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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바라크든 그 아들이든…이집트 대통령은 세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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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바라크든 그 아들이든…이집트 대통령은 세습?

[서정민의 '인샬라 중동'] '죽어야' 바뀌는 중동의 정권들

"노구를 이끌고 또 출마할까?" "아들에게 대권을 물려줄까?" 최근 중동의 정치학자와 분석가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질문들이다. 중동의 정치·문화 대국 이집트의 대권을 두고 내놓는 우려 섞인 예측이기도 하다.

30년 가까이 이집트를 통치한 82세의 후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거취를 놓고 아랍 학계와 언론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무바라크는 1982년에 집권해 임기 6년의 대통령직을 이미 5번째 수행하고 있다.

적지 않은 우려 속에서도 문제는 그가 내년에 6번째 임기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 출마할지에 대한 입장을 아직 밝히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후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6번째 집권 노리는 무바라크

그의 측근 중 한 명인 아흐마드 나지프 총리는 5월 22일 현지 신문 편집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여당의 후보로 나서줄 것을 바란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나지프 총리는 "이집트는 안정이 필요하고, 무바라크 대통령은 안정을 실현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그의 재출마에 대한 당위성을 설파했다.

이집트 내 정치 분석가들은 나지프 총리의 이런 발언은 '언론과 여론 떠보기' 수순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대통령과의 사전 조율 없이 재출마의 당위성에 대한 언급은 절대 나올 수 없다는 것이 왈리드 카지하 카이로 아메리칸대학 정치학과 교수의 분석이다.

더불어 재집권을 위한 여러 준비작업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비상계엄의 추가 연장이다. 대통령이 속한 국민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이집트 의회는 지난 12일 나지프 총리가 상정한 비상계엄법 2년 추가 연장 안을 통과시켰다. 이집트 야권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비상계엄법에 의지해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1981년 10월 안와르 사다트 전(前) 대통령이 암살되자 부통령으로서 대통령직을 승계한 무바라크 대통령은 즉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이를 현재까지도 이어가고 있다. 그의 통치기간 29년 전체가 비상계엄 기간과 일치한다.

정권연장을 위한 보다 기본적인 준비 작업은 이미 5년 전인 1996년 최초로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할 당시 이루어졌다. 당시 직선제 개헌과 더불어 개정된 선거법은 250명의 상·하원 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의 추천을 받거나 설립된 지 5년 이상 된 정당의 당원인 사람만이 대선에 출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집트 상·하원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는 모두 집권 여당인 국민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 선거법이 개정되지 않는 대통령을 대적할 만한 인물이 대선에 나오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최근 모하메드 엘바라데이(67) 전 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무바라크에 맞설 야권의 대선주자로 바람몰이를 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가 무소속으로 대선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엘바라데이는 지난해 11월 IAEA 사무총장에서 퇴임한 뒤 올해 2월 고국 이집트로 돌아와 정치개혁 조직인 '변화를 위한 국민연대'를 창설, 대권을 향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자신의 출마를 위해 선거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현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둘 뿐인 시나리오, 직접 집권 혹은 세습

결국 향후 전망은 두 가지 시나리오로 압축될 수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노구를 이끌고 재출마 하는 것과 그의 차남 가말 무바라크(47)가 출마하는 것이다.

▲ 가말 무바라크
집권 여당 국민민주당의 정책위원회 위원장인 가말을 여권의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은 이미 수년전부터 나돌고 있다. 특히 현 대통령의 건강을 고려한다면 차남 가말이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러 분석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82세의 고령인 무바라크는 지난 3월에 독일에서 담낭 제거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상설에 휘말려 있어 실제로 새 임기에 도전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그러나 가말이 출마할 경우 권력의 부자상속이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는데다 가말이 아버지 무바라크에 비해 약체라는 평가 탓에 이집트 여권은 선뜻 아버지와 아들 중 누가 대선 후보가 될지를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이집트는 무바라크 집안에서 정권을 계속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죽어야 권력을 완전히 놓는 것이다.

죽어야 끝나는 중동의 정권들

이집트뿐만이 아니다. 사실상 중동의 대부분 국가에서는 권력상속과 장기집권이 일반적인 것이다. '죽어야 끝나는 정권'이 대부분이다. 민주화의 움직임이 아직은 시작 단계 정도라고 말할 수 있다. 대부분 국가에서 선거도 제대로 치러지지 못하고 있다. 미국 그리고 이스라엘의 점령 하에 있는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그리고 2005년 총리 암살 이후 백향목 혁명이 발생한 레바논을 제외한 대부분 중동국가에서는 아직도 자유선거를 찾아볼 수 없다.

중동에서는 대부분 국가들이 세습 왕정체제나 군사독재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이로 인한 부의 편중과 부패로 국민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왕정국가의 상징이었던 부자세습의 움직임은 공화정 국가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시리아는 아사드 대통령 사후 이미 부자세습을 단행했다. 이를 따라 이집트, 리비아 등도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이를 위해 야권세력과 반체제인사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9.11 테러의 배경에는 중동 내 비민주적 정치제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본부를 둔 알-카에다는 사실 중동 각국의 독재정권을 피해 도피한 이슬람주의자들의 모임이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과 2인자격인 아이만 알-자와히리는 각각 친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출신이다. 이들에게는 야권을 탄압하는 자국의 독재정권과 이를 지원하는 미국이 모두 적일 수밖에 없다.

조금씩 불어오는 민주화의 바람

그러나 다행히 일부 개혁적인 모습이 최근 등장하고 있다. 보수적인 왕정체제를 가진 걸프 산유국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서서히 일고 있다.

쿠웨이트에서는 이미 완전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자유로운 의회선거가 수차례 치러졌다. 사우디 그리고 UAE에서도 상당히 제한적이지만 선거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지속되는 서방의 민주화 요구에 왕족들은 긴장하고 있다. 더불어 더 이상 절대 왕정체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여론도 확산하고 있다. 막대한 석유 수입으로 풍족해진 재정을 바탕으로 국민의 불만을 무마시키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랍에미리트의 전략연구소 아흐마드 자심 박사는 "이제 왕정을 거부하는 젊은이들이 과반을 넘었다"고 말했다. 머지않아 대규모 민주화 운동 물결이 걸프 산유국에도 밀어닥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교수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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