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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의 한반도, 원래는 '삼천리 금수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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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의 한반도, 원래는 '삼천리 금수강산'

한겨레통일문화상 받은 도상태 '삼천리 철도' 이사장

"남북관계는 더 어려워졌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잘 하라고 우리 '삼천리 철도'에 상을 주지 않았을까요. 한국의 권력 변화와 상관없이, 우리 같은 해외동포에겐 해외동포만의 통일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이 있습니다."

백발이 성성한 69세의 노인이 꽃다발과 상패를 내려놓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제12회 한겨레통일문화상을 받은 도상태 '삼천리 철도' 이사장이다.

지난 1999년부터 음악가 고(故) 윤이상, 문정현·문규현 신부,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백낙청 교수 등에게 돌아간 이 상은 26일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도상태 이사장을 주인으로 맞았다.

남북 철로 4km를 이은, 이름 없는 사람들

▲ 도상태 삼천리 철도 이사장 ⓒ프레시안(안은별)
도상태 이사장은 1941년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2세로 현재 일본에서 고속도로 교통안전시설의 개발 및 제조·공사를 하는 'G테크노'의 대표를 맡고 있다.

도 이사장은 지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고 남북 철도 연결이 논의되자 재일교포 사회가 앞장서 이 사업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민단체를 만들어 모금운동을 전개했다. 그렇게 탄생한 삼천리 철도는 '삼천리 금수강산을 철도로 연결하자'는 의미다.

한국도 아닌 일본에서 일으킨 남북 철도연결 모금 운동, 냉대를 받진 않았을까. 도 이사장에 따르면 그렇지 않았다. 그는 "사상과 이념, 국적의 차이를 넘어 많은 이들을 회원으로 모집했다"며 모금에 참여한 사람 가운데엔 신문을 보고 100만 엔을 송금한 재일교포, 육친의 제사를 위해 모은 돈을 모두 가지고 온 한 일본인, 100번 이상의 모금을 해 준 노인 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십시일반 모인 돈은 남북한 당국에 각각 680만 엔(현재 환율로 약 9400만 원)씩 전달됐다.

이날 시상식에서 축사를 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저는 통일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2년 3월 20일 도 이사장님께 돈을 받았다"라고 고백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정 전 장관은 "그 돈은 바로 남북협력기금에 산입되어 남북 철도를 잇는데 써달라는 도 이사장님의 취지대로 쓰였다"고 해명(?)했다. 삼천리 철도가 기부한 1360만 엔이 남북한이 군사분계선 아래 위로 각각 2km씩 레일을 잇게 한 것이다.

타지에서 꾸는 평화와 통일의 꿈

삼천리 철도가 이은 구간은 4km에 그쳤지만 도 이사장과 삼천리 철도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도 이사장은 2000년 이후 매년 일본에서 6.15 선언 기념행사를 개최해 선언의 정신을 알리는데 앞장서 왔으며 2006년엔 개성 지역 산림녹화를 위해 18만 그루의 묘목과 비료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2009년부터는 개성과 금강산 지역에 양돈사업장을 짓고 종돈과 사료지원 사업도 추진했다.

도 이사장은 또 민단과 조총련으로 양분됐던 재일동포 사회의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2008년에는 이념과 상관없는 '재일코리아협의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이러한 도 이사장의 행보에 대해 한겨레통일문화상 심사위원회는 "매우 어려운 남북관계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배워야 할 소중한 가치"라면서 수상 이유를 밝혔다.

도 이사장은 수상에 앞서 단상에 올라 "70년 가까이 살면서 처음으로 한국말로 하는 인사(연설)"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해외에는 평생을 나라의 통일을 위해 살아오신 인사들과 단체들이 많다"며 "황송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인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도상태 선생은 이 상을 받아야 할 적임자"라며 찬사를 보냈고, 상의 심사위원장인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도 "남북관계가 경색된 이 시점에 마침 아주 적절한 분이 추천됐다"고 말을 보탰다.

"젊은이, 바보, 나그네여도 즐겁다"

임동원 전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 대해 "평화와 화해, 협력의 공든 탑이 무너지고 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지만 곧이어 "도상태 선생 같은 분들이 있기에 우리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가진 희망의 근거"라고 말했다.

도상태 이사장 역시 미래를 비관하지 않는다. 그는 어려움 속에서 삼천리 철도를 발족할 때에도 "즐거웠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우리들은 숙명적으로 경계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면서 "그러나 그 삶은 민족적인 것, 생산적인 것, 그리고 동시에 즐거운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를 변혁시킬 사람은 흔히 젊은이, 바보, 나그네라고 한다. 100년을 떠도는 나그네들(재일교포들)에게 커다란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통일운동을 이어갈 일본의 젊은 세대들에게 "한반도 내에 '거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6.15 선언으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남북관계의 마지막 보루였던 개성공단마저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그가 젊은 세대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10년 전 그가 남북간 가장 위험한 지역인 비무장지대를 '거점'으로 삼을 때처럼 기대에 차 있는 듯 보였다.

6.15 선언 10주년 기념 남북공동행사는 무산되게 됐지만 삼천리 철도는 지난 8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오는 6월 27일 나고야에서 기념행사를 갖는다. 일본 정부가 고교무상화 정책에서 조총련계 조선학교를 제외하고 입국 금지에 처하는 조총련계 고위 간부의 수를 늘린다고 밝히는 등 재일교포에 압박이 가해오는 상황이지만 도 이사장은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도상태 이사장은 "그런 것 때문에 어려움은 없다. 북한과 아무 상관 없는 조선학교 학생들까지 차별하는 정책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비판하면서 "이번 행사엔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올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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