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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준설토 적치장 없이는 4대강 사업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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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불법 준설토 적치장 없이는 4대강 사업 '올스톱'?

곳곳에서 법 무시…환경부는 아예 관련 법 개정 착수 의혹

정부의 불법적인 4대강 공사가 도를 넘고 있다. '한강 살리기 사업' 구간에 설치된 16개 준설토 적치장이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현장이 적발됐고, 급기야 환경부가 수변 구역에 위치한 이들 적치장에 폐수 배출 시설의 진입을 허가하기 위해 관련법 개정에 착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8일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가산' 적치장. 적치장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에 거대한 '흙 무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여주보 공사 현장 인근에 마련된 이 적치장엔 준설 작업으로 퍼나른 모래와 흙이 30미터 높이로 쌓여있었다.

덤프트럭 10여 대가 분주하게 움직이며 흙을 퍼나르는 소음에다, 잠시 서 있기만 해도 불쾌한 모래 바람이 느껴지는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그 어떤 방음·방진 대책도 없었다. 여주군에 위치한 다른 15개의 적치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한강 살리기 사업 6공구에 포함된 강천면 적금리의 적금 적치장의 일부 경계에만 가설 방진막이 세워져 있을 뿐이다.

▲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가산 적치장의 모습. 강바닥에서 파낸 흙과 모래가 30미터 높이로 쌓여 거대한 '흙 무덤'을 이루고 있다. ⓒ4대강범대위

▲ 중장비가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는 가산 적치장의 모습. 사진 하단 인부들의 모습으로 그 규모가 얼마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 여주군 북내면 가정리에 위치한 준설토 적치장의 모습. 멀리 덤프트럭이 분주하게 흙을 퍼나르는 모습이 보인다. ⓒ프레시안(선명수)

이러한 적치장 운영은 모두 '불법'이다. 소음진동관리법 제22조를 보면, "소음·진동을 발생시키는 건설 장비를 5일 이상 사용하는 등의 특정 공사를 실시할 경우, 방음 시설을 설치하고 공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관련법은 물론, 4대강 사업에 앞서 작성된 사전환경성검토서 역시 '휴지 조각'이 됐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2월 최종 통과한 '한강 살리기 적치장 개발 사업 사전환경성검토서'에서 '소음·진동 저감 방안'이라는 항목을 작성해 "적치장 경계부에는 공사장 방음 시설을 설치하고 공사를 시행한다"고 명시했지만, 이조차도 지켜지지 않았다.

비산 먼지에 대한 대책도 전무했다. 국토해양부는 역시 사전환경성검토서에서, "본 사업의 시행 시 인근 주거 지역에 대해서는 비산 먼지로 인한 영향이 예상됨으로 가설 방음 판넬 상단 1미터에 가설 방진망을 설치해 비산되는 먼지로부터의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공사 시행 이전'에 설치한다던 4~8미터 높이의 판넬은 어디에도 없었다.

▲ '한강 살리기 적치장 개발 사업 사전환경성검토서'에 명시된 소음과 진동 저감 방안.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국토해양부

이 같은 정부의 '무대책'에서 비롯된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홍천면 귀백리 귀백적치장 앞 주택가에서 만난 주민 맹성재(42) 씨는 "덤프트럭, 굴삭기 등 중장비가 이동하는 소리에 밤에도 잠을 자지 못하고, 흙먼지 때문에 빨래조차 널 수 없다"고 토로했다.

준설토 적치장에서 고작 10여 미터 떨어진 주택에 살고 있는 그는 "여름이 다가오지만 먼지 때문에 창문도 열지 못하고, 24시간 진행되는 공사의 소음이 너무 심해 여러 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여주군청·국토해양부 모두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맹 씨는 "처음엔 군청에서 방음벽을 설치해 주겠다고 하더니, 한 차례 소음 측정만 해갔을 뿐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다"면서 "언제까지 공사를 할 거냐고 물어봐도 기약이 없다고만 하는데, 그럼 이 동네 주민들은 어떻게 지내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현장 감독' 손 놓은 정부…국토부 '지도·점검 최소화' 공문 탓?

여주군 16개 적치장의 상황이 모두 이러한데도, 관할 환경청은 공사장 관리·감독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일 한강유역환경청이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한강유역환경청이 '한강 살리기 사업' 구간에 대한 현장 점검을 자체적으로 실시한 것은 지난 3월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한강유역환경청은 4대강 사업 시행 이후 총 11차례 남한강 일대의 공사 현장을 찾아 관리·감독을 진행했으나, 이 가운데 10차례는 단양쑥부쟁이 자생지 훼손 논란 등, 환경단체가 언론을 통해 훼손 현장을 폭로하고 난 이후에 사후적으로 진행된 것이었다. 결국 한강유역환경청이 '자체적으로' 공사 현장 감독에 나선 것은 단 한 차례에 불과한 셈이다.

남한강 일대에서 4대강 공사 현장 모니터링을 진행 중인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4대강 범대위)'는 "한강 유역에만 70킬로미터에 이르는 구간에서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인데도, 관할 환경청이 단 한 차례만 스스로 현장 점검에 나선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관할 환경청의 이 같은 부실한 현장 점검은 4대강 사업 전 공사 구간에 대한 국토해양부의 방침과 맞닿아 있다. 지난 1월 국토해양부는 환경부를 비롯한 4대강 유역 지방자치단체에 '4대강 공사 현장의 지도·점검을 최소화'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 논란을 산 바 있다.

환경부, '골재 판매' 위해 수변 구역 내 '폐수 시설' 추진?
환경단체 의혹 제기…폐수 시설 기준 완화한 개정안 입법 예고

환경부가 4대강 사업으로 마련되는 골재의 판매를 위해, 식수원 보호 구역 내 폐수 배출 시설 설치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에 착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이 지난 28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12일 여주군은 국무총리실·국토해양부·환경부 등의 정부 부처에 '한강 살리기 정비 사업 관련 정책 건의서'를 제출했다. 이 건의서에는 한강 사업 구간의 16개 준설토 적치장 중 13곳이 수변 구역에 위치해 있으니, 골재 가공을 위해 적치장의 위치를 변경하거나 관련법을 개정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준설토를 골재로 가공하기 위해서는 '골재 선별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는 '폐수 배출 시설'로 분류돼 있어 법적으로 수변 구역 내 설치가 불가능하다. 수변 구역은 '한강 수계 상수원 수질 개선 및 주민 지원 등의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법적 보호 지역으로, 동법 5조와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에 의해 폐수 배출 시설의 설치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 지난 2월 12일 여주군이 환경부· 국토해양부 등에 보낸 공문. 수변 구역 내에서의 골재 선별기가 설치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거나, 준설토 적치장을 이동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4대강범대위

여주군의 이 같은 요청에,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적치장의 위치를 변경하는 것은 638억 원의 예산이 추가적으로 소요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라는 내용의 답변을 보내왔다. 결국 문제가 된 13개 준설토 적치장은 기존의 방침대로 수변 구역 내에 설치·운영 중이다.

문제는 환경부가 수변 구역 내 골재 가공에 있어 걸림돌이 됐던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 작업에 돌입한 데 있다. 환경부가 지난 3월 19일 입법 예고한 이 법의 개정안을 보면, '배출 허용 기준'을 담은 제32조에 9항을 신설해 "환경부 장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에 대해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전문 기관의 검토 등을 거쳐 각 배출 시설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 각각에 대한 배출 허용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고 관련 내용을 추가했다.

▲ 지난 3월 19일 환경부가 입법 예고한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 ⓒ환경부

이에 환경단체들은 "수변 구역 내 폐수 배출 시설의 진입을 허용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4대강 범대위 황민혁 현장모니터링팀장은 "그간의 정황을 고려할 때, 환경부가 입법 예고한대로 관련법이 개정될 경우 폐수 배출 시설이 수변 구역 내에 설치될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식수원 보호를 위해 수변 구역 내 폐수 배출 시설 설치를 엄격히 금지했던 기존의 법과 정책을 무용지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이 개정안은 한강 일대의 수변 구역을 지정하고 폐수 배출 시설에 대한 규정을 담은 '한강 수계 상수원 수질 개선 및 주민 지원 등에 관한 법률'과 상충된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 법의 제5조(수변 구역에서의 행위 제한 등)는 골재 선별기 등 폐수 배출 시설을 수변 구역 내에 설치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황민혁 팀장은 "애초 부실했던 준설토 적치장 개발 계획 때문에 정부가 적치장을 이동해 638억 원에 이르는 예산 낭비를 할 것인지, 법을 개정해 식수원을 오염시킬 것인지, 스스로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라며 "만약 관련법이 개정돼 골재 선별기 등이 수변 구역 내에 진입하게 된다면, 앞으로 수도권 시민의 식수원은 큰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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