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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17일 盧대통령 예방…김정일 메시지 여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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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17일 盧대통령 예방…김정일 메시지 여부 주목

北대표단 폐막식 후 경주로…깊은 대화 기회?

8.15 민족 대축전이 16일 공식 폐막되지만 남북 당국 대표단은 폐막식에는 참석하되 축구 경기는 관람하지 않고 1박2일 일정으로 경주를 방문키로 했다.

이번 경주 방문은 사전에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이미 거론되고 있었고, 현 시점이 북핵 문제 등으로 미묘한 시기라는 점에서 남북 당국 간에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기회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북측 대표단은 특히 경주 방문 직후 서울로 돌아와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키로 해 어떤 얘기가 오갈지 주목된다.

***북 당국 대표단 17일 노 대통령과 오찬…김정일 위원장 메시지 여부 주목**

북측의 당국 대표단은 경주에서 17일 오전 서울로 돌아와 11시 30분경 청와대를 예방해 노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다. 김기남 단장이 김정일 위원장의 특사일 수 있다는 관측에 따라 김 위원장의 친서 등이 전달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특사설을 부인하면서 "김 위원장의 메시지 여부는 아직 모른다"고 밝혔으나 여전히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북핵 문제와 관련해 김 위원장과 정 장관의 면담이 돌파구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17일 예방에서 북한 특유의 '통큰 정치'가 또다시 발휘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는 것.

북측 대표단 가운데 노 대통령 예방에 참석하는 인사는 김기남 단장과 림동옥 부위원장 등 4명으로 예방 자리에는 정 장관과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 이종석 NSC 사무차장 등이 배석한다. 오찬에는 이들 이외에 안경호 북측 민간대표단 단장과 백낙청 민간 대표단 단장이 포함돼 모두 6명이 된다.

***남북 일부 대표단 8.15 폐막식 후 축구 관람 않고 1박2일로 경주 방문**

이에 앞서 북측 대표단 20명은 16일 오후 1박2일 일정으로 경주를 방문한다.

경주 방문 일정은 8.15 축전 시작 전부터 거론되던 것이었으나 확정되지 못하다가 16일 낮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홍재 통일부 홍보관리관은 "경주 참관은 우리가 준비한 것으로 일단 17일 경으로 계획하고 있었으나 청와대 일정으로 16일 하루 묵고 오는 것으로 했다"고 말했다.

김 관리관은 경주를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남측에서 유적지가 가장 많고 보존이 잘 돼 있는 도시"라며 "북 대표단이 가기 힘든 지역이라 하루를 선택해 참관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북측에서는 김기남 단장을 비롯해 당국 대표단 6명과 지원단 7명, 민간 대표단 7명 등 20명이 방문할 계획이며 우리측은 당국 대표단 단장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 13명 정도가 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대남 정책라인 실세인 림동옥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이 경주 방문단에 포함됐는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경주 방문단은 이날 고양 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지는 8.15 민족대축전 폐막식만 관람하고 축구 경기는 보지 않은 채 김포 공항에서 경주로 이동한다. 경주에서는 16일 첨성대와 안압지 등을 관광한 뒤 17일 오전에는 석굴암과 불국사를 둘러 보고 오전 9시 20분 서울로 출발한다.

경주 방문은 우리측이 아이디어를 냈으나 북측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 2000년 9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남한을 방문했던 김용순 노동당 비서는 당시 제주도를 비롯해 포항, 경주 등을 방문했으나 경주 지역은 폭우로 제대로 참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 당시 북한 대표단에는 림동옥 제1부부장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번 경주 방문 아이디어를 림 부부장이 제공했을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핵 관련 밀도 있는 대화 나눌 기회?**

한편 이번 8.15 축전에 참석한 북측 당국 대표단의 면면과 제4차 6자회담 휴회기간이라는 현 시점의 '무게감'에 비춰볼 때 경주 참관이 단순한 '관광'으로만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오히려 8.15 축전 기간 중 정 장관과 김 부위원장의 '맨 투 맨' 접촉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측은 이번 경주 방문을 좀 더 많은 시간 동안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누기 위한 방편으로 삼으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 장관과 김 부위원장은 지난 14일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개막식과 남북 남자축구경기를 지켜본 뒤 삼청동 총리공관 만찬행사장으로 이동할 때와 만찬을 마치고 총리 공관에서 워커힐 호텔까지 돌아오는 동안 승용차에 동승해 상당 시간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16일 국회 방문에 앞서서도 양 단장은 같은 차량에 탄 뒤 남측 보도 내용을 함께 보는 등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물론 이번 북측 대표단이 북한 내 핵문제를 담당하는 직계 라인은 아니지만 김정일 위원장에 직보할 수 있을 정도의 거물들이라 우리로서는 좋은 대화 상대자일 수 있고 북한으로서도 이번 방문 기간 내내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해 우리에게 할 얘기가 많을 법한 상황이다.

지난 2000년 김용순 비서가 제주도, 경주 등지를 방문한 뒤 서울로 돌아왔을 때 회담 분위기가 상당히 '화기애애'했었다. 당시 김 비서는 방문 마지막 날 공동보도문에 합의하고 청와대를 방문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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