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백조는 오지 않고, 가짜 오리 배만 떠다니는 한강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백조는 오지 않고, 가짜 오리 배만 떠다니는 한강

[최병성의 '생명의 강'] "4대강의 미래? 이명박 사장이 만든 한강"

여의도 앞 한강에 플라스틱 오리배가 둥실둥실 떠다닙니다. 오리를 닮은 모양이 그럴듯하지만, 생명이 없는 플라스틱 가짜 오리에 불과합니다. 지금 한강엔 오리 배는 많지만, '하늘을 나는 백조'라 불리는 큰고니는 단 한 마리도 볼 수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 건설 사장 시절인 1983년 한강종합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한강의 모래를 준설하고 보를 세워, 한강을 백조와 철새들이 찾을 수 없는 '죽음의 수로'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 한강엔 진짜 백조는 찾지 않고, 가짜 오리 배만 둥실 떠다닙니다. ⓒ최병성

여의도에서 조금만 상류로 올라가면, 팔당대교 아래에 하얀 날개로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큰고니들이 무리지어 노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곳엔 서울 근처 한강에서 유일하게 모래섬과 여울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날갯짓을 한다면 이곳으로부터 잠실은 5분, 여의도는 10분 남짓이면 날아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아름답다며 4대강 사업의 모델로 제시한 여의도 앞의 한강에는 큰고니가 단 한 마리도 찾아오지 않습니다.

▲ 팔당대교 아래 은빛 모래섬에 백조들이 여유롭게 놀고 있습니다. 아래 항공사진에서 보면 오른쪽 빨간색 화살표의 하얀점이 바로 위 사진의 모래섬입니다. 이곳에서 잠실(가운데 녹색 화살표)은 5분, 여의도(왼쪽 노란 화살표)는 10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지만 오지 못합니다. 이명박 전 현대건설 사장님이 한강을 준설하고 보를 세워 먹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최병성

4대강 사업이 철새들을 내쫓는 '재앙'인 이유

큰고니들이 머리를 물속에 처박고 다리는 허공을 향해 뒤뚱거리고 있습니다. 마치 수영 선수들이 물속에서 수중발레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지금 큰고니는 물속에 머리를 넣어 먹을 것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흔히들 사람들은 철새들이 잠수를 해서 물고기를 잡아먹는다고 생각합니다. 철새들은 크게 두 종류로 분류됩니다. 물속에 잠수해 물고기를 잡아먹는 잠수성 오리와 얕은 곳에서 머리만 물속에 처박고 수초 뿌리와 갯지렁이를 먹는 수면성 오리입니다. 놀랍게도 한국을 찾는 철새들 중에 94퍼센트가 깊은 곳을 싫어하는 수면성 오리입니다. 그렇다면 강을 준설하고 수심을 깊게 하는 4대강 사업은 철새들을 내쫓는 환경 재앙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홍보 동영상에 지금의 4대강은 "철새가 찾지 않는 죽음의 강"이라며, 4대강 사업이 끝나는 2011년이면 "철새들의 낙원"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또 4대강 사업 후에는 백조들이 도시 위를 날아간다는 환상적인 그림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는 심각한 거짓말입니다. 이명박 전 현대건설 사장님의 한강종합개발로 백조가 한강에 더 이상 찾아 올 수 없는 것처럼, 4대강 사업 후에는 지금까지 한국을 찾아오던 큰고니가 쫓겨나게 됩니다. 4대강 사업의 거짓말은 끝도 없습니다.

▲ 4대강 홍보 동영상 모습들입니다. 지금의 4대강은 철새도 찾지않는 죽은 강이기에, 4대강 사업이 끝나는 2011년이면 철새들의 낙원이 되어 백조들이 온 도시를 날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4대강살리기사업추진본부

4대강 사업으로 백조들이 4대강에서 쫓겨난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습니다. 강원도 강릉시에 있는 경포호수는 해마다 2000마리나 되는 큰고니가 찾는 '철새들의 낙원'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해 전 강릉시가 오염토를 제거한다며 경포호수를 준설해 수심이 깊어졌습니다. 그러자 해마다 큰고니가 2000마리나 찾아오던 경포호수엔 이제 단 한 마리의 큰고니도 찾아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환경부가 조사한 '2006~2007년도 생태계 변화관찰 보고서'만 봐도, '준설로 인해 큰고니가 먹을 것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그 원인을 정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 해마다 2000마리가 넘는 고니들이 더 이상 경포호를 찾지 않는 원인이 준설 때문이라고 밝힌 환경부 보고서. ⓒ환경부

두루미와 노랑부리저어새가 수영하는 것을 보셨나요?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을 준설하고 보를 세워 물이 많아지면 철새들이 많이 찾아올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물이 많으면 철새들에겐 재앙입니다. 혹시 두루미가 수영하는 것 보신 적 있으신가요? 두루미가 가늘고 긴 다리로 수영을 즐긴다면 그거야 말로 '해외 토픽감'입니다. 천연기념물 제202호인 두루미, 제203호인 재두루미, 228호인 흑두루미 모두 깊은 물을 싫어합니다.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천연기념물 제205호인 노랑부리저어새도 4대강 사업을 좋아할까요? 결코 아닙니다. 노랑부리저어새는 얕은 곳에서 기다란 부리를 이리저리 저어가며 물고기를 잡아먹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으로 물이 깊어지면 노랑부리저어새는 더 이상 한국 땅을 찾지 못합니다. 물이 깊어 먹을 것도 없고, 목숨을 위협하는 강에 어떤 철새들이 찾아오겠습니까?

▲ 세계적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제 205호인 노랑부리저어새도 강을 준설하는 4대강 사업 후에는 더 이상 살 수 없게 됩니다. ⓒ최병성

4대강 사업의 미래는 이명박 전 현대건설 사장님이 만든 한강에 있습니다.

국민 혈세 22조 원을 퍼붓는 4대강 사업 후, 4대강은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까요? 그 답은 한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전 현대건설 사장님은 한강의 모래를 준설하고 신곡수중보와 잠실수중보를 세워 강에 물을 가득 채워 놓았습니다. 그 덕에 한강엔 물이 언제나 가득합니다.

여의도 앞 한강 수면에 낯선 현수막이 둥실 떠 있고, '물고기 인공 산란장'이라고 씌어있습니다. 이명박 전 현대건설 사장님이 한강의 모래를 준설한 덕에, 한강에 사는 물고기들이 알을 낳을 곳이 사라져 대신 인공산란장을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 서울의 상징인 63빌딩 앞 한강입니다. 백조는 없고 가짜 오리 배만 떠 있으며, 물고기가 알을 낳을 수 없어 인공산란장을 만들어 놓았습니다.ⓒ최병성

물고기들은 여울의 자갈과 모래와 수초에 알을 낳습니다. 그러나 한강엔 여울이 없습니다. 여울이 없고 모래와 자갈과 수초가 없으니 물고기들이 알을 낳을 곳이 없는 것입니다. 강에 물고기는 있지만, 물고기가 알도 낳을 수 없는 한강. 한강은 더 이상 '생명의 강'이 아닙니다. '죽음의 수로'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한강을 준설하고 보를 세운 지금, 옛날보다 물고기 종이 더 다양해졌다고 주장합니다. 물고기 종이 다양해지면 생태 환경이 좋아진 증거일까요? 어름치는 여울에 자갈을 쌓아 알을 낳습니다. 이를 어름치의 산란탑이라 부릅니다. 이런 특이한 습성 때문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는 것입니다. 어름치가 살 수도 없고, 알도 낳을 수 없는 '수로'에 불과한 한강이 생태계가 좋은 강일까요?

▲ 천연기념물 어름치가 입으로 물어다 쌓은 산란탑입니다. 어름치는 여울 바로 윗지점에 산란탑을 쌓습니다. 여울이 없으면 산란하지 못합니다. 4대강 사업은 어름치를 몰아내는 재앙이지요. ⓒ최병성

꾸구리는 물고기 중에 유일하게 눈꺼풀이 있어 고양이처럼 밝은 곳에서는 눈이 작아지고, 어두운 곳에서는 눈이 커집니다. 꾸구리는 자갈이 있는 맑은 여울에 살아갑니다. 여울에 살아가는 물고기는 꾸구리 뿐만이 아닙니다. 돌상어와 쉬리 등, 대한민국의 많은 물고기들은 여울과 얕은 곳에 살아가길 좋아합니다. 붕어와 잉어, 가물치 외에는 대부분의 한국 토종 어류들은 깊은 곳에서는 살지 못합니다.

▲ 여울에서만 살아가는 멸종 위기종 꾸구리. ⓒ최병성

▲ 돌상어의 모습. 이들은 여울이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최병성

대한민국 하천법 상의 최상위 계획인 수자원장기종합계획(2006~2020)에 따르면 "한반도 고유종은 수질오염, 수환경변화, 하상구조 변화 등에 대한 내성이 약하며 돌이나 자갈에 서식하는 저서성 어류이다. 따라서 한강에 서식하는 어류상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보호를 요하는 어종들이 주로 분포하는 곳은 여울의 수환경 보전과 정수화를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다시 말해 한국 고유종은 얕은 곳에 사는 물고기들이라는 말로, 강을 준설하고 수심을 깊게 해 여울을 없애는 4대강 사업은 물고기들이 살 수 없는 '재앙'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틀리셨습니다.

지난해 11월 29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한강도 잠실과 김포 신곡에 보를 양쪽에 만들어 물을 가두는 바람에 물이 항상 많고, 지금은 황복이 돌아오는 맑은 물이 됐다"며 4대강을 준설하고 보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준설과 보 건설 이후 한강에 은어가 살고, 참게와 황복이 돌아왔다며 준설과 보 건설을 4대강 사업의 명분으로 주장하는 것입니다. 은어와 황복의 귀환, 이것이 한강의 준설과 보 건설 때문일까요?

이명박 대통령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뉴스가 있습니다. 2005년 5월 26일, <세계일보>는 "서울시는 한강 생태계 복원 사업의 하나로 27일 오후 2〜4시 한강 광나루지구 천호대교 남단 도선장에서 은어 치어 20만 마리를 방류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놀랍게도 한강에 은어를 20만 마리나 풀었는데, 겨우 한두 마리 잡힌 것을 가지고 맑은 물에나 사는 은어가 돌아와 한강의 환경이 좋아졌다고 호들갑 떨고 있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황복은 어떨까요? 2009년 8월 2일자 <시민매일신문>에 따르면, 경기도가 황복 치어 무려 200만 마리를 임진강과 한강 하류에 방류했다고 합니다. 특히 "경기도가 90년대 말에 멸종 위기에 처한 '임진강 황복'을 살리기 위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2억 원의 종묘생산비를 임진강 영어조합에 지원하고 876만 마리의 황복을 생산해 임진강과 한강에 방류하는 황복 치어 생산 방류 사업을 추진해 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 2009년 8월 26일자 <중부일보>는 경기도가 200만 마리의 황복 치어를 방류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중부일보

한강에 황복 치어를 방류하는 곳은 경기도만이 아닙니다. 한강에 인접한 김포시에서도 2009년 8월 30만 마리의 황복을 비롯해 23만 9000마리의 동자개 치어를 한강에 방류하였습니다.

한강에 방류되는 물고기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2009년 2월 11일자 <연합뉴스>는 경기도가 "황복, 참게, 쏘가리 등 어린 물고기 10종 2053만 마리를 임진강과 청평호 등에 방류한다" 고 보도했습니다.

▲ 한강에 황복 치어를 방류하는 모습입니다. ⓒ고양환경운동연합 제공

이명박 대통령이 '준설과 보 건설로 한강이 살아났다'는 증거로 제시한 황복과 은어, 참게는 매년 수십만 마리에서 수백만 마리씩 인위적으로 물고기들을 풀어놓은 결과입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황복을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황복은 치어가 바다로 나갔다가 3~4년 뒤에 다시 한강을 거슬러 올라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전 현대건설 사장님은 한강에 신곡 수중보를 세워 황복이 한강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것을 막아버렸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 강을 살리려면, 물고기들의 길을 막고 있는 한강의 신곡수중보와 잠실수중보를 철거하는 일부터 시작해야합니다. '4대강 죽이기' 중단은 말할 것도 없고요.

▲ 강에 보를 세우면 물고기들이 올라올 수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짜 강 살리기를 하려면 현대건설 사장 때 만든 신곡수중보를 허는 것부터 시작해야합니다. 그러면 황복과 은어가 한강에 돌아 올 것입니다. ⓒ최병성

강을 준설해 한국에만 살아가는 고유어종을 다 파괴한 후, 인위적으로 풀어놓은 물고기들이 늘어났으니 환경이 좋아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리석은 궤변에 불과합니다. 강은 여울과 소가 반복되는 다양한 환경일 때만이 다양한 물고기가 살아가 수 있습니다. 강의 건강성은 '많은 물'이 아니라 '다양한 환경'에 있습니다. 준설과 보 건설로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모든 강의 환경을 똑같이 만드는 것은 '환경 재앙'일 뿐입니다.

죽은 물고기 시체만이 가득한 한강이 아름답다고요?

물고기가 알도 낳을 수 없는 한강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아름답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4대강을 아름다운 한강처럼 만들어야 한다며 '4대강 죽이기 사업'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한강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한강을 보면 4대강의 미래가 보입니다.

4대강의 미래를 보기 위해, 요즘 한강에 자주 나가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이명박 대통령이 "아름답다"고 표현한 여의도 앞 한강엔 물고기의 죽은 시체가 가득했습니다. 수차례 한강을 방문할 때마다, 물고기 시체를 보지 못한 날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한강에서 갈매기를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갈매기는 사냥을 하기보다는 주로 죽은 물고기를 먹고사는 새입니다. 한강에서 갈매기를 자주 본다는 것은 그만큼 한강에 죽은 물고기가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아름답다고 말한 여의도 앞 한강은 죽은 물고기 시체들의 천국입니다. ⓒ최병성

▲ 한강에 죽은 물고기를 뜯어먹는 갈매기의 모습이 쉽게 발견됩니다. 그만큼 한강에 죽은 물고기가 많기 때문이지요. ⓒ최병성

백조가 찾아 올 수 없는 한강. 백조는 찾지 않고, 플라스틱 오리배만 떠 있는 한강. 물고기가 알도 낳을 수 없는 '죽음의 수로'인 한강. 죽은 물고기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죽음의 악취가 가득한 한강. 이런 한강이 아름답다며 4대강을 한강처럼 만들겠다는 이들이 만들어갈 4대강의 미래는 참담할 뿐입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