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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살리기'에 예수·부처 따로 없다…손 맞잡은 4대 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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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살리기'에 예수·부처 따로 없다…손 맞잡은 4대 종단

김문수가 "4대강 찬성"으로 몬 세영 스님 "4대강 반대" 대표 발언

24일 오후 경기도 여주군 신륵사 옆 강변. 남한강의 물길이 모래톱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 이곳에서 '생명의 강'을 위한 노래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곳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 위기 야생 동물' 수달의 서식지로, 남한강변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그러나 얼마 후면 제 모습을 잃는다. 당장 신륵사 인근 강변에선 가물막이 둑을 쌓고 4대강 사업을 위한 준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날 불교·천주교·개신교·원불교 등 4대 종단은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갇힌 강'이 아닌, '흐르는 강'을 지켜내자며 남한강변에서 손을 맞잡았다. 4대 종단으로 구성된 종교환경회의가 "뭇 생명을 죽이는 4대강 개발 사업을 중단하라"며 공동 기도회를 연 것.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약 300여 명이 모여서 2시간 남짓 계속된 기도회의 열기는 뜨거웠다. 원불교의 타종으로 시작된 이날 기도회는 각 종단의 기도, 노래, 공연으로 구성됐다.

▲ 24일 오후 경기도 여주군 남한강변에서는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한 4대 종단의 공동 기도회가 열렸다. ⓒ뉴시스

김문수 '4대강 찬성 스님' 장본인 신륵사 주지 스님 "4대강 사업 재검토해야"

이날 기도회에서는 한나라당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에게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주지 스님"으로 언급돼 논란이 일었던 세영 스님이 첫 발언자로 나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세영 스님은 "많은 전문가들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지만, 정부는 충분한 검토와 여론 수렴의 과정없이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4대강 홍보는 넘쳐 나지만, 이에 반대하는 환경단체와 종교계의 목소리는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세영 스님은 이어서 "4대 종단이 이 자리에 모여 한 목소리를 낸 것처럼, 앞으로도 힘을 합쳐서 4대강 사업의 실체를 바로 알려 나가자"고 당부했다.

이밖에도 이날 기도회에서는 정부의 4대강 '죽이기' 사업에 대한 종교인의 질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개신교를 대표해 연사로 나선 대한성공회 박경조 주교는 "무분별한 개발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자연은 진정한 약자"라며 "종교인이 힘을 합쳐서 이 오만한 정부를 심판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종일 프란치스코회 신부는 "온갖 불법과 편법으로 점철된 4대강 사업이 국민 대다수의 동의를 얻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속도전으로 이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면서 "군부 독재를 물리쳤던 1987년 6월의 그 뜨거운 마음을 다시 살려내, 오는 지방선거에서 투표를 통해 생명의 가치를 지켜내자"고 촉구했다.

수경 스님 "4대강 사업 중단 위해 야권 후보 단일화 호소한다"

이날 4대 종단이 소속된 종교환경회의는 "뭇 생명을 죽이는 4대강 개발 사업을 중단하라"는 공동 선언문을 채택해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생명에 대한 착취를 막는 종교인의 소명에 따라 이 자리에 다시 섰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진정으로 '국격이 높은 나라'를 원한다면, 가난한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나라, 뭇 생명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나라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불교환경연대 대표이자 화계사 주지인 수경 스님은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야권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는 종교인들의 호소문"을 발표하고,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한 야권의 결집을 촉구했다. 이날 기도회에는 진보신당 심상정·국민참여당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 민주당 김진표 전 경기도지사 후보가 참여했으나, 이 같은 내용의 호소문이 발표되기 전에 자리를 떴다.

▲ 공동 기도회에 참석한 국민참여당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왼쪽)와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 ⓒ뉴시스

수경 스님은 "종교인들이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상당히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이었지만, 절박한 심정으로 정치인들에게 호소드린다"면서 "오직 자유, 생명, 평화의 관점에서 후보 단일화를 해 달라. 정치적 견해와 입장의 차이는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자유, 생명, 평화의 가치를 우선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이날 4대 종단은 야권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는 호소문에서 "지금 정부는 군사 작전을 하듯이 맹렬한 속도로 국토의 숨통을 옥죄고 있으며, 이제 남은 시간이 거의 없다"며 "이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실오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6·2 지방선거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야권 후보께 단일화를 간절히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천주교·불교·개신교·원불교 등 4대 종단 대표자들은 오는 25일에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재차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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