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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 진짜로 '은행전쟁'의 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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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 진짜로 '은행전쟁'의 해라는데…

1분기에 규모경쟁 일단락, 그 후엔 실력경쟁 본격화 전망

올해 초 은행들은 긴장하며 한 해를 시작했다. '은행전쟁' 이니 '뱅크 워(Bank War)'니 하는 말들이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세계 최대은행인 씨티가 한미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새해 벽두부터 제일은행이 영국계 스탠다드차터드(SCB)에 매각되자 외국계가 촉매가 된 강렬한 '전투'가 벌어질 것이란 예상이 확산됐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조용한 한 해였다. 국민-신한-우리 같은 대형 은행들 사이의 경쟁구도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SCB제일은행은 이제 막 간판을 바꿔달았으며, 한국씨티는 노사문제 등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르느라 아직 실력발휘를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은행들의 수지는 크게 개선돼 3분기까지 국민은행, 신한금융, 우리금융, 외환은행 등 4곳이 1조 원 이상의 누적순이익을 올리는 등 지난해에 비해 순이익이 70% 가까이 증가했다. 사상 최고의 수익성인 것이다.

***황영기 우리은행장 "올해는 준비운동 정도였다"**

이쯤 되면 태평가가 울릴 법도 하지만 한창 내년 경영전략을 짜고 있는 은행들은 다시 한번 직원들을 다그치고 있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지난주 월례조회에서 내년에 벌어질 은행전쟁을 얘기하며 "올해는 본격적인 한판 승부를 위한 준비운동 정도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연말과 연초에 금융권을 달굴 초대형 인수합병(M&A)에 따라 경쟁구도가 한 차례 요동을 치게 된다. 외환은행 및 LG카드를 누가 가져가느냐의 다툼이 끝나면 정말로 어려운 싸움, 즉 우량고객을 둘러싼 실력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이때쯤이면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도 전열을 가다듬고 이른바 '선진금융기법'을 펼치고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외환은행과 LG카드 매각은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다. 이달 중 주간사회사를 선정해서 12월이나 내년 1월 중 입찰을 한 뒤 올해 사업연도 결산이 나오는 내년 3월 말을 전후해서 새 주인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예상되는 매각가격은 외환은행이 4조~6조 원, LG카드가 지분의 51%를 팔 경우 2조~3조 원 정도다. 어느 한 곳에서 둘 다를 사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거액이어서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

***국민-신한-우리-하나의 '리딩뱅크' 경쟁, 새로운 국면으로**

자산규모 70조 원인 외환은행이 어디로 가느냐는 국민-신한-우리-하나가 벌이는 이른바 '리딩뱅크' 다툼의 백미가 될 전망이다. 신한금융이 인수하면 국민은행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자산규모 1위 은행이 된다. 방향을 바꿔 신한금융이 LG카드를 인수하면 자산규모는 200조 원대로 국민은행과 비슷해지지만 카드시장에서 27% 가까운 점유율로 독보적인 1위가 된다.

반면 우리금융이 LG카드를 가져가면 자산규모를 10조 정도 늘려 2위인 신한금융에 30조 차이로 따라붙게 된다. 사실 카드사업의 수익성을 보면 LG카드 인수는 은행자산을 30조 원 정도 늘리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우리금융은 경쟁자들 가운데 가장 출자한도(약 4조원)가 많고, 인수 후 시너지도 크다는 점에서 LG카드 인수에 적극적이다. 경쟁상대인 신한금융이 조흥은행과의 통합작업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점을 파고들겠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우리은행이 LG카드 인수' 시나리오 유력**

금융권에서는 대체로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우리금융이 LG카드를 인수하리란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자산규모 100조 원 정도인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하지 못하면 은행권 4강 구도에서 처지는 어중간한 위치가 된다. 그 때문에 보통의 M&A와 달리 이번에는 인수의사를 공공연히 밝히며 투지를 과시하고 있다. 김종열 하나은행장은 지난 주 기자간담회에서 "인수를 위해 여러 해외 파트너를 접촉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기자회견 직후 김 행장은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내정자의 부름을 받았는데, 그 자리에서 들은 핀잔은 "왜 그런 얘기를 했느냐"가 아니고 "지주회사가 할 말을 왜 거기서 했느냐"는 것이었다고 한다.

인수가 예상대로 진행되면 은행권은 4개 대형은행에 외국계 2곳, 그리고 기업, 농협, 산업 등 국책은행이 경합하는 구도로 재편된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은행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는 의미가 있다. 더 이상 대형 매물은 나오기 힘들고, 인수를 통해 몸집을 부풀리는 시대는 막을 내린다. 4강끼리 다시 합병해 세계적인 은행을 만드는 초대형 합병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절박성은 별로 없다. 한국은행 금융연구실 정형권 박사는 "국내은행은 과점체제에 들어서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갖추게 됐다"며 "여기서 더 합병이 진행되면 독과점의 폐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이즈 경쟁' 이후의 실력경쟁 주목**

자체성장(organic growth)이 답이지만 경제성장이 4% 선에서 정체하는 양상이어서 은행의 자산은 지난해부터 증가율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미래에셋 한정태 에널리스트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사이즈 경쟁은 일단락된다"며 "이젠 뭘로 돈을 벌까를 한층 더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의 키워드는 △발굴하고 △다지고 △많이 파는 것으로 압축된다. 가계대출 같이 편한 장사는 더 하기 어려운 만큼 잠재력 있는 중소기업이나 알짜 소호(SOHO)를 발굴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의 평가시스템이나 리스크관리 시스템이 단단히 다져져 있어야 한다. 아울러 보험이든 펀드든 많이 팔아야 하며, 이를 위해 부자고객들을 꽉 붙들어야 한다. 김종열 하나은행장은 "창구에서 뭐든지 팔 것"이라며 "심지어 포도주(포도주와 연계된 관광 및 금융 복합상품)도 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이 부자고객들에게 집중하는 사이에 은행의 공공성에 대한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공적자금 쏟아 부어 살려놨더니 중소기업이나 서민은 푸대접한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은 아직도 원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항변하지만 하나씩 늘어나고 높아지는 은행의 각종 수수료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오는 16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한다. 국내 최대 은행이자 리딩뱅크를 자임하는 국민은행의 CEO인 그가 이런 것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이번 회견에서 들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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