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계인사들이 대만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했다고 보도해 파문을 불러일으켰던 대만의 일간 <연합보>가 1일 "천수이볜 대만 총통과 친분이 두터운 한국 교수의 권유로 한국 도박업자 등이 한국 정계인사들을 대신해 대만 고속철도 사업에 투자했다가 5백만 달러(약 50억원) 손해를 보았다"는 후속보도를 내보냈다.
***<연합보>, "정계 연관 카지노사업자 대만서 사기 50억 피해"**
대만 일간 <연합보>는 1일 50억원 대만-한국 사기극, 한국 뒤흔들어'란 제하의 기사를 통해 "한국 정계인사들을 배후로 삼고 있는 카지노 사업자 김 모씨 등 한국인 6명이 대만 고속철 사업에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해 5백만 미국달러(약 50억원)의 피해를 당했다"면서 "이들 정계인사들의 민감한 신분 등으로 전말이 드러날 경우 한국에 정치 폭풍이 불 것"이라고 보도했다.
<연합보>는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한국 정계인사 10여명이 대만 입법위원 비서의 중개로 5억 대만달러(약 1백60억원)를 모아 타이베이시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해 원금도 회수하지 못했다"고 보도했었다. 따라서 이번 보도는 첫 보도와는 일정 부분 내용이 다르나, 보다 구체성을 띄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보>는 대만 검찰의 말을 빌어, 한국 정계인사들의 연루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대만 검찰에 따르면, 사기 사실을 주한 대만대표부에 고발한 김 모 씨 등 한국인 피해자 6명 가운데 일부는 한국내 유명 호텔 카지노를 운영하면서 정치권과 특수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로, 상당한 정치적 배경을 갖고 있는 투자자를 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투자자'의 신원이 드러나 경우 민감한 신분과 자금 출처 등으로 한국내에 정치 폭풍이 불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대만 전 입법위원인 린(林) 모씨와 강모 경남대 교수이자 중국문제연구소 소장이 대만 타이베이 중허시의 푸여우(福佑) 건설사를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한국 정치권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던 강모 교수는 매입 후 김 씨 등에 접근해 대만 고속철 공사에 투자하라고 권유해 5백만 달러를 받아냈다. 강 교수는 이 과정에서 천수이벤 대만 총통 부처와 함께 찍은 사진과 자신이 번역한 <대만의 아들>이라는 책으로 신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피해자들은 5백만달러를 린 모 의원의 국회 비서이자 푸여우 건설사 회장인 펑(馮) 씨와 천(陳) 씨가 운영하는 대만의 한 IT기업에 나눠 입금했다. 그러나 푸여우 사는 고속철 공사도 수주하지 못하고 도산해 5백만 달러 투자금 전부를 잃었다. 펑 씨와 천 씨는 현재 잠적한 상태다.
한국인 피해자들은 이에 강 교수와 린 의원에게 배상을 요구하다 계속 받지를 못하자, 결국 지난 2003년 1월 푸여우 건설사에 고문으로 파견중이던 한국인 윤 모씨를 통해 송금 자료를 주한대만대표부에 보내 당시 주한대만대표 리종루(李宗儒)에게 고발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천 총통이 진노해 타이베이 지방 검찰청에 수사를 지시했다.
강 교수는 2003년 2월 병으로 사망했다.
***강 교수, 천수이볜 부부와 두터운 친분**
<연합보>가 실명을 공개한 고 강모 교수는 합동통신 타이베이특파원 출신으로, 천수이볜 현 대만총통이 야당인사 시절부터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 교수는 지난 1978년 <합동통신> 타이베이 특파원 시절 당시 변호사이던 천 총통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으며, 천 총통이 타이베이 시장이던 지난 95년 경남대가 천 총통에게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과정에 막후 역할을 했다. 천 총통은 또 1999년 10월에는 강 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경남대에서 열린 극동문제 좌담회에도 참석하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두터운 친분으로 지난 2000년 5월20일 총통 취임식이 열린 날 오후 경남대 대표단과 함께 대만을 방문해 1시간동안 만나 한-대만간 항공노선 재건 약속 등을 받아내기도 했다.당시 강 전 교수는 천 총통과 매주 2~3차례 전화통화를 한다며 친분이 돈독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또 천 총통이 당선된 직후 지난 1985년 정치테러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된 부인 우수전(吳淑珍) 여사의 일대기를 대만기자가 쓴 <휠체어를 탄 퍼스트 레이디>를 국내에서 출간하기도 했으며, 앞서는 이등휘 총통의 일대기를 그린 <이등휘 총통전>을 쓰는 등 한국의 대표적 대만통으로 알려지고 있다.
천 총통은 아울러 강 교수가 번역한 <대만의 아들> 서문에 직접 강 교수에 대해 “나의 오랜 친구일 뿐만 아니라 대만 정황에 대해서도 매우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대만정치대에서 석사 학위를, 문화대학박사학위를 받은 강 교수는 사기 피해자들이 고발한지 한 달 만인 2003년 2월 대만에서 병으로 사망했으며 당시 대만 언론들은 그를 “한국의 몇몇 안되는 중국통”이라고 소개했었다.
한편 이번에 한국정계인사 사기 피해를 보도한 <연합보>는 대만의 대표적 야당성향 언론으로, 천수이볜 총통의 정치적 약점을 여러 차례 보도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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