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동산 거품이 파열 위기에 직면했다는 내부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미국의 건설관련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집값 거품이 터질 경우 곧바로 한국의 부동산 거품도 연쇄 파열할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부동산 거품' 파열 경고에 건설 관련주 급락**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는 '부동산값 거품' 파열 경고가 재차 제기되면서 주택건설 관련주들이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지며, 사상최고의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7일 연속 상승세를 보여온 다우지수도 약세로 반전시켰다.
지난 주말 강세장을 주도했던 주택관련 KB홈즈(KBH)의 주가는 이날 3.3%, 펄티홈즈(PHM) 주가는 3% 급락했다. 이에 따라 필라델피아 주택건설업지수(HGX)도 1.7% 떨어졌다.
이날 주택 관련주 급락은 미국 최대 모기지론 업체인 패니매가 부동산 거품 붕괴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졌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촉발됐다.
이날 <마켓워치> 보도에 따르면, 패니매는 지난달 워싱턴 주택 건설업체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미국의 많은 지역에서 대출 기준 완화, 리스크가 높은 대출 증가 등 과거 부동산 거품 붕괴 전에 나타났던 징조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부동산 거품의 붕괴 가능성이 미국내 일부 지역들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보고서 내용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5월5일 원고 배포없이 진행된 패니매 경영진의 34장 분량의 슬라이드 발표 내용을 처음 보도하면서 최초로 시장에 알려졌다.
***"1980년대말 집값거품 붕괴 때와 흡사"**
WSJ에 따르면, 당시 패니매의 토머스 롤러 위험정책담당 부사장은 전미주택건설업체 연합(NAHB) 회의 연설에서 "여러 지역의 주택 시장 여건이 과거 지역주택시장 거품 붕괴의 선행 국면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최근의 주택 거품 현상은 모기지 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이 전례없는 방식으로 위험성이 높은 대출을 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금융기관들은 현재 미연준(Fed)이 계속해 금리를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기지론 금리는 종전의 수준을 유지해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롤러 부사장은 특히 "주택구매 증가, 집값 상승에 대한 비현실적으로 높은 소비자 기대심리,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 확대 등 1980년대말과 유사한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롤러 부사장이 주택시장 거품 파열 가능성을 경고하며 근거로 인용한 데이터에는 패니매가 자체 작성한 데이터 외에 전미주택융자위원회(FHFB), 연방주택기업감독청(OFHEO), 리먼브라더스 등으로부터 취합한 자료가 포함돼 있어, 부동산값 파열 조짐이 여러 기관에서 동시에 감지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1980년대말 미국경제는 집값 거품이 파열하면서 지역금융기관들의 연쇄도산 등으로 수년간 커다란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WSJ "미국 부자들 지난해부터 부동산에서 발빼"**
미국의 대표적 경제전문지인 WSJ는 앞서 지난 10일에도 집값 거품 파열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기사를 실었었다.
WSJ는 미국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와 캡제미니가 발표한 <세계부유층 보고서>를 인용, "유동자산이 1백만달러 이상인 미국 부유층이 2004년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 투자 비중을 13%로 2003년의 17%에 비해 4% 포인트 줄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부유층이 종종 투자 경향의 선도적 역할을 한다"면서 "부자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 부동산 시장이 정점에 이르렀음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부유층 보고서'도 "부동산 분야가 과열됐다고 예견하는 듯한 이런 경향은 일반적으로 부유층이 보통 투자자들에 비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는 우리의 믿음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요컨대 지금 미국 중산층은 뒤늦게 부동산투기에 광분하고 있으나, 최고급 정보를 갖고 있는 미 부유층은 거품 파열이 임박했음을 알고 부동산시장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는 주장이다.
***"미국서 거품 터지면 한국도 연쇄 파열 가능성"**
미국의 '집값거품 파열'이 임박했다는 사실은 단지 그 파장이 미국내에 그치지 않고 지난 5년간 단군이래 최악의 부동산거품이 발생한 우리나라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의 박재하 수석연구위원은 작금의 부동산투기와 관련, "한국에서 먼저 부동산거품이 터질 가능성은 현재 시중의 방대한 부동자금, 저금리 정책 등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낮으나 미국에서 집값 거품이 터지면 한국에서도 거품이 연쇄 파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 위원은 "IMF사태때는 기업과 일반국민 모두가 동반고통을 당했기 때문에 나라경제를 살리자고 했을 때 국민들이 너도나도 금을 갖고 모였으나, 지금은 부동산거품으로 양극화가 극도로 진행돼 계층간 적개감이 극에 달한만큼 또다시 위기가 도래할 때 과연 과거와 같은 범국민적 위기극복 에너지를 도출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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