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 업체인 강원랜드가 거물 법조브로커 윤모 씨의 자금세탁, 노조위원장의 구속, 대표이사들의 잇단 도중하차, 최근 성행하는 카지노바로 인한 딜러 유출 등으로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검찰의 집중수사를 받고 있는 법조브로커 윤 씨가 청탁 명목 등으로 받은 고액 수표를 강원랜드에서 돈세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원랜드는 '자금세탁소'라는 오명에 시달리고 있다.
강원랜드 측은 카지노가 자금세탁의 '안전지대'로 부각되고 있는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보이고 있지만, 하루 평균 수십억 원의 수표와 현금이 거래되고 있는 카지노는 자금세탁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고 카지노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하루 5000명 가까운 내국인이 출입하고 있는 강원랜드는 수표를 칩으로 바꾸는 과정에서만 배서, 추심 등 고객확인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검은 돈'을 칩으로 바꾼 후 그 칩을 다시 강원랜드 발행의 수표나 현금으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자금세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 도중에 고객들 사이에 수표를 칩으로, 칩을 수표로 교환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강원랜드에서 칩을 사기 위해 사용한 수표의 원 소유주 모두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강원랜드는 다만 칩을 1000만 원권 이상 수표로 바꿀 경우 고객번호, 일자, 시간, 수표번호 등을 기록하고 있으나 이것도 직원이 고객의 편의를 위해 교환업무를 대행할 경우에 한해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카지노는 금융기관이 아닌데다 고객 신분도 보호해야 한다는 특수성이 있어 고객들의 자금거래 현황을 일일이 기록하고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여기에 깨끗하고 투명한 기업 이미지를 강조해 온 강원랜드는 차 모 노조위원장이 최근 불법 카지노바를 운영한 혐의로 구속된 사건으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게 됐다.
차 위원장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서 일반음식점 허가를 받은 뒤 딜러를 고용해 카지노를 운영한 혐의(관광진흥법 위반 및 도박장 개장)로 구속됐으며, 이와 관련해 노조 집행부가 총사퇴하는 등 강원랜드 자체가 홍역을 앓고 있다.
더구나 노조위원장의 구속 사태를 몰고 온 카지노바가 '내국인 출입'이라는 독점을 앞세워 순항하던 강원랜드호를 가로막는 새로운 암초로 떠오르면서 강원랜드의 영업전선에도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카지노바가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까지 급속히 확산되면서 공들여 키운 딜러는 물론 우량 고객들까지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지만 강원랜드는 이에 대한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올들어 딜러를 포함해 강원랜드를 떠난 테이블 영업팀 직원은 모두 175명으로, 이는 지난 5년간 강원랜드가 육성한 신입 딜러 1000여 명의 17%에 해당하는 숫자다.
강원랜드는 사내교육, 개인면담 등을 통해 딜러 유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8월 3명, 9월 16명, 10월 29명, 11월 97명 등 딜러들의 '이직 바람'은 '이직 태풍'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회원영업장의 10월 한 달간 내방고객 수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일제히 떨어지고 있다. 이는 현금거래, 식음료 무제한 제공, 편리한 접근성 등 상대적으로 우수한 서비스로 무장한 카지노바 군단이 강원랜드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경쟁상대로 급성장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강원랜드는 안팎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인데, 김진모 사장마저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표를 제출하는 등 지휘부의 공백이라는 혼란까지 겹치고 있다.
김 사장의 사임으로 강원랜드는 1대와 3대 사장은 중도하차하고 2대 사장은 퇴임 후 비리에 연루돼 구속되는 등 역대 사장들 모두가 '온전치 못했다'는 오명을 안게 됐다.
강원랜드와 인근지역 일각에서는 "강원랜드 임직원들이 진정 강원랜드를 사랑하고 지역을 위한다면 과감하고 신속한 결단으로 이번 위기를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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