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가계대출 잔액이 300조 원을 돌파했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은행들의 가계대출 잔액은 300조3865억 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말의 277조7050억 원에 비해 22조6815억 원 증가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중 은행들의 기업대출은 281조9315억 원에서 290조873억 원으로 8조8758억 원이 늘어나는데 그쳤다. 기업대출 증가액이 가계대출 증가액의 40%에도 못 미친 셈이다.
지난해에도 은행들의 가계대출은 22조7681억 원 증가한 데 비해 기업대출은 5조834억 원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로써 은행들의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 6월 중 기업대출 규모를 사상 처음으로 넘어선 데 이어 그 격차를 더욱 확대하는 추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의 위험평가 부담 회피도 한몫**
이처럼 은행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난 주된 원인으로는 최근 몇 년 간의 부동산 투기 바람으로 주택담보 대출이 크게 늘어난 점, 경기침체로 가계수지를 맞춰나가기 어렵게 된 많은 가정들이 은행대출을 이용했다는 점, 은행들이 투자위험 평가 등의 복잡한 업무가 필요한 기업대출을 꺼리고 '손쉬운 이자놀이'로 여겨지는 가계대출에 치중했다는 점 등이 꼽히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몇 년 새 크게 늘어난 가계대출의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겠느냐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금리상승에 따른 부채상환 부담으로 인해 은행들의 가계대출 중 제때 상환되지 않는 부실대출의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고, 저금리 상황을 활용해 은행차입을 늘린 가정들 가운데 일부가 고금리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처지에 몰리게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은행대출의 구성은 지난 1999년 말만 해도 기업대출 잔액 168조 원, 가계대출 잔액 80조 원으로 기업대출 규모가 가계대출의 2배 이상이었으나, 2000년대 들어 은행들의 신용카드 남발과 부동산 담보대출 확대 등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기 시작해 2002년에는 기업대출 242조 원, 가계대출 223조 원으로 격차가 좁혀졌고 마침내 올해 상반기에 가계대출 잔액이 기업대출 잔액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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