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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르트 마시면 헬리코박터가 없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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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르트 마시면 헬리코박터가 없어질까?"

hari-hara의 '생물학 카페' <40> 2005 노벨생리의학상 2

지난 주에 노벨상 수상을 이야기하면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이하 헬리코박터)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오늘은 이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볼까요?

***헬리코박터, 너의 정체를 밝혀라**

헬리코박터균이 처음 관찰된 것은 1970년대였지만, 그간 인공배양에 성공하지 못해 이 균의 존재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속을 썩이던 균의 인공배양은 1982년 4월에야 겨우 성공했고, 이후의 연구를 통해 헬리코박터의 생화학적 성격이 밝혀지면서 정식으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위장 속에 세균을 담고 사는 동물이 인간 만이 아니라는 사실도 밝혀졌지요. 개나 고양이, 족제비 등 다른 동물의 위나 장점막 속에도 헬리코박터와 비슷한 균이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거든요. 현재까지 보고된 헬리코박터균은 모두 15종으로 그 이름은 아래 표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헬리코박터는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 첫번째 특징은 유리아제(urease)의 존재입니다. 위의 표를 보시면 위점막에 사는 헬리코박터는 모두 유리아제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유리아제가 없는 헬리코박터도 몇 종 있지만, 이들은 위가 아닌 장점막이나 간에 존재하는 종류입니다. 혹시 헬리코박터가 강한 산성을 띠는 위 속에서 살 수 있는 것이 이 유리아제의 존재 때문은 아닐까요?

과학자들이 이 점을 눈치 못 챘을 리 없습니다. 그렇다면 유리아제는 어떤 작용을 하는 물질일까요? 생물학에서 '-ase(아제)'로 끝나는 용어는 효소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pectinase(펙티나제)는 펙틴(pectin)을 분해하는 효소이고, 말타아제(maltase)는 맥아당(maltose)을 분해하는 효소를 말합니다. 따라서 유리아제란 유린, 즉 요소를 분해하는 효소라는 뜻이 되지요. 정확히 말하자면 유리아제란 요소(urea)를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로 분해하는 효소를 말합니다.

헬리코박터는 이 유리아제의 활성이 매우 높습니다. 헬리코박터는 일반적으로 유리아제의 활성이 높다고 알려진 프로티우스(Proteus) 균종보다 100배 이상 강력한 유리아제 활성을 자랑합니다. 따라서 헬리코박터는 주변에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이를 매우 빨리 분해시킬 수 있지요. 요소가 분해되면 암모니아가 나오는데, 아시다시피 암모니아는 강력한 염기성 물질입니다. 따라서 헬리코박터는 강한 유리아제 활성을 이용해 암모니아를 얻어 주변을 염기성으로 만듦으로써 위액 속의 염산에 대항할 힘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모든 세균이 살 수 없는 위점막에서 헬리코박터가 살아가기 위한 대응책이지요.

헬리코박터의 두 번째 특징은 이 균은 매우 활발한 세균이라는 것입니다. 헬리코박터의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헬리코박터는 동물의 꼬리와 비슷한 편모(flagella)라는 운동기관을 5~6개 가지고 있어서 이를 이용해 액체 속에서 재빨리 움직일 수 있습니다. 헬리코박터는 이런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마치 미꾸라지가 진흙탕 속에서 요리조리 빠져나가듯이 위벽 내부를 감싼 점액층 속으로 파고 들어갈 수도 있고, 그 속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살아갈 수 있답니다. 위 내부와 같은 혹독한 환경에서 살다보니 이런 재빠른 움직임과 주변의 ph를 조절할 수 있는 유리아제의 높은 활성이 헬리코박터의 특징으로 남게 된 것이죠.

1997년 과학잡지인 <네이처>에는 '소화기관 병원성 세균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의 완전한 게놈 서열(The complete genome sequence of the gastric pathogen Helicobacter pylori)'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게재되었습니다. 이 논문은 말 그대로 헬리코박터 게놈의 유전자 서열을 모두 밝힌 것으로, 헬리코박터가 위궤양을 일으키는 매커니즘을 추측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헬리코박터는 배양하면 VacA라는 독성물질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그런데 VacA가 모든 헬리코박터균에서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궤양 환자에서 추출한 헬리코박터의 경우 60% 이상이 VacA를 분비하는 종류였지만, 증상이 없는 사람의 경우에서는 이 비율이 30% 정도로 보고되고 있어서, VacA를 만들어내는 헬리코박터의 양이 궤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증상이 없는 정상인의 경우에 VacA를 만들어내는 헬리코박터가 50%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고, 이 외에도 헬리코박터가 만들어내는 다른 물질들도 있어서 아직까지 헬리코박터가 궤양을 일으키는 과정은 부분부분 빈 공란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까다로운 노벨상 선정위원회가 헬리코박터를 발견한 것으로(아직 메커니즘을 확실히 밝히지 못했는데) 올해의 노벨상을 수여한 것이 조금은 의외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살 수 없다던 위에서 세균이 살고 있음을 증명했고, 그 세균을 죽이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소화기 장애의 치료법을 열었다는 것 자체에 대한 의미는 대단히 큰 것이니, 올해의 노벨상은 이 점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입니다.

***유산균 음료와 헬리코박터는 상극일까?**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 중 한 명인 배리 마셜 박사는 우리에게는 매우 익숙한 이름입니다. 몇 년 전 모 유산균 음료 CF에 출연하여서 '헬리코박터'라는 이름을 우리에게 각인시킨 장본인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올해 마셜 박사가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과거 그를 CF에 등장시켰던 모 회사는 쾌재를 불렀다는 소문도 들려옵니다. 그런데 과연 유산균 음료가 헬리코박터를 없애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나, 다수의 의사들은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강산성인 위액에도 견디고 항생제에도 버티는 성질이 강한 '독종'인 헬리코박터가 유산균 음료 정도에 박멸되리라는 것을 쉽게 믿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헬리코박터의 치료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방법은 두 종류의 항생제와 강력한 위산억제제 등 3가지 약을 한꺼번에 2주간 먹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치료시 환자 본인이 위에서 올라오는 항생제 냄새를 느낄 정도로 강력한데, 이런 치료 후 헬리코박터를 제거할 가능성은 65~94%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치료 후 1년이 지나면 다시 10%의 환자들이 감염될 정도로 재감염율도 높은 세균입니다. 이렇게 독한 녀석들에게 유산균이 대적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앞에서도 말했듯이 위 속에서 살 수 있는 세균은 헬리코박터를 빼고는 아무도 없기 때문에 유산균 역시 위 속의 강한 산성을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릴 것이니 유산균이 헬리코박터와 싸워서 이를 이겨낼 것으로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유산균이 장까지 살아서 가기 위해 캡슐에 유산균을 넣어 만든 음료가 등장한 것 역시 유산균은 위에서 죽는다는 사실에 의거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유산균 음료가 몸에 좋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세계 장수마을의 비밀 영양식은 유산균 음료이고, 발효식품을 장기간 복용하는 것은 소화기관을 튼튼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들은 이미 나와 있고, 유산균 음료뿐 아니라 발효식품을 많이 먹는 것이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니까요. 다만 유산균 음료 자체가 이미 내 위장 속에 자리잡고 살고 있는 헬리코박터를 쫓아내줄 것이라고는 믿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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