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15일 필자는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필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부동산공화국이고. 개발5적의 천국"이라는 명제를 걸고 지난 반세기 개발5적의 행태를 밝히고 우리나라의 부동산거품 제거는 개발5적과의 단절 또는 척결이라는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건설족들의 가공할 커넥션 해부**
그로부터 한 달 보름이 지난 뒤 출간된 <참여정권, 건설족 덫에 걸리다-1000조 거품공황 초읽기 돌입, 뱀파이어 경제의 종말>(박태견 지음. 뷰스 간)은 필자와 동일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책이라는 점에서 무척 반가웠다.
부동산 문제의 근원적 해법은 '건설족과의 전면전'이라는 저자의 결론도 필자의 것과 같은 것이다.
이 책은 노무현 정부의 30개월간 부동산정책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 박태견씨는 현재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의 논설주간으로서 지난 2년여간 <프레시안>의 편집국장으로 있을 때, 현정부 하에서 부동산가격 폭등의 문제점을 예리한 시각으로 파헤치고 이슈화하는 데에 앞장섰던 베테랑 기자다.
저자는 이 책에서 먼저 이헌재 전 부총리의 '골프장 경기부양론', 재벌들에게 종합선물세트인 '기업도시', 판교신도시 폭등을 막기 위해 내놓은 '2·17대책' 등 현정부가 내놓은 각종 부동산 정책의 한계를 조목조목 정확히 지적했다. 또 왜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예리하게 파헤쳤다.
특히 2004년 초부터 거리에서 아파트 분양가격 폭등의 원인과 거품 발생의 원인이 건설족들의 농간이라는 사실을 언론과 거리의 시민들에게 알리고 분양원가 공개운동을 시민, 네티즌들과 함께했던 나로서는 건설족들의 가공할 커네션을 해부한 이 책이 단숨에 읽혔다.
건설족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용어로 건설업계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정치인, 관료, 언론인, 학자 등을 통틀어 일컫는 개념이다. 필자가 쓰고 있는 '개발5적'이라는 용어는 이들의 커넥션을 구성하는 실체를 좀 더 부각시킨 것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저자는 우리 사회를 양극화시키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며,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게 만들어 우리 경제를 대재앙에 빠뜨리는 주범이 바로 '한국의 건설족' 그리고 그들과 손을 잡은 정권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집권 자민당도 비자금 조달창구인 건설업계와 함께 전국을 공사판으로 만들었으나 결국 부동산거품이 빠지면서 일본 경제는 지난 10여년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집권당의 대표적인 인물들은 거의 대부분이 자신에게 자금과 표를 몰아주는 건설업계를 대변했고 '건설족'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이 동경검찰 특수수사팀의 수사결과 밝혀졌고, 이들을 척결하면서 자연스럽게 거품이 빠졌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건설족들은 선거 때마다 국민을 속이고 국회에 그들의 대리인을 진출시키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제공한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국회에 진입하는 의원은 일종의 건설정책 로비스트이며 사업권을 따내는 일종의 브로커로 볼 수 있다.
최근 고이즈미 총리는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치러 자민당의 압승을 이끌어낸 뒤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돼 온 브로커 의원과 관료들을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집권 자민당은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당이 아니라 국민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면서 당내 각종 특위를 통폐합해 대대적으로 수술하겠다고 선언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건설족 의원들과 관료들을 부패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국민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8.31 대책, 왜 실패 가능성 높나"**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필자는 고이즈미 총리와 노무현 대통령이 오버래핑되며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취임 초부터 개혁의 대상인 관료들에게 개혁에 앞장 서 달라고 주문하던 대통령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2005년 8월31일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들과 당정청 핵심요직의 실무자들이 85일간 논의한 끝에 참여정부 집권 30개월 기간 중 제시된 크고 작은 부동산대책 중 30번째에 해당하는 '8.31 부동산 종합대책'은 필자에게 큰 실망감만 안겨주었다.
'8.31 대책'을 신뢰하고 있을 대통령과 차기대권 주자들에게 왜 '8.31 대책'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것인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또한 부동산 거품이 하루빨리 제거되기를 갈망하는 대부분의 독자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특히 유권자로서 대선.총선.지방선거에서 건설족들에게 한 표를 던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선거 때부터, 아니 선거 이전부터 개발공약을 남발하거나 신도시개발정책 등을 쏟아내며 공급확대론을 펴는 한편 임대주택을 100만 호 건설하겠다고 거짓말을 외치는 건설족 대변 대권주자에게 표를 주면 또 다시 건설족의 천국이 될 뿐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노태우 정부 후반부인 1990~92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직을 맡아 당시 만연했던 부동산 투기를 일소했던 김종인 박사(현 민주당 국회의원)의 한 마디로 건설족이 한국에도 엄존해 왔음을 확인해준다.
"한국의 건설.주택 정책을 언제 정부가 정했나. 건설업자들이 정했지."
나아가 저자는 부동산 거품을 투기꾼 탓으로 치부하며 어설픈 부동산 정책을 남발해 온 정책 결정자들을 질타했다.
저자는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릴 때마다 역대 위정자들은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이는 대단히 위선적 캐치프레이즈"라면서 "작금의 부동산값 폭등은 복부인 등 개별적 투기세력의 일방적 탓만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예리한 지적이다. 게다가 저자는 "그보다는 불로소득-부패 고리로 연결돼 있는 재벌-관료-정치권-언론 등 기득권 세력과의 전쟁, 즉 '건설족과의 전쟁'이 근원적 해법"이라면서 "지금 우리 사회는 국가 생존적 차원에서 '건설족과의 전쟁'이 절실히 필요한 중차대한 시점을 맞고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제는 국민들이 '경제민주화 운동'에 나서지 않고는 건설족이 구축한 강고한 기득권 구조를 깨뜨릴 수 없는 절박한 시점이라는 결론을 저자는 폭넓은 취재를 바탕으로 설득력있게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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