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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연평해전, 2010 천안함…한나라당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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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연평해전, 2010 천안함…한나라당의 두 얼굴

[기자의 눈] DJ의 책임, 그리고 MB의 책임

"국민의 분노와 허탈감에 대한 상황인식도, (대통령의) 진심 어린 대국민 사과도 없다."

민주당 논평같지만 그렇지 않다. 2002년 7월 3일, '2차 연평해전'이 발발한 지 나흘만에 나온 한나라당의 남경필 당시 대변인의 구두 논평이다. 하루 전날인 7월 2일 한나라당 서청원 당시 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쏟아냈다.

"서해 무력도발 사태에 대해 국민이 여러 의문과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김동신 국방장관과 이남신 합참의장은 해임돼야 한다."

한나라당은 강창희 당시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6.29 서해무력도발 진상조사특위'를 가동했다. 사건 발발 나흘 만에 나온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군통수권자로서 김대중 대통령의 책임 규명과 대국민 사과, 둘째, 김동신 국방부장관, 이남신 합참의장 등 관련자 엄중 문책, 세째 북한의 사과 및 배상, 향후 재발 방지 약속, 네째 교전 일지 등 사태 진상을 공개할 것.

46명 꽃다운 청춘의 죽음 앞에 MB는?

정부의 지난 20일 발표를 믿고 한나라당의 논리에 따른다면, 2002년의 '2차 연평해전'과 2010년의 '천안함 침몰 사태', 두 사건의 본질이 크게 다르지 않다.

2002년 6월 29일 오전 10시 25분 무렵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군과의 교전에서 '참수리 357' 고속정이 격침당했다. 6명의 "꽃다운 젊은 용사(한나라당 남경필 당시 대변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2010년 5월 20일 정부가 꾸린 '민군합동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의하면 '1번'이라는 숫자로 추정할 수 있는 북한의 어뢰가 연어급 잠수정에 탑재돼 발사됐고, 1200톤급 천안함이 이에 격침당했다. 이로인해 "46명의 천안함 용사"(정옥임 현 선대위 대변인)도 유명을 달리했다.

공통점은 간단하다. 북한군이 남한 군함을 격침시켰고, 꽃다운 젊은이들이 '전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태도에서는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 2002년에는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2010년에는 대통령 사과는커녕 책임자 문책에 대한 발언마저 피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주장에 따르면 2002년 '참수리호 격침'의 제1책임자는 김대중 대통령이지만, 2010년 '천안함 사건'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자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25일 "소중한 우리 장병들을 죽인 김정일 정권에 대해서는 말 한 마디 못하면서 우리 대통령을 비난하고 군 지휘부에 군사재판 회부 운운하는 것이 상식이 있는 사람들의 말인가"라고 대꾸했다.

그러나 "상식이 있"다고 주장한 한나라당은 2002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과를 왜 요구 사항 '1번'에 넣는 '상식 없는' 일을 저질렀을까? 다른 수많은 당직자들도 책임자 문책 얘기가 나오면 말꼬리를 흐리기 일쑤다.

사태 파악 됐다면서 문책은 언제?

이제 4선 중진이자 당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명실상부 '지도부'의 일원이 된 '전 한나라당 대변인' 남경필 의원은 26일 <CBS> 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문책이 먼저냐, 사태 파악과 사후 일처리가 먼저냐를 놓고 보자면 일단 일처리를 하고 안정시킨 이후에 그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문책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2차 연평해전'이 일어난 지 나흘 만에 "김대중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던 대변인 남경필의 패기는 어디로 갔나? 정부의 조사 결과를 100% 신뢰하는 한나라당은, '북한의 어뢰 격침'으로 사태의 '전말'이 드러난지 6일째 임에도 왜 여전히 손을 놓고 있을까?

책임자 처벌이 뒷전으로 밀리면서 일각에선 지방선거 뒤 '문책'이 아닌 '군 개혁'으로 어물쩍 방향을 틀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문제도 남는다. 야당 시절 '안보'를 목청 높여 외쳤던 '공룡 여당' 한나라당의 안보 의식이 이 정도인 관계로, 남한의 수많은 시민들은 사과 한마디 없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 하에 '경계에 실패한' 군 지휘관들이 주도하는 '심리전 재개'와 '대잠 훈련 계획'이 실행되는 모순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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