얼버무렸다.
"글쎄요. 퇴직 얘기는 안 나온 걸로 아는데요."
그러나 담당 과장은 솔직히 털어놓았다.
"물론 퇴사 처리했죠."
사콘을 불러 물었다.
"한국에서 일하는 게 좋아? 태국 가는 게 좋아?"
"한국에서 일하는 거요."
나는 확고하게 말했다. "그럼 일해야지!"
내가 그를 위해 한 일은 세 가지다.
1. 비행기 표를 취소하고
2. 직장을 옮겨주고
3. 퇴직금을 받아준 것.
이제 사콘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안 떠날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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