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연말이라 망년회 등 업무 외의 일로 많이 바쁘시지요. 오늘은 기업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제품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품에 관해서는 말씀드릴 사항이 많으므로 연초까지 여러 회에 걸쳐 이야기를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사장님께서도 연초의 휴일에는 하루쯤 회사의 제품전략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해보고 평가하는 기회를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흔히들 기업을 구성하는 3대 요소로 자본, 사람, 제품을 꼽습니다. 많은 경영자들이 "기업은 사람"이라고 하면서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만 그것은 기업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을 때 적용되는 이야기이지 일반적으로는 제품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저는 생각해 왔습니다. 그 이유는 제품이 뛰어나면 사람이나 자금이 좀 부족하더라도 어떻게 보완할 수도 있지만, 회사는 굴러가나 제품이 수준미달이면 인력이나 자금력이 아무리 뒷받침된다 하더라도 그 회사는 오래 유지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어느 요소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가를 따지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만, 제품의 기본적인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그렇게 해본 것입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하나의 제품이 계기가 되어 몸을 일으키고 제품을 통해서 성장하며 제품의 쇠퇴로 사라져가기도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DOS라는 제품 하나로 일약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었으며, 인텔은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역시 세계 일류 기업의 대열에 진입했습니다. 한 세기 전의 헨리 포드는 T-모델로 자동차 왕의 호칭을 얻었지만 그로부터 20년 후에는 그 T-모델의 부진으로 자동차 업계의 왕좌 자리를 GM에 내주고 맙니다.
많은 기업들이 이익의 폭을 넓히기 위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부진한 제품을 퇴출시키기도 하지요. 예를 들어 한때 봉고 신화의 주역이던 기아자동차는 크레도스 등 제품의 부진으로 부도가 났었습니다만 현대자동차에 인수된 뒤에는 카렌스, 옵티마 등 신제품이 선전하여 흑자기업으로 거듭 태어났습니다. 삼성전자의 애니콜 전화기는 그 부문 하나만으로도 우리나라 10대 재벌에 드는 매출과 이익을 내고 있기도 하지요.
이렇듯 제품은 한 기업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요소인 것입니다. 이런 제품에 최고경영자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요.
정보화 혁명으로 인한 정보의 확산속도 증가는 소비자의 기호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공급과잉 시장구조는 소비자의 욕구를 점점 까다롭게 만들어 제품의 수명주기를 단축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최고경영자들은 제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하며 제품전략에 대한 관심을 배가시켜야 합니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다양한 제품정보에의 접근이 용이해지고 많은 정보를 갖게 된 신세대 소비자들은 기성세대 소비자와는 판이한 구매의사 결정방식과 소비성향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 그러한 노력은 성공적인 신제품 개발을 위한 좋은 밑거름이 되지요.
우선 제품에 대한 경영자들의 이해가 달라져야 합니다. 기성세대는 제품이라고 하면 유형제품을 먼저 떠올립니다. 또 제품전략을 물어보면 구세대 경영자들이 제일 처음 언급하는 것은 '품질'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소비자의 다양해진 욕구로 인해 유형제품은 물론이고 무형제품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공급과잉으로 인해 완벽한 품질은 시장진입의 기본조건에 불과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제 성공하는 제품이 되기 위해서는 품질 이상으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그 '무엇'인가를 갖추고 있어야만 합니다. 그 '무엇'은 당연히 시대적 흐름과 소비자의 욕구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야 하겠지요.
제품은 크게 세 개의 차원으로 분류됩니다. 가장 기본적인 핵심제품(core product)은 소비자가 그 제품의 구매를 통해서 실제로 얻고자 하는 편익을 말합니다. 레브론의 창업자 찰스 렙슨(Charles Revson)은 "우리가 공장에서 만드는 제품은 화장품이지만 매장에서 파는 것은 여성들의 (고운 피부를 갖고자 하는) 희망"이라고 설파한 바 있습니다. 저명한 마케팅학자 시어도어 레빗(Thedore Levitt)은 "드릴을 사가는 소비자는 드릴을 산 것이 아니라 그 드릴로 뚫을 구멍을 사간 것"이라고 표현한 바 있지요.
제품의 두 번째 차원인 유형제품(tangible product)은 통상 우리가 생각하는 제품의 범주, 즉 브랜드 네임, 포장, 품질, 스타일 등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차원은 요즘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확장제품(augmented product)으로 제품의 설치, 배달, 신용판매, 애프터서비스, 품질보증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예를 들어 도미노 피자는 '신속배달'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신제품으로 경쟁이 치열한 피자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현대자동차는 '십년보증'을 내세워서 미국시장 공략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 기업은 이 세 가지 차원에서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이제는 제품을 유형, 무형에 관계없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모든 것'쯤으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기업은 제품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제품전략은 제품 포트폴리오의 구성과 신제품의 개발계획, 그리고 주력제품의 선정 및 퇴출시킬 제품의 결정과 그 실행시기, 제품계열 확장 등에 관한 종합적인 플랜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최고경영자는 최소한 일 년에 한번쯤은 회사의 제품전략을 전반적으로 리뷰하고 회사의 역량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제품전략의 성공에 있어서 최고경영자의 역할은 절대적입니다. 그 이유는 최고경영자의 관심만이 성공적인 제품전략을 끌어내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 기업의 경직된 조직문화 풍토에서는 제품개발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동기 유발과 창의적 분위기 조성은 제품전략의 성공에 필수조건이지요.
우리 경영자들은 신제품 개발을 너무 어려운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제품을 너무 R&D(연구개발) 위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R&D를 바탕으로 하는 신제품이 가장 바람직하고 경쟁력이 있겠지만 R&D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신제품은 꼭 R&D 아니라도 새로운 포장과 네이밍, 광고전략과 유통전략 및 가격전략 등 마케팅 기능을 통해서 만들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는 제품은 다 신제품의 영역에 넣을 수 있는 것이지요.
또 신제품은 회사의 자체 개발로도 가능한 것이지만 타사에 의해 개발된 제품이나 기술을 사들여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빌 게이츠(Bill Gates)는 DOS를 시애틀컴퓨터로부터 단돈 5만 달러에 사들였으며, 레이 크록(Ray Kroc)은 맥도날드(McDonald) 형제로부터 맥도날드 햄버거의 사업권을 헐값에 사들여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웠습니다.
최고경영자는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고, 신제품에 대해서는 유연하고 전향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합니다. 메릴린치증권을 창업한 찰스 메릴(Charles Merrill)은 대공황을 예측하여 사전에 대비하였고 남보다 앞서 소액투자자 중심의 영업방식을 도입하여 금융계의 강자로 떠오른 바 있습니다. 또 미국 흑인시장의 경제적 잠재력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일찍이 내다본 존 존슨(John Johnson)은 흑인전용 잡지 '에보니'를 창간해 성공을 거두었지요.
최고경영자는 이와 같이 앞날을 내다보는 선견력과 리더십으로 신제품과 신사업의 방향을 잡아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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